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서 본 서울의 저력에 놀라…韓미술 알릴 것"
"아시아 시장 비중 41%로 성장
홍콩에 신사옥 열고 경매전시"
1796년 영국 런던에 설립된 '세계 3대 경매사' 필립스 옥션의 한국 사무소를 이끌게 된 서민희 대표(47)는 "2021년 한국 시장의 경매 낙찰률이 전년 대비 323%에 달할 만큼 성장세가 폭발적이고 기대감도 커서 사실은 어깨가 무겁다"고 취임 소감을 털어놨다. 지난 31일 한국 사무소에서 인터뷰한 서 대표는 "프리즈 서울 기간에 젊은 작가 전시 '뉴 로맨틱스'를 열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매년 한 차례는 전시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 대표는 12년간 케이옥션에서 근현대미술 부문 스페셜리스트이자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미술 경매 시스템을 충분히 안다고 생각하고 글로벌 경매사에 뛰어들었지만 시스템이 많이 달랐고, 한국 시장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남다르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홍콩에서 아시아 경매를 주관하는 소더비, 크리스티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의 경매 계획은 없지만 국내 컬렉터들의 경매 중계와 한국 작가들의 해외 진출에는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서 대표는 "한국 작가를 소유한 해외 컬렉터들이 경매 출품이나 전시를 기획하면서 한국 사무소에 자문을 정말 많이 한다. 그동안 국제 경매 시장에는 단색화 일색의 작품만 출품돼왔지만 최근 한국 젊은 작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우리 역할도 새로운 한국 작가를 알리는 목소리를 더 크게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필립스의 장점은 '초현대미술'(1984년생 이후 작가)에 있음을 강조했다. 고전미술 대신 20·21세기 미술 경매만 여는 필립스는 MZ세대 컬렉터 증가의 수혜를 크게 받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필립스는 구사마 야요이, 루시 불 등 특히 여성 작가의 경매 신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아시아 시장 성장세에도 필립스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상반기 매출 7억4600만달러(약 1조613억원)는 작년 상반기 대비 37% 성장한 수치이고, 아시아 지역 매출이 41%를 차지했다. 구매자 35%는 아시아의 밀레니얼 컬렉터다. 내년 봄 홍콩의 랜드마크가 된 서구룡 문화지구의 M+ 뮤지엄 빌딩 맞은편에 6층 규모 신사옥을 열고 경매와 전시를 진행한다. 아시아 최대 규모 경매장이 신설되는 것이다.
다만 올 하반기 들어 국내 경매 시장은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그는 시장을 어떻게 전망할까.
그는 "IMF도 금융위기도 몸소 겪었다.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진 않는다. 가장 긍정적인 것은 경매, 전시, 아트페어에 참여하는 미술 인구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젊은 세대가 중심이 돼 굉장히 대중화가 됐다는 점이 큰 희망"이라면서 "프리즈 개최도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 쇄국정책이 개방정책으로 바뀐 것에 비유하고 싶다. 서울에서도 홍콩이나 바젤 못지않은 작품을 살 수 있다는 건 큰 변화이고 미술 시장 다양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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