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재해석…젤렌스키가 기획한 애니메이션 '걸리버 리턴즈'

김정진 2022. 10. 3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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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풋 왕국 사람들은 40년 전 자신들을 위기에서 구해냈던 거인 걸리버의 귀환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걸리버는 단 한 번도 거인인 적이 없었지만 릴리풋 왕국에서 전해져 내려온 걸리버란 존재는 '산처럼 커다란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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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걸리버 리턴즈' [박수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릴리풋 왕국 사람들은 40년 전 자신들을 위기에서 구해냈던 거인 걸리버의 귀환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그가 돌아오기로 한 날, 한껏 들떴던 마을 분위기는 걸리버의 등장과 함께 차갑게 식어버린다. 자신을 걸리버라고 소개하며 등장한 사람은 너무나도 작고 평범한 남자였기 때문이다.

졸지에 사기꾼 취급을 받게 된 걸리버는 감옥에 갇히고, 재판에서는 사형을 선고받는다.

내달 개봉을 앞둔 애니메이션 '걸리버 리턴즈'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를 비틀어 거인의 의미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걸리버 리턴즈' [박수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걸리버는 단 한 번도 거인인 적이 없었지만 릴리풋 왕국에서 전해져 내려온 걸리버란 존재는 '산처럼 커다란 영웅'이다. 40년 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우던 걸리버의 모습을 본 병사들이 전한 목격담 때문이다.

릴리풋 사람들은 거인이 아닌 걸리버에게 실망하고 분개한다. 하지만 각종 기계와 기술로 무너진 성벽을 보수하고, 수로 문제를 해결해내는 그를 보며 서서히 걸리버의 존재감은 거인처럼 커진다.

다시 시민들의 마음을 얻어낸 걸리버는 "거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건 단순히 커다란 손이나 발, 무서운 목소리가 아니라 행동과 자신감"이라며 "모두가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영화는 타고난 체구와 능력이 아닌 용기와 지혜를 기준으로 '거인'이란 존재를 새롭게 정의한다.

애니메이션 '걸리버 리턴즈' [박수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우크라이나 독립 3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이 작품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기획하고 공동 집필한 영화이기도 하다.

젤렌스키는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크바르탈95'를 이끌던 2017년 우크라이나 독립 30주년 프로젝트에 관한 논의 당시 몸집이 큰 거인이 아닌 '거대한 용기를 가진 걸리버'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젤렌스키의 생각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에는 "저도 거인이 될 수 있을까요?"라 묻는 아이에게 "너 자신을 믿고 따른다면 분명히 거인이 될 수 있을 거야"라고 답하는 걸리버의 모습, "단지 덩치가 크다고 거인이 되는 것은 아니란다. 커다란 포부와 그것을 끝까지 해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거인이 될 수 있단다"라는 국왕의 대사가 등장한다.

애니메이션 '걸리버 리턴즈' [박수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발발하기 전 만들어졌지만, 극 중 약소국 릴리풋과 이를 정복하기 위해 수천 명의 군사를 동원한 블레퍼스큐의 관계는 현재 두 국가의 상황을 연상케 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블레퍼스큐의 대사들은 릴리풋을 찾아와 막대한 군사력을 앞세워 "싸워서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작은 나라 릴리풋을 포기하고 바치라"고 강요하는 모습, 릴리풋 국왕이 이를 거부하자 "오히려 거부하길 바랐다"며 기다렸다는 듯 공격을 시작하는 블레퍼스큐 총독에서 묘한 기시감을 느낄 수 있다.

'주토피아'(2015), '빅 히어로'(2014) 등 인기 애니메이션 제작진이 참여한 작품인 만큼 애니메이션 그 자체로서의 재미도 충분하다.

'걸리버 리턴즈' 한국 수입·배급사 박수엔터테인먼트는 "수익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극복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11월 3일 개봉. 79분. 전체 관람가.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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