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슬라’ 쓸어담은 서학개미…그러나 주가 향방은 안갯속

노자운 기자 2022. 10. 3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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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한 달 간 테슬라 6400억 순매수
머스크 매도 우려에 200달러선까지 내려
‘트위터 리스크’ 해소에도 악재 여전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왕좌’를 탈환했다. 이달 국내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돈을 6400억원 흡수하며 순매수액 1위 자리를 되찾은 것이다. 2위 종목인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보다 4배 이상 많다.

트위터 인수 완료를 목전에 둔 일론 머스크 CEO가 보유한 테슬라 주식을 더 팔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주가는 200달러선까지 밀렸고, 이에 국내 투자자들은 ‘이백슬라’를 쓸어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로이터연합뉴스

현재는 머스크의 지분 매각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됐으나, 증권가에서 테슬라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불안하다. 3분기 실적이 기대치에 못 미친 데다 중국에서는 판매 부진 끝에 가격 인하를 결정했고, 회사에서 제시한 ‘연간 50% 성장’ 목표는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풋옵션 트레이더들은 테슬라 주가가 현 수준보다 하락할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 트위터 인수 앞두고 ‘머스크 리스크’ 우려했으나…200달러선에서 ‘줍줍’

3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10월 들어 테슬라 주식을 4억5248만달러(약 6450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테슬라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서학개미들의 외면을 받은 바 있다. 9월 한 달간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 주식을 2억6000만달러(약 3700억원)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 테슬라에 대한 매수 심리가 회복된 것은 머스크 CEO의 트위터 인수와 관련한 불확실성 해소 때문으로 풀이된다. 머스크는 지난 28일(현지 시각) 트위터를 440억달러(약 63조원)에 인수하는 절차를 완료했다.

그동안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테슬라 주식을 대량 매도해왔다. 올해 4월과 8월 340건의 매매 거래를 통해 154억달러(약 22조원) 상당의 1700만여주를 팔았다. 나머지 인수대금 가운데 130억달러(약 18조원)는 대출로, 70억달러(약 10조원)는 개인 및 기관 투자자들의 출자를 통해 조달했으나 여전히 50억~80억달러(7조~11조원)의 현금이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에서는 트위터 인수대금 납입 기한인 28일까지 머스크가 테슬라 주식을 더 팔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머스크는 테슬라의 3분기 실적 발표일인 19일 장 마감 이후부터 주식 매도가 가능했는데, 실제로 그 다음날 거래량이 1억2000만주 이상으로 급증하며 주가가 장중 202달러까지 급락하자 시장에서는 머스크의 대량 매도를 추측했다. 서학개미들의 주식 매수가 집중된 날도 이날이었다. 하루 만에 총 5553만달러(약 79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그러나 머스크는 테슬라 주식을 추가 매도하지 않고 트위터 인수를 완료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정에 따라 회사 내부자는 주식 매매일로부터 2거래일 안에 ‘양식(Form)4′를 제출해야 하지만, 머스크의 매도 건은 지금까지 보고되지 않은 상태다. 가장 최근 주식을 판 테슬라 내부자는 잭 커크혼 CFO(10월 4일)였다.

미국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는 “머스크는 수십억달러를 이미 보유하고 있어 테슬라 주식을 더 팔지 않은 것 같다”며 “어쨌든 테슬라 인수가 완료됐다는 것은 머스크의 지분 매도에 대해 더이상 염려할 필요 없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트위터 로고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로이터연합뉴스

◇ 차량 인도 차질, 中 판매가 인하 등 악재 여전

한 고비를 넘었지만 테슬라의 주가 향방은 여전히 안갯속에 있다. 우선 3분기 매출액이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지 못하며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가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테슬라의 3분기 매출액은 214억5000만달러(약 30조원)로, 금융 정보 업체 레피니티프가 집계한 월가 예상치(219억6000만달러)에 못 미쳤다. 물류 차질 때문에 인도량이 예상치에 부합하지 못한 탓이다.

테슬라의 3분기 인도량은 총 34만3830대로, 팩트셋이 집계한 예상치(37만1000대)보다 적었다. 미 달러화의 강세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공급 병목 현상이 지속되며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회사측은 올해 4분기 안에 50만대의 차량 인도가 불가능하다고 인정한 상태다. 이는 올해 50%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조건이다.

배런스에 따르면, 테슬라의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목표주가는 287달러로 종전 대비 4% 이상 하락했다. 애널리스트들은 테슬라의 대당 판매 수익이 1분기 1만5700달러에서 3분기 1만4300달러로 줄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중국 내 전기차 값을 인하하기로 했다는 소식 역시 테슬라 주가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지난 24일 테슬라는 중국 홈페이지를 통해 ‘모델3′와 ‘모델Y’의 판매가 인하를 공지했다. 모델3의 최저 판매가는 종전 대비 5% 내린 26만5900위안(5200만원)으로 책정됐다. 모델Y의 최저가는 28만8900위안(5600만원)으로 8.8%나 내렸다.

실제로 옵션 트레이더들은 테슬라 주가가 현 수준에서 더 하락할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11월 4일 만기의 행사가 200~225달러짜리 풋옵션에 수요가 몰려있다. 풋옵션은 특정 시기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행사가가 200달러라면, 풋옵션 보유자는 주가가 200달러 밑으로 떨어져야만 권리를 행사해 차익을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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