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자 부당전보 머니투데이 대표에 벌금형 선고
검찰이 지난해 9월 약식기소, 같은 해 10월 법원이 직권으로 재판으로 넘겨
재판부 "취재조사비 미지급 고의 인정" "부당전보도 인정"
박종면 머니투데이 대표 재심 여부 묻자 "생각해볼 것"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2019년 남녀고용평등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박종면 머니투데이 대표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18단독(부장판사 박희근)는 31일 오후 머니투데이 법인과 박종면 머니투데이 대표가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혐의에 벌금 500만 원을,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혐의에 대해서도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머니투데이 A기자는 2016년 9월 입사 이후 미래연구소 소속 직속 상사 강아무개 소장의 성추행이 지속적이었다며 2018년 4월 사내 고충처리위원회에 피해 사실을 알렸다. 한 달 뒤인 같은 해 5월 A기자는 돌연 자신의 의사와 무관한 곳으로 발령받고 '연구원'이라는 직책을 달게 됐다. 당시 도아무개 부사장을 통해 업무지시를 받았고, 기사를 작성하긴 했으나 외부 취재는 제한됐다. 재판 과정에서 강아무개 소장은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의 인척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머니투데이는 미래연구소 속속 A기자가 입사 이래 '편집국 기자'가 아니라며 취재비를 주지 않았다. 그러나 피해자는 머니투데이 편집국 소속 기자임이 수사과정에서 밝혀졌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피해자인 A기자가 2018년 4월 고충위에 신고한 뒤 한 달 후인 같은 해 5월 자신의 의사와 무관한 곳으로 발령받아 연구원이라는 직책으로 '부당전보'된 사실에 대해 박종면 대표이사의 고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부당전보를 당한 뒤 도아무개 부사장의 지시로 외부취재 활동을 제한받은 '직무배제' 쟁점에 대해서는 박종면 대표이사와 도 부사장 사이의 공모 관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머니투데이 취업규칙을 보면 취재조사비는 정규직 기자에게 지급한다고 단정적으로 규정해놓고 있고 차별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피해자와 피고인 회사와 체결된 인턴계약서와 고용계약서 등을 살피고, 사내 인트라넷 정보를 보면 피해자는 평사원이 아니라 기자직으로 활동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실제 피해자는 취재 업무를 담당했고 기자로 평가받았다. 종합하면 피해자는 취업규칙에 따라 취재조사비를 줘야 하는 정규 기자로 보는 게 타당하다”며 근로기준법 위반이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016년 9월 인턴기자로 시작해 정기자가 된 A기자가 재직하는 내내 대표이사가 같았다는 점을 짚었다. 재판부는 “박종면은 2016년 9월 피해자가 인턴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도 결재자로 근무했고, 미래연구소 소속 기자로 채용할 당시에도 대표이사로 근무했다”며 “당시 기자 여부나 취재비 지급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또 취재비가 지급돼야 한다는 취지로 미래연구소장이 진술한 내용 등을 종합해보면 관행이라는 이유를 들면서 취재비를 미지급한 박종면에게 취재비 미지급 고의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 소송대리인인 안지희 법무법인 변호사는 31일 미디어오늘에 “회사 쪽에서 피해자가 정규직 기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그 부분을 계속 다퉈왔는데 그 부분을 명확하게 확인해준 판결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지희 변호사는 “피해자가 계속 회사에 다녀야 하는 상황이라서 하루라도 빨리 재판 결과가 나왔어야 했는데 검찰에서 무책임하게 너무 오랫동안 사건을 갖고 있었다. 이중삼중 고통받았다. 끝내 검찰의 구형도 500만 원 수준이고, 법원에서도 500만 원만 선고된 게 아쉽다”고 지적했다.
피해자인 A기자는 “선고 결과가 피고인들이 저지른 죄질에 비해 너무 낮게 나와서 아쉽지만 어떻게 보면 당초 검사의 구형대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것이기에 검찰 측 의견을 다 받아들여 준 것으로 볼 여지도 있는 것 같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선고 결과가 정말 아쉽다”고 토로했다.
A기자는 이어 “또 근로복지공단은 피해자의 전체 휴직 기간에 대한 휴업 급여를 승인했는데, 이는 성추행 가해자와 머니투데이 측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성추행 피해자인 저에게 2018년부터 4년 넘는 기간 동안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피해를 끼친 사실을 공단에서 인정한 것”이라며 “사주의 친인척을 보호할 목적으로 용기 내 회사에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피해자를 상대로 수년간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들을 거두지 않으며 피해자가 일하면서 치료받는 것이 불가할 정도로 괴롭혔다”고 말했다.
A기자는 “양형에 대한 아쉬움이 남지만 머니투데이와 박종면 대표이사가 죄를 반성하고, 오늘의 판결이 저와 같은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항소는 판결 선고일로부터 7일 이내에 해야 한다. 재판이 끝난 뒤 '항소할 계획이 있느냐'는 미디어오늘의 질문에 박종면 머니투데이 대표는 “생각해볼 것”이라고만 답했다.
[관련 기사 : 머니투데이, 성폭력 신고자 부당전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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