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투자 중단 없다"···화학업계, 반세기 역사 조용히 기려
"업황 어렵지만 친환경 등 장기 비전을 위한 투자는 흔들림 없이 진행될 것이다."
3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 14회 화학산업의 날' 기념식 행사에 모인 국내 화학업계 고위 경영진들은 이같이 입을 모았다.
화학산업의 날은 국내 화학산업 기틀이 된 울산 석유화학단지를 준공한 1972년 10월31일을 기념해 지난 2009년부터 개최, 올해로 14회째를 맞이했다. 지난 2020~2021년 코로나19(COVID-19) 유행으로 소규모 비공개 행사로 치러오다 올해 3년 만에 정상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문동준 한국석유화학협회장, 화학산업 발전 유공자 및 산학연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이태원 대규모 참사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함께 엄중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애도기간임을 감안해 당초 계획됐던 만찬 행사도 취소됐다.
화학업계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하반기 들어 전반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나타내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 국내 대표 화학업계 경영진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밝혔던 조 단위의 대규모 친환경 투자를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석유화학협회장을 맡고 있는 문동준 금호석유화학 사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업황이 무척 어렵다"면서도 "신성장 동력 육성 및 친환경 투자는 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금호석유화학그룹은 지난 6월 전기차 및 바이오·친환경 소재 등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기존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향후 5년간 6조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밝혔었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화학군 총괄대표 및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도 "시황은 좋거나 나쁠 수 있지만 10년에 걸쳐 달성할 장기 비전이 바뀌면 안된다"며 "세워둔 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케미칼도 올해 5월 '롯데케미칼 2030 비전&성장전략' 간담회를 통해 향후 수소에너지, 배터리, 리사이클·바이오 플라스틱 등 3대 신사업 분야에 2030년까지 11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동박 기업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53.3%를 2조7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었다. 김 부회장은 "(각국 공정거래 심사 절차 등을 포함한)인수 절차는 이르면 내년 2~3월께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도 투자 재검토 계획은 "없다"고 단호히 강조했다. SK지오센트릭은 지난해 8월, 2025년까지 국내외 5조원을 투자,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주도하는 세계 최대 규모 도시유전 기업으로 성장해 나간다고 밝혔다.
이같은 업계 의지를 반영해 정부도 업계 친환경 전환 계획 이행을 뒷받침한다. 이날 장 차관은 축사를 통해 "석유화학기업의 원료 및 연료전환을 위해 친환경 투자 확대를 적극 지원,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우리 화학산업이 반세기 만에 글로벌 4위로 성장한 것은 화학산업인들의 노력과 헌신 덕분"이라며 "화학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공정 혁신과 친환경 투자 확대를 위해 기업과 함께 지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자원순환 기술 개발, 석유화학산단 인프라 구축, 합리적인 규제 개선 및 인센티브 지원 등을 통해 친환경 원료전환을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 친환경 연료전환을 위해 민관협의체 구성 및 기술협력을 진행할 뿐만 아니라 법적 근거와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석유화학 뿐 아니라 정밀화학, 플라스틱 산업의 경쟁력 강화, 고부가가치로의 전환-육성을 위한 정책지원 방안을 마련해 연내 발표한다.
문 회장은 기념사에서 "화학산업 미래는 우리가 맞이하게 될 새로운 도전에 대한 대응능력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런 때일수록 기초체력을 든든히 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와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석유화학인들은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세계 수준 경쟁력 확보를 위해 2050년 탄소중립을 차질없이 실천해나가고 외부 요인에 의한 충격을 최소화하도록 획기적으로 늘리는 동시에 산업 안전에도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화학산업 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 및 기술력 향상을 통해 이차전지 분리막용 폴리올레핀 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한 대한유화의 이순규 회장이 은탑 산업훈장을 받았다.
또 독자적인 기술 확보 및 국내 유일의 알킬벤젠 공급사로서 세계시장 점유율 5위를 달성중인 이수화학의 류승호 사장이 동탑 산업훈장을 받았다.
이밖에 자동차용 플라스틱 부품 개발 및 안전부품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한국자동차연구원 양정직 본부장이 산업포장을 받는 등 총 42점의 정부포상 및 장관표창이 수여됐다.
아울러 이날 행사에서는 미래 화학인재 육성을 위한 전국 고교생 대상 화학 축제인 '제19회 화학탐구 프런티어 페스티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9개팀과 우수 지도교사에 대한 시상도 함께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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