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P] "지금은 힘 모을 때" 여야 정쟁 자중 속 예산심사 시작
서울시는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인 11월 5일까지 서울광장에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운영한다. 정쟁으로 갈등이 극에 달하던 여야도 협력을 강조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31일 비대위원회의에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책을 만드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이라며 후속대책 마련에 방점을 찍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일체의 정치활동을 중단하고 정부의 사고 수습과 치유 대책에 전적으로 협조하기로 한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필요한 협력은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서울광장 이태원 사고 합동분향소를 찾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좀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여러 가지 정책에 있어서 머리를 맞대고 서로 협력을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의힘은 일체의 정치활동을 중단하고 안타깝게 희생되신 154명의 넋을 위로하는 시간을 갖고 정부의 사고 수습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데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31일 페이스북에 "국민적 슬픔을 당파적 분노로 전도시켜서는 안 된다"며 "비극적 사고가 혼란과 갈등, 정쟁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움직임에 경계하는 것 역시 초당적 협력에 포함된다"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레고랜드 사태 관련 고위당정협의회와 토론회를 취소했다. 다음 달 1일 출범 예정이었던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도 연기했다. 또한 정치 구호성 현수막 철거를 요청하는 등 행동 수칙을 제시하며 자중에 나섰다.
민주당 당 대표실 벽면의 현수막이 "야당 탄압 규탄"에서 "힘을 모읍시다"로 31일 교체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0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민주당은 다른 어떤 것도 다 제쳐두고 정부의 사고 수습과 치유를 위한 노력에 초당적으로 적극 협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가까운 시일 내에 '대장동 특검'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었지만 연기가 유력해졌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0일 오전 소속 의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의원님이나 당 명의로 거리에 게첩한 정치 구호성 현수막은 신속히 철거해달라"고 요청했다. 박 원내대표는 "당국이 사고 수습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격려하면서 국회와 당 차원의 요청에 무조건 협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자중의 목소리가 나왔다.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30일 페이스북에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서 출퇴근하는 희귀한 대통령 윤석열 때문이다"라며 "무능한 정부의 민낯"이라고 주장했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30일 긴급 최고위원회의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남 부원장의 게시글은) 개인 의견"이라며 "그런 내용의 페이스북은 적절하지 못했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당의 입장을 일축했다.
이태원 참사 수습을 위해 정쟁을 멈추는 데는 여야가 뜻을 모았다. 하지만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법정 기한 내 예산안 처리는 만만치 않다. 잠재된 갈등 대상이다. 야당은 법인세 등 감세 기조 속에 서민 예산을 줄였다고 반발하며 대대적인 손질을 예고해 왔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로 자중 분위기 속에 안전 인프라 마련을 위한 예산에는 이견이 있기 어려워 보인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회의에서 "이번 예산 국회에서 국가 사회안전망을 전면 재점검하겠다"며 "안전 인프라를 선진국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할 방안을 찾아내고 예산을 제대로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1월 4일 예산안 공청회를 열고 7일부터 15일까지 질의와 심사를 벌인다. 동시에 각 상임위원회도 소관 부처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진행한다.
[이슬기 인턴기자/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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