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1위 OTT된 `티빙+시즌`… 넷플에 도전

김나인 2022. 10. 3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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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시장경쟁 문제없어" 승인
합산점유율 18%로 '웨이브' 추월
합병법인으로 글로벌 진출 주목

티빙과 시즌 합병 승인으로 웨이브를 제치고 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 2위 사업자가 탄생하게 됐다.

토종 OTT 가운데서는 1위로 부상해 향후 OTT 새판짜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토종 OTT가 세를 모은 가운데 현재 국내 OTT 시장 1위인 '콘텐츠 공룡' 넷플릭스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3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CJ ENM 자회사 티빙의 KT 시즌 흡수합병을 승인했다. 공정위는 이날 CJ그룹 티빙이 KT그룹 시즌을 흡수 합병하는 기업결합을 심사한 결과 "OTT 서비스, OTT 콘텐츠 공급 등 관련 시장의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이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양사 합병법인은 예정대로 12월 1일 출범하게 된다. 합병법인은 티빙이 KT 시즌을 흡수합병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시즌의 100% 지분을 보유한 KT스튜디오지니가 합병법인의 지분을 취득해 3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양사 합병 비율은 티빙 대 시즌이 1대 1.5737519다.

합병법인은 콘텐츠 경쟁력을 내세워 국내 영향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현재 OTT 시장에서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기준 올해 1∼9월 평균 시장 점유율은 티빙과 시즌이 각각 13.07%, 4.98%를 기록하고 있다. 각각 시장 3위와 6위 사업자다. 두 기업의 점유율을 합산하면 18.05%로 웨이브(14.37%)를 제치고 토종 OTT 중 1위로 올라선다. 다만 국내 OTT 독보적 1위 사업자인 넷플릭스(38.22%)와 비교하면 절반도 못 미친다.

공정위 측은 "두 회사 합병시 시장 점유율 2위 사업자가 되지만, 1위인 넷플릭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어서 단독으로 구독료를 인상하거나 콘텐츠를 독점적·배타적으로 공급할 가능성이 작거나 없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지난 7월 14일 합병 결정을 발표했다.

공정위 측은 "티빙과 시즌 간 기업결합은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는 없으면서도 양질의 콘텐츠를 더 효과적으로 수급할 수 있고 콘텐츠 제작에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합병 OTT 출범으로 이어지므로 궁극적으로 OTT 구독자들의 후생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넷플릭스·웨이브 등 기존의 시장 점유율 상위 사업자와 더 치열하게 경쟁해 산업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과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 OTT 출범으로 국내 OTT 시장의 지각변동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합병법인은 스튜디오 관계사들의 협력을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튜디오드래곤과 글로벌 스튜디오 피프스시즌(전 엔데버콘텐츠), CJ ENM 스튜디오스와 KT스튜디오지니까지 4개 스튜디오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특히 KT스튜디오지니는 최근 돌풍을 일으키며 넷플릭스 글로벌 1위를 차지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기획·투자한 경험이 있는 만큼 역량 발휘가 기대된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개척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티빙은 SF 드라마 '욘더'를 시작으로 글로벌 파트너 파라마운트와 협업해 향후 2년간 7개 작품을 공동 제작해 글로벌 시장에 공개할 계획이다. 일본, 미국, 유럽 등 직접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합병의 최대 관건으로 꼽혔던 공정위 심사라는 산을 넘어선 두 회사는 약 한달 가량 남은 합병법인 출범을 위해 콘텐츠 이관, 인력 관련 세부사항 논의 등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시즌 인력 일부는 티빙에 합류할 예정이다. 콘텐츠 이관의 경우 제작사와 IP(지식재산권) 소유권이 다른 만큼 양사간 최종 협의를 거칠 전망이다.

티빙 관계자는 "합병기일에 맞춰 시즌 기존 가입자들이 혼선을 겪지 않도록 최대한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즌은 합병법인 출범 전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다. KT와의 협력으로 KT IPTV 및 통신서비스와 묶은 결합상품 출시도 예상된다. 지난 6월 KT는 자사 5G 초이스 요금제에 티빙을 추가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에 대해 치열해지는 국내 OTT 시장구도 속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자구책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내 콘텐츠 1위 사업자와 이동통신 2위 사업자가 협업해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만큼 넷플릭스와 자웅을 겨룰 만한 사업자가 탄생했다는 평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이번 합병법인은 2016년 넷플릭스의 한국 시장 진출 후 국내 OTT 시장에서 가장 큰 사건"이라며 "이를 계기로 OTT 시장의 인수합병이 활발해지고, 글로벌 스튜디오 인수 등 여러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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