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주년' 노을, '지지 않는 노을' 증명한 시간(종합)

추승현 기자 2022. 10. 3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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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노을이 데뷔 20주년 앨범 '스물' 발매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 사진=씨제스
[서울경제]

그룹 노을이 지는 노을이 아닌, 떠오르는 노을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냈다. 음악의 가치와 가수로서의 영향력을 아는 이들이 보낸 시간의 결과물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하는 이들의 20주년은 짙은 색깔로 물들어 있다.

노을(강균성, 이상곤, 전우성, 나성호)이 지난 27일 새 앨범 ‘스물’을 발매하며 대중 앞에 섰다. 지난 2002년 데뷔한 이들은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이 제작한 그룹으로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 소속 보컬 그룹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들은 데뷔곡 ‘붙잡고도’부터 화제를 모았고, ‘청혼’이 결혼식 축가 대표곡으로 떠오르며 자리 잡기 시작했다.

쉽고 편한 길만 있었던 건 아니다. 솔로 활동, 군 입대 등으로 긴 공백기를 갖게 되고 JYP와도 결별했다. 이들은 거처를 옮기며 무려 5년 7개월 만에 완전체로 컴백했다. 복귀작 ‘그리워 그리워’가 큰 호응을 얻으면서 다시 각광받기 시작했고, 20년간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다. 굳건히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건 작은 구설도 없이 오롯이 음악에 집중하는 멤버들의 마음가짐 덕분이다. 이제 이들은 자신 있게 ‘장수 보컬 그룹’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됐다.

“20주년이라는 시간을 사람에 비유해 보면 딱 스무 살인 건데 정말 특별한 나이잖아요. 아이가 어른이 되는 나이고, 더 새로운 걸 경험하고 진정한 자신을 알아가는 특별한 나이죠. 지금까지 가수로서 해왔던 걸 돌아보고 앞으로 새로운 걸 시도하고 싶고 멈추고 싶지 않아요. 변화하고 싶어요.”(나성호)

20주년 기념 앨범명을 ‘스물’로 정한 것도 그런 의미다. 의미를 더하기 위해 한 명씩 자작곡을 채워 넣었다. 외부에서 받는 곡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더 솔직하게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멤버마다 색깔도 더 명확하게 드러나고 분위기도 다채로워져 만족스럽다.

“댓글 같은 걸 모니터 해보면 데뷔했을 때부터 ‘4인 4색 색깔이 있는 그룹’이라는 얘기가 많아요. 각자의 색을 보여주는 게 좋아요. 잘 구성이 돼있는 것 같아 노래를 들을 때마다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우리가 가진 개성이에요.”(나성호)

노을 이상곤(좌), 나성호 / 사진=씨제스

각자의 개성도 있지만 음악적 성향이 비슷해 조화가 잘 이뤄진다는 건 강점이다. 이를 두고 노을은 “운이 좋았다”고 표현했다. 이상곤은 “애초에 우리는 친구가 아니고, 오디션을 통해 한명 한명 뽑힌 건데 색깔이 잘 맞아 팀이 이렇게 올 수 있었다. 음악을 공유할 수 있는 게 고맙다”고 말했다.

“(박)진영이 형에게 고맙게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JYP에 제가 가장 먼저 있어서 오디션 보는 사람들을 봐왔거든요. 데뷔를 빨리해야 해서 뽑긴 해야 하는데 아무나 뽑을 수 없었죠. 우리가 JYP에서 굉장히 많은 서포트를 받고 시작하지 않았으면 어땠을지 생각해 보면 감사해요. 방시혁 형도 연습생 때부터 많이 챙겨줬고요.”(나성호)

5년 만의 컴백작인 ‘그리워 그리워’의 최규성 작곡가도 고마운 사람이다. 오랜 공백기에 대한 걱정을 말끔히 씻을 수 있는 곡이었다. 장수 그룹일수록 고민할 수밖에 없는 트렌디함을 채워준 이는 ‘너는 어땠을까’의 정키 작곡가다. 이 곡으로 10~20대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고, 음원차트에서도 롱런했다.

“데뷔 때는 (20주년을) 상상도 못했어요. 평생 음악 하고 싶다는 소원은 있었죠. 바라보는 목적지가 중요하지만 하루하루 어떻게 살아내는지가 더 중요하고 그런 게 쌓여서 목적지에 도달하는 거잖아요. 혼자 힘으로는 할 수 없어요. 그 기간 동안 좋은 분들을 만났어요.”(강균성)

“예전에는 여유가 없어서 그때밖에 못 봤거든요. 표준계약서 7년 이후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7년도 못 채우고 회사에서 나오긴 했지만 그때는 당장 오늘, 내일이 조급했어요.”(이상곤)

노을 강균성(좌), 전우성 / 사진=씨제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원동력이 된 건 팬들이다. 노을의 음악을 사랑해 주는 팬들이 있어서 여기까지 걸어올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었다.

“20년 동안 꾸준히 우리를 좋아해 준 분들도 있을 거고 좋아하다 만 분들, 이후에 좋아해 줄 분들도 있을 거예요. 그분들이 없으면 20년이 무의미할 거예요. 우리끼리 좋아서 해봤자 들어주는 분들이 없으면 의미가 없어요. 우리는 팬들을 공연장에서만 만나거든요. 공연장에 와주는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리고 얼굴을 마주할 수 없어도 멀리 계신 분들께 감사드려요.”(이상곤)

“가수를 하면서 가장 뿌듯하고 행복할 때는 팬들이 ‘힘들 때 이 노래를 듣고 위로가 됐다’고 말해주는 거예요. 전 그냥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건데 거기서 다른 사람이 위로를 받는다는 게 좋아요. 살면서 행복할 때나, 바닥까지 떨어져서 너무 힘들 때 우리 노래가 함께할 수 있었으면 해요.”(나성호)

20년을 돌아봤을 때 최고의 장면으로 기억되는 것도 팬들과 함께한 순간이다. 공백기를 갖기 전 마지막 콘서트에서 엔딩곡을 부를 때 팬들이 ‘노을 포에버’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로 이벤트를 해 준 적이 있다. 많은 생각이 들던 시점이라 멤버들은 왈칵 눈물을 쏟았었다.

“이제 노을은 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정말 힘이 됐어요. 전 노래를 부를 때 눈을 감거든요. 그러다가 눈을 떴는데 그게 보여서 울음이 터졌어요. 상곤이 형은 항상 눈을 감고 있는데, 멤버들이 계속 노래를 못하니까 무슨 일이 있나 해서 눈을 떠보니 다 울고 있었던 거죠. 성호만 안 울었어요.”(웃음)(강균성)

“데뷔하고 3년밖에 안 된 때였어요. 감정이 올라올 상황이 아니었어요. 현실감이 없었던 거예요.”(나성호)

“(우리가) 끝난다고 생각해서 운 게 아니고 감동이었어요. 저도 (최고의 순간으로) 똑같은 장면이 떠올랐는데, 균성이가 얘기해 주니 공감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네요.”(이상곤)

그룹 노을 / 사진=씨제스

노을은 20주년에 대한 여러 소회를 밝히긴 했지만, 특별한 의미를 두고 있진 않다. 멤버들끼리 따로 이야기를 나눈 것도 없다. 늘 하던 것처럼 컴백하는 것이고, 앞으로도 해야 할 것을 하는 것뿐이니. MZ세대까지 아우르며 더 길게 가기 위해서는 더 많이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우리 스타일에 너무 머무르지 않으려고 해요. 미세한 차이이긴 하지만 계속 변화하고 있어요. 그런 걸 계속 신경 쓰고 있어요. 그렇게 해야 올드하다는 느낌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지 않나 싶어요.”(전우성)

“발라드라는 게 다 비슷비슷하게 들릴 수 있지만 사실 저흰 그 안에서 치열하게 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듣는 입장에서는 크게 뭐가 변화했는지 모를 수도 있죠. 그래도 조금이라도 이 안에서 다른 점을 찾으려고 해요.”(이상곤)

노을 강균성 / 사진=씨제스
노을 강균성 / 사진=씨제스

한동안 강균성이 ‘예능 치트키’로 불리는 등 음악 외적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지만, 공연으로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 강균성은 “나가고 싶은 프로그램도 있지만 화제성이 있어야 한다. 난 화제성이 바닥이 났다”고 솔직하게 운을 띄워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예능이라는 건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이 많아서 내가 끼어들 수 없다”며 “지금 이 시간을 잘 누리고 있다. 예능에 나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내가 나가서 잘 할 수 있을지 염려도 된다”고 밝혔다.

“전국투어를 해요. 많관부(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지난 6월에도 콘서트를 했는데 오랜만에 각자 각양각색 무대를 준비하니 팬들이 좋아해 줬어요. 이번에도 솔로 무대가 있고요. 발라드만 주야장천 부르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는데 관객들과 호흡하는 시간들이 많아요.”(강균성)

“지난해 전국투어는 함성도 안 되고 대화 나누기도 힘들었어요. 그게 너무 가슴 아프고 관객들은 재미없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슬펐어요. 올해부터는 야외에서 마스크도 해제되고 공연장에서 마음껏 소리 지르고 대화 나눌 수 있을 거 같아 기대됩니다.”(이상곤)

노을 나성호 / 사진=씨제스
노을 전우성 / 사진=씨제스

보컬 그룹으로 20년간 자리를 지켜온 노을이기에 책임감도 더 크다. 답습하지 않고 신선하게 변화하며 정체성을 확고히 하려 한다. 듣는 이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이지 리스닝 곡에 도전하는 것은 가장 가까운 목표다.

“데뷔했을 때는 보컬 그룹이 붐이었어요. 지금도 활동하는 분들이 있긴 하지만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하는 분들이 많죠. 요즘은 메인스트림 자체가 아이돌이나, 보여주는 비주얼적인 음악이잖아요. K팝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인데 특정 스타일을 떠올리고요. 우리나라에 다양한 음악을 잘하는 사람이 많은데 편중이 심하죠. 우리가 발라드 그룹으로 몇 안 되는 팀이 됐으니 계속 잘하고 싶어요. 한국에 이런 스타일의 노래만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하면서, 우리 스타일을 이어나가고 싶습니다.”(나성호)

추승현 기자 chu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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