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세계 어디에도 공짜 노후는 없다

2022. 10. 3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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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부국 노르웨이도
개인과 회사 모두 합하면
오슬로 기준 월급의 22%
국민연금으로 내고 있어
2022년은 세계 금융시장에 참 어려운 해였다. 세계의 많은 공적연기금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부분 손실을 기록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사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예외라면 오히려 기금운용의 방식에 대하여 의문을 품어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일지라도 국민의 노후자금이 없어진다는 엄청난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글이 연말이면 더욱더 많아질 것이다.

물론 국민연금은 올해 시장 상황에서 더 배우고, 기금운용을 더 잘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올해 수익률만을 놓고 국민연금을 너무 질책하거나 비난하는 일은 상생의 연금을 만드는 데 진심이라면 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올해의 배움을 바탕으로 앞으로 국민연금을 잘 운용하기 위한 조직을 만들 수 있도록 국민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100세 시대에 사람들의 관심은 노후에 몰린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노후가 잘 보장된 나라는 어디일까? 그리고 그 나라에서는 어떤 시스템으로 노후를 보장할까? 프랑스계 투자은행 나틱스가 발표한 2022년 글로벌 은퇴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노후가 잘 보장된 나라는 노르웨이다.

노르웨이 역시 한국이나 여느 선진국처럼 국민연금, 퇴직연금 그리고 개인연금의 3중 연금구조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세부 내용은 한국과 약간 다르다. 기본적으로 은퇴 전후 소득과 생활 수준에 차이가 없도록 한다는 목표를 정하고 있는데, 대체로 국민연금으로부터 약 40% 그리고 퇴직연금으로부터 20% 정도가 보장돼 은퇴 전 소득의 60% 정도가 되도록 한다. 은퇴 후 세율은 은퇴 전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세후 가처분소득의 차이는 더 적고, 나이가 들수록 소비가 줄기 때문에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대체로 느끼지 못한다.

노르웨이에서 국민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나이는 67세다. 하지만 62세부터 신청할 수 있고 한국의 국민연금처럼 국민연금을 낸 기간, 금액 등에 따라서 수령액은 달라진다. 수령액은 두 가지 이외에 다른 기준을 고려한 연금포인트에 의해 결정된다. 배우자의 소득뿐만 아니라 장애인이나 산업재해를 당한 경우, 더 나아가 집에서 육아를 해야만 하는 경우 역시 연금포인트에 감안된다. 이외에 사회봉사 활동 등 임금을 지급받지 못해서 국민연금을 내지 못하는 경우 역시 연금포인트에서 고려 대상이 된다. 노르웨이에서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돈을 5년 이상 냈다면 연금포인트를 갖게 된다.

그럼 노르웨이 시스템 안에 있는 사람들이 받을 수 있는 최저 국민연금은 얼마일까. 이를 정하는 시스템에도 노후가 가장 잘 보장된 나라답게 철학이 담겨 있다. 매년 정부, 노동조합, 기업은 합의하에 G라는 숫자를 정하는데 1G는 1년간 한 사람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용돈이다. 그렇다. 생활비가 아니다. 2022년 1G는 11만1477크로네로 2022년 10월 환율로 따지면 1500만원 정도다. 여기에 2를 곱한 3000만원이 최저 연금지급액이다. 그리고 최저 연금지급액과 연금포인트에 의해 수령액이 정해진다. 많은 규칙이 존재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내용은 이렇다.

최고 수령액은 7.1G로 현재 환율을 기준으로 1억원이 조금 넘는 정도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13세 이후부터 쳐서 40년간 국민연금을 내야 한다.

그럼 노르웨이에서는 매달 국민연금을 얼마나 내야 할까.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라면 월급의 8%를 내고, 회사가 내는 금액은 어느 지역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수도 오슬로에 있다면 14.1%를 내야 한다. 개인과 회사를 모두 합하면 22.1%다.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다. 석유를 비롯한 엄청난 천연자원을 가지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이라 할 수 있는 공적기금운용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최고의 부자 나라에서도 공짜 노후대책은 없다.

[영주 닐슨 성균관대 SKK GSB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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