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4~5명 ‘밀어’ 외쳐” “‘토끼 머리띠’ 남성 무리”…목격자 증언 책임 물을 수 있을까

정은나리 2022. 10. 3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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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밀어” 외친 인물들 수사 여부 검토 중… “자발적 인파, 책임 대상 특정 어려워” 전문가 의견도
이태원 참사현장 합동감식반이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사고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공동 취재사진
 
지난 29일 발생한 이태원 압사 참사 관련해 사고 원인을 두고 현장에서 “밀어”라고 외치며 군중들을 고의로 민 무리가 있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압사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생존자 A씨는 3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골목길 행렬 뒤에서 4~5명의 남녀가 ‘밀어’라고 외쳤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인파 속에서 거의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있었다”며 “이리저리 떠밀리고 움직일 수 없었던 시간은 30분에서 40분 정도로 체감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네다섯 명의 남성과 여성분들이 ‘밀어라’는 말을 시작했다. 그 이후에는 여러 명이 그 말을 따라하고 미는 압박이 더 강해져서 결국 제 뒷부분까지 저를 밀게 된 상황이었다”라고 했다.

“앞에서 ‘뒤로, 뒤로’라고 외치는 것을 왜 뒤에서는 안 들렸나”라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뒤에서는 자신들이 ‘밀어, 밀어’ 이렇게 외치고 있으니 (클럽에서 나오는) 노랫소리도 커서 앞쪽에 많은 분이 ‘뒤로, 뒤로’라고 하는 걸 못 들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A씨는 또 “(앞쪽에서) 비명이 들렸는데 (뒤쪽에선) 사람들이 신나서 더 지르는 줄 알고 더 밀었던 것”이라고도 했다.

소셜미디어(SNS) 등에서는 사고 현장을 빠져나온 사람들이 “내리막 골목 위쪽에서 ‘밀어! 밀어!’ 등의 말이 나온 뒤 순식간에 대열이 무너졌다”는 공통된 증언들이 이어졌다. 현장에 있었던 일부 개인방송 BJ나 유튜버들도 “밀어”를 외친 무리가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네이버 카페를 통해 당시 상황을 전한 B씨는 “20대 후반, 가르마 펌에 토끼 머리띠를 한 남성이 자기 친구들을 향해 밀자고 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이 무리가 미니까 앞에서 순간적으로 우수수 넘어졌다. 사람들이 넘어지면서 공간이 생기니까 좋다고 앞으로 쭉쭉 가며 또 넘어졌다. 이 상황이 반복되면서 뉴스에 나온 것처럼 끔찍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건물 2층에서 사고 당시 상황을 지켜봤다는 목격자 C씨도 유튜브 댓글을 통해 “토끼 귀 머리띠 한 사람과 그 친구들 무리 6명이 150명을 죽였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뒤로! 뒤로!’였는데 그 사람이 친구 4~5명과 ‘밀어! 밀어!’로 선동해서 ‘밀어’로 바뀌었고, 사람들이 밀기 시작했다”며 “앞에 사람들이 넘어졌는데도 계속 밀다가 저희 층에서 그만하라고 물건 던지고 소리치니까 앞의 상황을 확인하고 친구들과 도망갔다. 꼭 잡아서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당시 현장이 매우 혼란스러웠던 만큼 문제의 발언이나 행동이 나오게 된 맥락을 정확히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사실관계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추측성 마녀사냥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추모공간을 찾은 조문객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뉴스1
경찰은 사고가 난 골목 주변 CCTV 영상을 모두 확보해 사고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정례간담회에서 “현장 주변 CCTV뿐 아니라 사설 CCTV 42개소에서 총 52대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으며, SNS에 올라온 영상물에 대해서도 정밀 분석하고 있다”면서 “목격자 조사, 영상 분석 등을 통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확한 경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수사 초기여서 입건 대상자는 아직 없다”며 확대해석에 선을 그었다.

경찰은 사고 당시 맨 뒤편에서 “밀어”라고 외친 것으로 알려진 인물들의 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이날 정례간담회에서 ‘사고 났을 때 토끼 귀 머리띠를 착용한 인물이 밀라고 말했고, 인근 업소는 (사람들이 못 들어가게) 문을 닫았다는데 이는 위법인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관계자는 “그 부분도 포함해 관련자 진술과 영상까지 검토해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진술의 신빙성과 영상을 합동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은 ‘사고가 발생한 골목길 위쪽에서 일부 시민이 앞 사람을 밀었다는 다수의 진술이 있는데 수사를 진행 중인지’ 묻는 취재진 말에 “목격자 진술이 엇갈려 추가로 경위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목격담이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특정 주체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도 나온다. 좁은 공간에 대규모 인파가 몰려 엄청나게 많은 압력이 가해진 상황에서 사고 책임을 특정 개인이나 일부 무리에게 묻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염건웅 유원대학교 경찰소방행정학 교수는 YTN 인터뷰에서 “자발적으로 모여 있던 인파이고, 이 상황에서 어떤 특정한 업체나 개인 또는 지자체 등 (사고 책임) 대상을 특정하기 곤란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드린다”고 말했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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