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4만가구 돌파...건설업계 진퇴양난
[파이낸셜뉴스] 부동산시장 거래와 수요가 급격하게 말라붙으면서 건설사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소건설사들은 연쇄부도 우려가 제기되는 등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자금력을 갖춘 대형건설사들도 리스크 차단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특히, 친환경사업, 해외시장 확대, 임대업 확대 등 사업다각화로 주택사업 의존도를 낮추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집값하락에 수도권 미분양 몸살
10월 31일 업계에 따르면 지방에서 시작된 미분양 사태가 수도권 브랜드 아파트로 확산되고 있다. '인덕원자이SK뷰'의 경우 현재 502가구에 대한 선착순 분양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청약 접수 당시는 5.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당첨자들이 줄줄이 계약을 포기하면서 508가구가 무순위 청약으로 나왔다. 이후 진행한 무순위 청약에서도 6명이 신청하는데 그쳤다. 이 단지 분양가는 전용 59㎡기준으로 7억7000만원 수준이다. 인근 '의왕내손e편한세상' 전용 59㎡가 지난 8월 7억22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분양가가 시세보다 다소 높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공급 1~2개월 전에 분양가가 정해져 지난 7월만 하더라도 흥행을 예상했었다. 당시 분양가도 주변시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이후 집값이 하락하면서 부담을 키웠다.
하지만, 조합은 금리상승으로 이자비용을 계속해서 부담하고 있고, 건설사들은 치솟는 원자재 값에 원가부담이 높아져 분양가를 낮추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지자체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제시하는 분양가를 조합이 수용을 못한다"며 "일반분양가를 너무 낮게 책정하다 보니 각종 금융비용과 재건축 분담금까지 포함하면 일반분양가와 조합원분양가가 역전되는 현상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사업다각화 본격 시동
이에 올해 연말까지 분양하려던 물량 공급도 시계제로다. 서울에서는 삼성물산의 '래미안라그란데(동대문구 이문1구역)'와 강남권 재건축 단지로 관심을 끌었던 '래미안원펜타스'(반포동 한신15차)의 올해 분양이 내년으로 연기됐다. 내달 예정인 동부건설의 '역촌센트레빌'(은평구 역촌1구역)도 계획대로 분양이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대우건설은 이달 분양이 예정됐던 양주역 푸르지오 센터파크 분양일정을 미뤘다. 다만 내년 상반기 중 분양 물량이 동시다발적으로 밀려나올 경우 미분양 물량이 더 늘어날 리스크도 잠재해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미분양 아파트'라는 꼬리표를 다는 것보다 차라리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아 흥행하길 바란다"며 "조합에서 일반분양가를 너무 높게 책정하는 것보다 합리적으로 하는 걸 선호한다"고 전했다. 실제 3년 전 분양가 시세로 지난주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송파시그니처롯데캐슬 미계약분에는 수만명이 몰렸다.
치솟는 아파트 공사 원자재 가격에 건설사들이 수익을 내기는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현대건설의 경우 3·4분기 원가율이 93.9%로 전년 동기보다 3%p 이상 상승했다. 연결 실적으로 잡히는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원가율은 95.8%에 달했다. GS건설의 3·4분기 원가율은 89.9%로 전년 동기(77.3%)보다 12%p나 급등했다.
이에 건설사들은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이미 건설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해 신재생 에너지 등 친환경 사업포트폴리오의 확대를 본격화하고 있다. 공격적인 해외시장 확대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대우건설이다. 대우건설의 경우 올해 3·4분기 실적에서 해외 대형 토목·인프라 부문 실적 비중이 늘며 국내 건축 부문의 의존도를 점차 낮춰가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들은 아직까진 건설사업 비중이 높다. 부동산 시장 침체 국면이 장기화 될 경우 돌파구가 필요하다"며 "회사 사정에 따라 임대업 확대를 단기적으로 늘리거나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수주나 비건설부문 사업 다각화를 위한 논의를 이어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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