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임 확정한 시진핑, 대면 정상외교 재개…해외 정상 잇단 방중
조 바이든 대통령과 첫 만남 이뤄질 듯
미·중 외교수장 전화통화서 관계 개선 의지 피력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통해 3연임을 확정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본격적인 대면 정상외교를 재개했다. 시 주석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2년 넘게 대면 정상외교를 거의 중단했었다. 내부적으로 3연임을 확정하며 권력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한 뒤 국제사회에서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정상외교를 본궤도에 올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31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주 해외 정상들이 잇따라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회담을 갖는다. 첫 테이프는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이 끊었다. 쫑 서기장은 시 주석의 초청을 받아 지난 30일 3박4일 일정으로 베이징에 도착했다. 시 주석이 지난 22일 끝난 당 대회를 통해 3연임을 확정한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해외 정상급 인사다. 시 주석은 지난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와 지난 5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방문 때를 제외하면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2년 넘게 베이징에서 개별적으로 해외 정상을 대면한 적이 없다.
장기간 ‘칩거’하며 사실상 대면 외교를 중단했다 3연임 확정 직후 안방에서 외국 정상들을 맞으며 정상외교를 본격화한 것이다. 1일에는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도 리커창(李克强) 총리 초청으로 중국을 찾아 시 주석 등을 만날 예정이다. 또 2일에는 사미아 술루후 하산 탄자니아 대통령이 시 주석의 초청을 받아 2박3일 일정으로 방중한다고 중국 외교부는 밝혔다. 4일에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방문이 예정돼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주요 7개국(G7) 및 유럽 정상 가운데서는 첫 번째 방중이다. 숄츠 총리 방중에는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 등 경제사절단도 동행한다. 인권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유럽과의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숄츠 총리가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방문하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시 주석은 숄츠 총리와의 회담을 유럽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지렛대로 삼으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은 안방에서 손님맞이를 끝낸 후 다자회의를 계기로 해외 방문 일정도 이어갈 전망이다.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18∼19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이 예상된다. 시기는 특정되지 않았지만 이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고 중동 지역 지도자들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이 대면 정상외교를 본격 재개하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대면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두 정상은 G20 정상회의에서 처음 대면하고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앞서 양국 외교 수장은 시 주석 3연임 결정 이후 처음으로 전화통화를 하고 양국 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쳤다. 공산당 제20차 당 대회를 통해 중앙정치국 위원으로 선임돼 명실상부한 외교 사령탑이 된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중·미 관계를 안정적인 발전 궤도로 되돌리는 것은 양국 공동 이익에 부합할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기대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그러면서 “미국은 대중국 억제·탄압의 수법을 중단해야 하며 양국 관계에 새로운 장애물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이 중국에 대한 새로운 수출 통제 규정을 도입하고 투자를 제한하는 등 중국의 정당한 권익을 훼손한 것을 시정해야 한다”는 요구를 전달했다. 이에 블링컨 장관은 “세계는 미·중 협력을 기대한다”면서 “미국 측은 앞으로 미·중 관계에 대해 중국 측과 소통을 유지하면서 양국 관계의 기반을 탐색하길 원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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