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책임' 보이지 않는 정부에 비판 이어져
지난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를 두고 정부의 제대로 된 재발 방지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안전재난 컨트롤타워인 행정안전부 장·차관(본부장)의 무책임한 발언에 대한 지적도 연일 이어졌다.
실제로 정부가 31일 내놓은 이태원 참사 관련 대책은 주로 유가족 등 피해자 지원에 초점이 맞춰졌다.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차관급)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을 통해 "사망자 장례비는 최대 1500만원까지 지급하고, 이송 비용도 지원한다"며 "유가족과 지자체 전담 공무원 간 일대일 매칭도 모두 완료했고, 31개 장례식장에도 공무원을 파견해 원활한 장례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상자는 건강보험재정으로 실 치료비를 우선 대납하고, 중상자는 전담 공무원을 일대일 매칭해 집중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합동분향소는 전국 17개 시·도에 설치를 완료했으며 다음달 5일까지 조문객을 받을 예정이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했다. 이에 따라 사망·실종자에 지급되는 구호금은 1인당 2000만원이다. 부상자의 경우 장해등급 1~7급은 1000만원, 8~14급은 500만원이다. 가구의 생계를 담당하던 가구 구성원이 사망·실종 부상을 당해 소득을 상실하거나 재난으로 피해를 입어 휴업·폐업해야 하는 경우 생계비 지원도 가능하다.
생계비 지원은 1인가구 45만원, 2인가구 77만원, 3인가구 100만원, 4인가구 123만원, 5인가구 146만원, 6인가구 169만원으로 7인 이상의 경우 1인 당 23만원이 추가 지급된다. 피해가구 중 고등학생이 있다면 6개월까지 수업료가 면제된다.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따른 지원은 외국인도 동일하게 받을 수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외국인 26명을 포함해 154명이다. 부상자는 중상 33명 포함 총 149명이다. 외국인은 사망자 26명, 부상자 15명이다. 유가족·부상자 등에 대해선 구호금 지원과 함께 세금, 통신 요금 등을 감면하거나 납부를 유예키로 했다.
하지만 주최자가 없는 다중밀집 행사에 대한 안전 대책에 대해 김 본부장은 "주최자가 없는 행사의 경우 거의 유례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경우에 대비한 지침이나 매뉴얼을 갖고 있지 않았는데 계속 이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어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이를 두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서울시와 용산구)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정부의 소극적 대응에도 비판이 잇따랐다. 재난 전문가들은 원칙적으로 예측도 충분히 가능했고, 이에 따른 안전관리도 모두 이뤄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함승희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우리가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하는 이유는 명확한 주최가 없더라도 대규모 군중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들에 대해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태원 핼러윈에 인파가 몰릴 수 있다고 예상되는데도 안전대책이 없었던 것은 결국 정부나 지자체가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란 점에서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정부 책임자들의 무책임한 모습도 도마위에 올랐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날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에서 헌화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경찰 소방 인력 배치 부족이 사고의 원인이었는지 의문이 든다"며 "사고대응을 위한 인력 배치에 특이사항은 없었다"고 밝혔다. 전날에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대본 긴급회의에서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던 건 아니다"라며 "통상과 달리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인력배치로 사고대응이 불가능했다는 것이 아니고 과연 그것이 원인인가에 대해 의문이 있다는 것"이라며 "역대 5~6년간 핼러윈 때 운집했던 규모에 대비해 동원됐던 경찰 인원이 특이 사항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어 "(축제 참가자가) 8만명일 때도 있었고 이번에는 13만명 정도로 30% 정도 늘었다"며 "경찰 인력도 130여명으로 40% 정도 증원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비판이 이어지자 이 장관은 "국민들께서 염려하실 수도 있는 발언을 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성호 본부장 역시 이태원 사고 중대본 브리핑을 하다 "질문 나온 거 다 소화해야 되는 건가요"라고 되물어 구설수에 올랐다. 현장에서 쏟아진 질문에 대해 대답하지 않은 채 브리핑을 마무리한 것이다.
한편 정부는 이번 주 토요일까지를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행정기관, 공공기관의 행사나 모임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모든 관공서와 재외공관에서는 조기를 게양하고, 공직자는 애도 리본을 달도록 했다. 그러면서 애도 분위기와 다른 사고 동영상, 개인신상의 무분별한 유포는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추가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자제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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