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의 아들딸이었을 수도 있다…희생자 비난 멈춰야
이태원 참사가 터진 그날 밤 154명의 희생자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미처 피지도 못한 꽃봉오리 같은 청춘들이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황망하게 스러졌다.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자식을 안고 통곡하는 유가족들의 심정을 우리는 감히 헤아릴 수조차 없다. 대형 참사는 사람을 가려서 덮치지 않는다. 무참히 스러진 청춘들은 어쩌면 우리의 아들과 딸이었을 수도 있다.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 현장과 합동 분향소에는 시민들의 추모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희생자들을 비난하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고 당시 참혹한 사진과 영상을 무차별 살포하는 몰상식한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외국 문화인 핼러윈을 즐긴 MZ세대를 비난하는 악성 댓글도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이태원에서 사고를 당한 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젊은이들이 축제를 즐기러 나온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참사가 터졌다고 해서 그날 현장에 있었던 희생자들을 비난하고, 참담한 비극을 가십거리로 소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행위는 고인의 명예를 훼손할 뿐 아니라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2차·3차 가해를 하는 것이다. 또한 다수의 국민들에게도 극도의 공포와 심리적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다. 참사 원인을 놓고도 마약, 가스누출 등 얼토당토않은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으니 안타깝다. 세계 각국에서 애도를 표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 국민들이 비극을 조롱하고 악의적인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것은 경악스러운 일이다. 오죽하면 한덕수 국무총리가 31일 "사상자들을 혐오하는 발언이나 허위조작정보, 자극적인 사고 장면 공유를 자제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겠는가. 경찰은 악의적 비방과 신상 유포에 대해 수사에 나서기로 했는데 엄정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고, 우리 모두의 불행이다. SNS에 희생자를 비하하거나 자극적인 게시물을 여과 없이 올리는 행위는 당장 멈춰야한다. 지금은 허망하게 떠난 이들을 애도하고 유족들을 위로해야 하는 시간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