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통합억제

한예경 2022. 10. 3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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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러시아가 공개한 대규모 핵훈련 사진은 북한의 그것이라 해도 믿을 만했다. 연기를 뿜으며 하늘로 솟구치는 미사일과 모니터로 이를 지그시 바라보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모습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순간 러시아와 북한이 동시에 핵을 사용하는 초유의 위기가 나타날 수도 있겠다는 불길한 예감.

러시아의 핵훈련 바로 다음날 미국은 바이든 정부 첫 국방전략서(NDS)를 들고나왔다. 새 키워드는 '통합억제'다. 적을 억지하기 위해 군사력·경제외교력·강력한 동맹 등을 포괄적으로 결합한다는 의미로,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국방전략이라고 소개됐다.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를 아우르는 '확장억제'에서 한발 더 나간 것이다.

핵 억지력은 전력의 증강을 통해 전쟁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믿음에 근거한다. 전쟁이 가져올 피해를 감당할 수 없기에 피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그러나 실수로 인한 핵 사용이나 핵을 이용한 테러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푸틴 대통령이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늘 이성적으로 판단할 거라 기대할 수 없지 않겠나. 최근 국내에서 전술핵 재배치, 핵공유 등 다양한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북핵 위협에서 우리 생존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자구책을 찾자는 것이다. 지난주 서울을 찾은 워싱턴의 한 싱크탱크 인사는 "요즘 한미 간 대화에 절대 빠지지 않는 토킹포인트는 인플레이션법(IRA)"이라며 "한국은 대통령부터 실무자까지 모두 이 얘기만 한다"고 꼬집었다. IRA 때문에 한국이 동맹에 뒤통수 맞았다는 정서가 팽배했다. 하지만 지금 미국은 아시아와 유럽의 동시다발적 핵위협 앞에 '확장억제'를 '통합억제'로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은 핵우산을 말하는데 우리는 자동차 판매 대수를 따지는 모습에 그는 '뭐가 중한디'라고 반문한다. IRA 개정에 기울였던 노력만큼 한반도의 핵 억지력 확보에 신경써야 할 때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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