강화된 시진핑식 정보통제…"언론사 내부보고까지 검열"

이주영 2022. 10. 3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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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중국 기자들, 검열 우려해 정확한 비밀 내부보고도 꺼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기 집권으로 권좌를 더욱 공고히 하면서 중국 언론이 검열 강도가 세지고 있는 내부 보고 시스템에 대해 재검토하고 있다고 AP 통신이 31일 보도했다.

'브레이크 없는 1인 천하' 중국…"세계에 위험" (CG) [연합뉴스TV 제공]

AP에 따르면 중국 학자와 기업인, 관영매체 언론인 등 10여 명은 AP와 인터뷰에서 시 주석의 권력이 더욱 확고해짐에 따라 비밀보고서에서조차 당 노선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위험해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중국 공산당은 전통적으로 대중에 알리기에는 너무 민감한 문제의 경우 정보를 매우 비밀스러운 내부 보고 시스템에 의존해 왔다.

AP는 이런 내부 보고 시스템의 대표적인 예로 2019년 우한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됐을 때 관영 신화통신의 랴오준 기자가 서로 다른 두 독자층을 위해 상반되는 두 건의 기사를 쓴 사실을 들었다.

랴오 기자는 당시 이 질병이 사람들 사이에 전파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일반 독자를 위한 기사, 위험한 새 질병이 출현했다는 경고를 담은 베이징의 고위 관리를 상대로 한 비밀보고서를 각각 작성했다.

중국 언론인과 연구자들은 검열이 있는 상황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고위 관리들에게 보내는 비밀 보고서를 통해 통치에 필요한 정보를 전달해 왔다.

그러나 중국 전문가들은 시 주석 집권 후 정보 통제가 강화되고 내부 보고에 대한 검열이 엄격해지면서 정확한 정보 전달 창구로서의 내부보고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또 내부 보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중국 고위급 정치의 비밀스러운 성격을 고려할 때 그 영향이 얼마나 클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아래로부터 피드백이 줄면서 부실한 정보를 토대로 정책 결정이 내려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댈리 양 시카고대 교수는 "권력을 가진 지도자들은 보호막 속에서 살아간다"며 "그들은 보호를 받지만, 또한 알아야 할 정보로부터도 차단당한다"고 말했다.

언론사나 싱크탱크, 대학 등은 자체 기밀보고 체계를 가지고 있고 이들이 내부 보고 시스템으로 올리는 정보는 국가 기밀로 분류되기도 하며, 그 내용은 부패와 파업, 비판 여론, 산업 사고 등 다양하다.

특히 신화통신이나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같은 일부 매체는 정보를 직접 최고위층에 전달하기도 하며 이들의 비밀보고에 따라 관리가 축출되고 정책이 바뀌는가 하면 빈곤이나 쓰레기와 싸우는 정부 캠페인이 시작되기도 한다.

시진핑 주석 3연임 알리는 중국 일간지들 (베이징 로이터=연합뉴스) 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끄는 새로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알리는 중국 일간지들이 놓여있다. 시 주석은 16~22일 열린 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관례를 깨고 총서기 3연임을 확정 지었다. 2022.10.24 alo95@yna.co.kr

시 주석은 주석 취임 전부터 정보 관리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을 푸젠성 근무 당시부터 만나 온 언론인 알프레드 위는 시 주석이 베이징과의 직접적이고 비밀스러운 소통 경로인 신화통신과 인민일보 기자들과 유대관계를 쌓아왔다며 그가 내부 보고 시스템의 힘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2012년 권좌에 오른 뒤 명목상 2인자인 총리에게 보고하게 돼 있는 신화통신 내부 보고를 자신의 통제 아래로 돌려 리커창 총리의 반발을 샀으며, 내부 보고를 토대로 반대의견을 억누르고 반부패 캠페인을 전개해 경쟁자들을 제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시 주석의 이런 행보가 기자들이 내부 보고서를 작성할 때 더욱 조심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마리아 레프니코바 조지아주립대 교수는 "내부 보고서를 쓰는 사람들은 사려 깊고 개방적이며 때로는 정부에 비판적"이라며 하지만 이제 그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을 때조차도 위협과 협박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영기업 고위 경영진의 축출로 이어진 내부 보고서로 유명한 한 신화통신 기자의 동료는 그가 이제 위험 부담 때문에 기사를 쓰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회사가 기자를 보호할 권한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폭로를 할 수 있었다"면서 "그는 이제는 더는 그런 것을 보고할 수 없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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