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의 비극, 정치선동에 악용말라 [사설]

2022. 10. 3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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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한 어린이가 조문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를 정치 선동에 악용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 비극을 윤석열 정부를 공격하는 정쟁 도구로 삼으려는 일각의 행태는 청년들의 안타까운 죽음과 유족들 아픔을 짓밟는 몰지각한 처사이자 국가적 해악이나 다름없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남영희 부원장은 SNS에 "이태원 참사는 청와대 이전 때문에 일어난 인재"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했다. 용산 대통령실 경호 탓에 제대로 안전요원을 배치하지 못해 참사가 벌어졌다는 것인데, 악의적이고 근거 없는 주장이다. 남 부원장도 비판이 커지자 30분 만에 글을 내렸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김 모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이태원 참사는)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의 학살"이라고 했다. 그는 "박근혜 때 304명의 고등학생들이 구조를 기다리다 죽어갔다"며 이번 비극을 세월호 참사에 빗대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와 관련해 당시 검찰총장인 윤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장관을 국제형사재판소에 고발한 당사자다.

MBC PD수첩 또한 '당국의 사전 대응 문제점 제보를 기다린다'는 공지를 냈다가 논란이 일자 해당 내용을 삭제했다. 이처럼 참사가 터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반(反)정부 선동질에 나설 궁리만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힌다. 그런 점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 배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고 발언한 것도 부적절하다. 이 장관으로선 "정확한 사고원인 파악이 먼저"라는 취지였겠지만, 자칫 정쟁에 빌미를 주고 국민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는 만큼 조심해야 한다.

'광우병 괴담' '천안함 자작극설' '세월호 음모론' 등에서 보듯, 그동안 대형 참사가 터질 때마다 특정 세력들은 사건을 조작·왜곡한 유언비어를 퍼뜨려 혹세무민했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과 다수 국민이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치유와 사고 수습에 힘을 보태진 못할망정 정파적 이익을 위해 비극을 악용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파렴치한 행태다. 안전 문제를 정치화하는 선동질은 즉각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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