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희생자 부산 가족 오열…"남 챙기기 바빴던 동생"

부산에 희생자 3명 빈소 마련
타지에 진학했던 20대 여성, 친구와 함께 이태원서 갔다가 참변
"남 챙기기 바빴던 착한 아이…사고는 상상도 못 해" 유족들 오열
부산영락공원에도 빈소 두 곳…비통한 분위기

서울 이태원 일대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부산에도 희생자 3명의 빈소가 마련됐다. 유족들은 사랑하는 가족이 떠나간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오열했다.

31일 오전 이태원 참사 희생자 A(20대·여)씨가 안치된 부산 사상구의 한 병원 장례식장. 이제 막 시신이 안치된 빈소 앞에서는 유족들이 비통한 표정으로 장례를 준비했다. 입구와 복도에는 곳곳에서 도착한 화환이 자리를 잡았다.

시간이 지나자, 비보를 접한 가족과 지인들이 하나둘씩 장례식장에 들어왔다. 상복을 입은 유가족들은 조문객을 만나 인사를 나누던 끝에, 슬픔을 억누르지 못하고 오열했다. 유족을 위로하는 조문객들도 눈물을 흘리며 애통함을 표현했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A씨의 오빠 B(30대·남)씨는 사고 다음 날 뉴스를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남지역에 떨어져 사는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연락이 닿지 않았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불길한 마음에 계속 전화를 시도하던 중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경찰이 전화를 받으면서 사고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B씨는 동생의 평소 모습을 회상하며 "본인 앞가림은 못하면서도 동네 어르신들 모여 있으면 먹을거리를 챙기느라 바빴던 아이였다"면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다 간호사의 꿈을 키웠던 동생이 올해 대학에 입학해 얼마 전 중간고사도 잘 봤다고 하길래 참 기뻤는데…"라고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동생을 마지막으로 본 건 지난 추석이었다. 멀리서 살다 보니,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평소에도 자주 연락을 주고받았다"며 "늦은 나이에 시작한 공부를 뒷바라지해주는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에 지난 주말 서울에 놀러 간다는 사실을 알리지 못했던 것 같다"고 힘겹게 말을 이었다.

이태원 압사 참사를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수사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들이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을 합동감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이날 오후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 장례식장에는 또 다른 참사 희생자인 20대 여성과 30대 여성의 빈소가 마련됐다. 믿기 어려운 현실에 장례식장 안팎에서는 눈물이 이어졌다. 일부 유족은 정부 대처에 답답함을 호소하면서 격앙된 감정을 표출하기도 했다.

영락공원 관계자는 "믿을 수 없는 사고인 만큼 유족들이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하며 "참사 피해자들의 장례절차를 잘 진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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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김혜민 기자 mi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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