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망한 후보물질 확보” 거래 재개된 신라젠, 연내 美 임상 ‘자신감’

김양혁 기자 2022. 10. 3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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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근 신라젠 R&D본부장 인터뷰
美 J&J 15년 근무한 항암 분야 전문가
지난해 R&D 수장으로 합류
“바실리아 후보물질, 대내외 경쟁력 입증”
11월 바실리아 후보물질 도입 절차 매듭
“R&D 인력 역량 발휘하도록 지원”
박상근 신라젠 연구개발(R&D)본부장 전무. /신라젠

코스닥 상장 바이오 업체 신라젠이 이달 12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로부터 ‘상장 유지’ 결정을 받고 거래가 재개됐다. 지난 2020년 5월 문은상 전 대표 등 전·현직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가 불거지면서 거래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사유가 발생해 거래가 정지된 지 2년 5개월 만이다.

상장 폐지 기로에 섰던 신라젠은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에 다시 집중하며 체질 개선을 단행했다. 경쟁력 있는 후보물질을 도입하기 위해 철저한 옥석 가리기에 들어갔다. 신라젠은 지난 9월 스위스 제약사 바실리아(Basilea)로부터 항암제 일종인 유사분열 체크포인트 억제제(MCI) 후보물질 ‘BAL0891′ 도입을 결정했다. 총 계약 규모만 3억3500만달러(4800억원)에 이르는 큰 도입 규모였지만 대다수 전문가들도 찬성할 만큼 잠재력을 인정 받았다.

신라젠이 도입한 BAL0891은 바실리아가 지난 2018년 네덜란드의 바이오텍 NTRC 테라퓨틱스에서 도입한 물질이다. 종양을 유발하고 성장하는데 관여하는 ‘트레오닌 티로신 키나제(TTK)’와 ‘폴로-유사 키나제1(PLK1)’라는 두 가지 인산화 효소(신호전달 역할을 하는 단백질)를 저해하는 억제 물질이다.

TTK는 비정상 분열, PLK1은 세포 분열이 중기에서 후기로 넘어가는 과정에 관여한다. BAL0891은 이들 단백질의 활성을 억제해 암 세포의 비정상 분열을 유도하고 결국 스스로 사멸하게 한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신라젠 본사 내부. /김양혁 기자

신라젠의 R&D를 총괄하는 박상근 부문장(전무)의 어깨도 훨씬 무거워졌다. 지난해 10월 신라젠에 합류한 박 부문장은 미국 존슨앤드존슨(J&J)에서 15년 동안 근무하고 악텔리온 코리아 대표를 맡았던 제약 전문경영인이자 신약 개발 및 상업화 계획 분야 전문가다. 국내 제약 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약사 MBA’이기도 하다. 박 부문장은 “글로벌 제약사와 소통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R&D를 넘어 상업화까지 고려한 개발 계획 능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 부문장은 중앙대 약대를 졸업하고 미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았다. 미국 제약사 J&J의 제약부문 얀센의 한국법인 사업개발 부서장, 악텔리온 파마수티컬즈 코리아 대표를 지냈다. J&J에서 경력만 15년이다. 이후 엠투엔바이오 대표이사를 역임한 뒤 지난해 10월 신라젠 R&D부문장으로 합류했다.

신라젠은 주식 거래 재개를 계기로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유망한 후보물질과 능력 있는 전문가를 확보한 만큼 재기에 나설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는 것이다. 신라젠은 2년 이상 적자를 내던 바실리아가 올해 2월 사업부를 정리한다는 소식을 듣고 3~4월쯤부터 논의에 들어갔다. 결국 BAL0891을 포함해 최종 후보물질을 2개로 압축했고 여러 논의 끝에 도입을 결정했다.

박 부문장은 “한편에선 경쟁력이 떨어지는 후보물질을 도입한 게 아니냐는 말도 있지만 사실 바실리아는 제약회사이기 때문에 실적이 나오지 않으면 라인을 정리할 수밖에 없다”며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뜻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후보물질을 파는 회사 입장에서도 이를 사는 상대 기업의 기술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계약금과는 별개로 후보물질의 개발 단계별로 받는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후보물질이 성공적으로 신약 개발로 이어지면 더 많은 돈을 번다. 총 계약 3억3500만 달러 가운데 마일스톤은 약 3억2100만 달러에 이른다.

지난 13일 거래를 재개한 신라젠 주가. /연합뉴스

박 부문장은 “BAL0891 도입 과정에서 유럽 내 바이오텍들과도 경쟁했다”며 “바실리아가 계약금 규모도 고려했겠지만, 개발 능력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결과”라고 말했다.

박 부문장은 11월 초 바실리아의 본사가 있는 스위스로 떠난다. 반년 넘게 화상회의를 통해 진행하던 기술이전 절차의 마지막 도장을 찍기 위해서다. 그동안 신라젠은 새 후보물질을 두고 막판까지 화상회의를 통해 근거 자료와 시장성 등을 확인하는 물밑 작업을 진행해왔다. 예정대로라면 연내 미국에서 임상 1상도 시작한다. BAL0891은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1상을 허가 받았다.

박 부문장은 “R&D 부서 인력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 노력이 신약으로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이끄는 게 제 역할”이라고 말했다.

출국을 앞둔 박 부문장을 만나 신라젠의 R&D 현황 전반에 관해 물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一신라젠 합류 이전 글로벌 제약사에 근무했었다. 주로 어떤 업무를 담당했나.

“약대를 나와 외국계 제약회사에 있었다. 존슨앤드존슨(J&J)에 가장 오래있었다. 15년 다녔다. J&J에서도 여러 분야를 맡았었는데 주로 얀센에서 제약부문을 담당했었다. 얀센은 치료균, 항암제, 이뮤놀로지(면역학), 뉴로사이언스(신경학), 심혈관대사질환 등의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모두 다 경험해봤는데, 항암제와 이뮤놀로지를 가장 오래 했다.”

一약대 졸업 후 MBA를 했다. MBA를 하게 된 계기는.

“과거부터 국내 제약업계를 보면 산업적으로 글로벌 회사가 없다. 글로벌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있는데, 제품을 사업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과거부터 상업화에 관심이 많아 하게 됐다.”

一글로벌 제약사와 국내 기업에서 일하면서 느낀 차이점은.

“글로벌 제약사도 본사에서 일하지 않는 이상 신약 개발 상용화 경험을 직접 하는 것은 제약이 있다. 다만 국내 제약산업의 경우 해외 기업과 비교해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다. 글로벌 제약사에 비하면 어떤 분야에 전문화된 인원만 존재한다는 점은 한국 기업이 풀어야 할 숙제다.

글로벌 제약사의 경우 파트별로 다 같이 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 국내 제약사의 전체 R&D는 해외 제약사의 한 팀에 불과하다. 한국의 경우 신약 상업화에 성공이라는 경험에서도 미진한 부문이 있다.”

一국내 R&D 인력 부족 문제로 봐야 하나.

“한국도 인력 자체의 풀은 된다. 바이오 분야에 유학생도 많다. 다만 같이 모여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다. 신약 개발이라는 게 전문가 한두 명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조직 내 부서별로 업무를 배치하고 협업할 수 있어야 한다.”

一R&D부문장으로서 역할은.

“각 전문 영역을 이해하고 R&D 인력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부문별로 모두 각자 역할이 있다. 오퍼레이션, 허가 등의 전문 영역에서 더 전문화하고 소통하며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

一외부에서 신라젠을 볼 때 R&D 인력이 부족한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수요가 생기는 부문에서는 계속해서 인력 채용을 하고 있다. 외부에서 보는 시각은 사실 시점에 따라 다르다. 과거 세계 100개 넘는 사이트에서 임상을 진행할 때는 많은 인원이 필요했다. 현재는 임상 2상 종료된 단계이다. 인력이 많다고 중요한 게 아니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원이 배치돼 있는 게 중요하다.”

一R&D연구소 확장 이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바이러스 실험실 확장 이전을 준비 중이다. 연구 인력 수용도 해야 하고, 바이러스를 신규 제조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동물실험을 진행하고 샘플을 보관하고 분석하는 시설을 늘려야 해서 추진 중이다.”

一9월 스위스 바실리아로부터 항암제 후보물질 ‘BAL0891′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도입 배경과 진행 상황이 어떻게 되나.

“10명 안팎의 연구팀을 꾸리고 카테고리를 정했다. 새로운 신규 파이프라인을 도입해야 하는데 어떤 것을 도입해야 할지 정말 고민 많이 했다. 배제할 것은 배제하고 선호하는 것을 나눠 진행했다. 수개월 동안 일단 최대한 많이 받았다. 그러는 와중에 운 좋게 올해 2월 바실리아가 사업부를 정리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재무제표를 보면 알겠지만, 바실리아는 2년 동안 적자가 나서 정리했어야 했다. 바이오회사가 아닌 제약회사이기 때문에 수익을 내지 못하면 정리해야 한다. BAL0891은 미국 허가도 받았다. 물론 BAL0891 하나만 본 게 아니다. 최종적으로 후보물질 2개를 압축해 최종적으로 선택한 게 BAL0891이다.”

一구체적으로 언제부터 바실리아와 논의했나. 글로벌 제약사 근무 경험도 후보물질 도입에 영향을 미쳤나.

“바실리아와 3~4월쯤부터 논의를 시작했다. 이전에도 많은 회사의 후보물질을 봤었다. 여러 회사를 보면서 많은 경험이 됐다. 바실리아로서는 이전할 후보물질의 마일스톤도 고려한다. 후보물질을 전달 받은 회사가 개발 능력이 있는지 검증한다. 이 과정에서 유럽 바이오텍들과도 경쟁했다. 사실 악텔리온이 바실리아 인근에 있다. 악텔리온에서 근무했다고 하니 바실리아에서 신뢰도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一11월 스위스로 가실 예정이다. 이전까지 바실리아와 어떻게 소통해왔나.

“주로 화상회의로 소통했다. 파이프라인의 가치 구축 근거를 받아 확인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확인하는 과정들을 거쳤다. 이렇게 받은 자료는 내외부 전문가들 통해 자문을 듣는 등 여러 방면으로 검증했다. 검증 과정에는 회사명을 가리고 주어진 자료만으로만 판단하는 과정도 포함됐다.”

一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계획인가.

“R&D 총괄을 맡고 있으니 회사 전문 인원들의 시너지를 위해 역할을 할 것이다. 과거 악텔리온 재직 시절 임상 팀을 대표로 운영하며 글로벌 임상을 도맡았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신약 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 물론 임상 3상까지 가서 허가가 나지 않거나, 국가별로 승인이 나거나, 나지 않는 등 여러 사례도 많다. 다만 약들을 어떤 식으로 개발하고, 시판해야 하는지에 대한 경험을 많이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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