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이런 비극 다시는 없었으면
"핼러윈이니까 괜찮겠지…."
사고 발생 전인 지난 29일 저녁 8시 이태원을 찾았을 때 든 생각이다. 약 10만명이 모였다고 추산되는 인파로 저녁에 도착한 이태원 지하철역을 빠져나오는 데만 약 30분이 걸렸다. 이태원에 모인 사람들은 영화·드라마·게임 등 캐릭터 분장을 한 채 코로나 이후 노마스크의 해방감을 즐겼다. 밖으로 빠져나온 이태원 거리는 말 그대로 발 디딜 틈이 없어 걷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이런 인파를 즐기기에 바빴다. 코로나 이후 맞는 핼러윈이니만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일대에서 압사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폭이 6m로 좁은 길에서 골목마다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행인이 가득 찼고, 한순간에 대열이 산사태처럼 무너진 것이다. 사고 현장에서 희생자를 지켜보고, 경찰과 소방 등 당국이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기자 또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중앙대책본부에 따르면 31일 오전 6시 기준 이태원 압사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사망자 154명, 중상자 33명, 경상자 116명 등 총 303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외국인 사망자가 26명일 정도로 사태는 심각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인명피해 사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태원역 2번 출구 세계음식문화거리는 위험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었다. 총길이가 300m에 이르지만, 폭은 6m에 이를 정도로 비좁고 주변은 5000여 평으로 100여 개 업소가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전날 그곳을 찾을 때도 사람들이 밀려 넘어지는 등 사고가 빈번했다. 이는 당국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문제였지만, 사고는 한순간에 일어났다.
"너무 놀랍고 당황스러워 사고 소식을 계속해 보게 됐다." 이날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의 반응이다. 이들은 참사와 관련돼 피해를 입진 않았지만, 추모하기 위해 먼 길을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희생자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에서도 추모를 하기 위해 헌화를 들고 방문하는 등 따뜻한 마음이 이어졌다. 희생자들을 위해 추모하고 이런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한상헌 사회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