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더 사랑’ 英 부호의 꿈이 현실로… 내년 신규 오프로더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론칭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2022. 10. 3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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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화학기업 이네오스 車 시장 진출
이네오스 회장, 랜드로버 구형 디펜더 애호가
구형 디펜더 닮은 오프로더 개발
내년 1분기 아·태지역서 국내 최초 출시
영국 디자인·독일 엔진·프랑스 생산 ‘삼중국적’
디젤 모델 출시 후 수소차 등 추가
현대차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등 협력
영국 판매가격 8000만~9800만 원대(시작가)
내년 초 국내 수입차 시장에 탄생 배경이 아주 독특한 브랜드와 자동차가 론칭한다. 브랜드는 ‘이네오스’, 차명은 ‘그레나디어’다. 영국에서 글로벌 화학기업을 이끌고 있는 한 부호의 자동차 취향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진 사례로 관심을 모은다. 이미 글로벌 진출 준비가 마무리 단계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공식 수입원을 선정하고 성수동에 매장과 서비스센터를 조성하고 있다. 국내 공식 출시 시기는 내년 1분기다.

이네오스 그레나디어는 영국 소재 업체 이네오스오토모티브(INEOS Automotive)가 선보이는 첫 번째 모델이다. 단종된 랜드로버 구형 디펜더를 빼닮은 외관 디자인이 특징이다. 실제로 그레나디어는 혈통은 다르지만 디펜더 정신을 이어받았다. 디펜더처럼 타협하지 않는 정통 사륜구동 오프로더를 표방한다.

탄생 배경이 흥미롭다. 이네오스오토모티브는 영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석유화학기업 이네오스그룹 계열 자동차 업체로 설립됐다. 지난 2017년부터 자동차 개발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네오스그룹은 독일 소재 화학기업 바스프와 영국 석유화학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석유화학사업을 인수한 다국적 기업이다. 작년 기준 글로벌 매출은 92조5340억 원 규모다. 전 세계 39개 사업장에서는 2만5000명 넘는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국내에는 롯데이네오스화학(롯데그룹 계열), 한국이네오스스티롤루션(구 한국바스프) 등 합작사 형태로 진출했고 현대자동차와 수소 관련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설립자인 짐 래트클리프(Sir Jim Ratcliffe)가 회장을 맡고 있다.
짐 래트클리프(Sir Jim Ratcliffe) 이네오스그룹 회장
이네오스오토모티브 관계자는 “자동차 애호가이면서 노련한 모험가인 짐 래트클리프 이네오스그룹 회장이 기본에 충실하고 실용적이면서 소비자들의 높은 기준과 신뢰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통 사륜구동 자동차가 시장에 없다고 판단하면서 그레나디어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래트클리프 이네오스그룹 회장은 정통 오프로더 모델인 랜드로버 구형 디펜더 애호가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체 이네오스오토모티브 설립을 결정한 주요 이유이기도 하다. 한 남자의 취향과 꿈이 실제 자동차 사업으로 이어진 셈이다. 특히 디펜더 부활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실제로 랜드로버와 접촉하기도 했다.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 래트클리프 회장은 직접 차를 개발해 생산하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구형 디펜더를 닮은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디자인이 완성됐다.
하지만 랜드로버 측은 디펜더와 닮은 해당 차종이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이네오스 그레나디어가 존폐 기로에 선 것이다. 수년 동안 진행된 소송에서 영국 법원은 이네오스오토모티브 측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이네오스 그레나디어를 앞세운 사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네오스오토모티브 설립 후 사륜구동 자동차 개발과 생산 관련 전문가들로 팀을 꾸려 본격적으로 그레나디어 개발에 돌입했다.

지난 2020년에는 해외 공장도 확보했다. 다임러그룹이 매각한 프랑스 엉바슈(Hambach) 스마트 생산 공장을 인수했다. 경차 스마트를 생산하던 인력(약 1300명 규모)도 그대로 남아있다고 한다. 오는 2024년까지는 다임러그룹 스마트와 벤츠 등 일부 차종에 대한 생산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네오스오토모티브는 그라나디아 생산 거점으로 웨일즈공장과 엉바슈공장을 활용할 전망이다.
이네오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그레나디어는 영국에서 디자인과 설계를 맡고 독일 엔지니어링이 결합된 모델이다. 극한의 조건을 극복하도록 설계돼 동급 최고 수준 오프로드 성능과 내구성을 구현했다고 강조했다.

파워트레인과 서스펜션 등 주요 부품은 BMW로부터 공급 받는다. 첫 모델에는 디젤 엔진이 탑재된다. 랜드로버 역시 신형 레인지로버 P530이 BMW가 공급한 V8 4.4리터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을 사용한다. 1990년대 BMW에 인수된 시기에도 랜드로버는 BMW가 개발한 V8 4.0리터·4.4리터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과 직렬 6기통 디젤 엔진을 공급받아 주요 모델에 탑재했다. 결과적으로 그레나디어는 영국 디자인과 독일 파워트레인, 프랑스 생산 등 ‘삼중국적’을 갖게 되는 셈이다.

이네오스오토모티브 관계자는 “짐 래트클리프 회장 아이디어로 탄생한 그레나디어는 검증된 엔진과 사다리꼴 프레임 섀시,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 3개의 록킹 디퍼렌셜, 솔리드 빔 액슬 등을 갖춰 최고 수준 주행성능을 제공한다”며 “다양한 옵션과 액세서리를 구성해 나만의 차를 완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차 출시 준비는 마무리 수순이다. 지난 1년 동안 글로벌 시장 판매를 위한 파트너 발굴에 집중했다고 한다. 각 시장 유통 파트너들과 협력해 현지 판매 거점을 마련하고 수개월 내 신차 출고 준비가 완료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저스틴 호크바(Justin Hocevar) 이네오스오토모티브 아·태지역 총괄 사장은 “현재까지 70개국, 200여 곳의 글로벌 판매 및 서비스네트워크를 구축했다”며 “현재 파트너들과 협력해 그레나디어 고객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준비에 대한 마무리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는 아·태지역에서 그레나디어가 가장 먼저 출시되는 시장이라고 이네오스오토모티브 측은 강조했다. 국내 시장 공급과 공식 수입·판매는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 차봇모빌리티의 계열사 ‘차봇모터스’가 맡는다. 차봇모터스는 작년 4월 설립된 업체다. 기존 통합 모빌리티 서비스 운영 경험을 적용해 혁신적인 판매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성수에 마련되는 서비스센터 운영도 차봇모터스가 담당할 예정이다.

호크바 사장은 “아·태지역 판매·유통 파트너 선정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며 “한국은 아·태지역에서 그레나디어를 가장 먼저 선보이는 상징성이 큰 시장”이라고 전했다. 이어 “신차 론칭 전에 완벽한 애프터서비스(AS) 제공을 위한 마스터플랜과 서비스센터를 먼저 공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네오스오토모티브는 소비자들이 언제든지 편하게 공식 전시장과 서비스센터에 방문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차봇모터스는 차량 판매와 시승, 출고부터 AS까지 담당한다.
내년 론칭하는 이네오스 그레나디어는 랜드로버 구형 디펜더를 연상시키는 클래식한 실루엣을 갖췄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세부 디자인이 조금씩 다르다. LED 램프와 범퍼, 그릴, 보닛 후드, 도어 등 외관 주요 구성품 디자인이 디펜더보다 현대적이다. 실내 구성과 사양 역시 디펜더와 다르다. 직각으로 배치된 센터페시아 스타일은 구형 디펜더를 닮았지만 대화면 센터디스플레이와 각종 버튼은 새로운 구성이다. 스티어링 휠도 현대적인 신규 디자인이 적용됐다. 기어노브는 BMW 주요 모델에 적용되는 전자식 변속기를 그대로 채용한 모습이다. 변속기는 8단 자동과 수동을 지원한다. 시트는 레카로 세미버킷 제품을 사용해 탑승 편의를 높였다.

영국에서는 2인승 유틸리티왜건과 5인승 스테이션왜건, 탑승 편의를 높인 스테이션왜건 벨스타프에디션 등 3개 트림으로 구성돼 주문 접수를 받고 있다. 추가적으로 2캡 픽업 버전이 라인업에 추가될 예정이다. 현지 기준 판매 시작가격은 4만9000파운드(8103만 원)부터 5만9000파운드(9756만 원)부터다. 1억 원대 가격으로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 공략을 노리는 모습이다. 주행 관련 각종 첨단 기능을 탑재해 현행 랜드로버 디펜더에 버금가는 오프로드 성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연기관 모델에 이어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이 탑재된 수소차 버전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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