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사 책임, 국가에 물을 수 있나…국민 보호 ‘과실’ 이유로

신민정 2022. 10. 3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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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154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 원인을 수사 중인 가운데, 국가와 지자체에 관리 소홀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헌법 34조, '경찰관은 국민의 생명·신체보호 및 공공안녕과 질서유지를 위한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한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을 위반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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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이태원 참사’ 법적 책임, 법조계에 물어보니
한덕수 국무총리가 31일 서울시청 광장에 마련된 정부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154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 원인을 수사 중인 가운데, 국가와 지자체에 관리 소홀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법조계에서는 책임 소재를 엄격하게 따지는 형사 책임과 별개로, 민사상 국가배상청구는 따져볼 만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태원 참사에서 국가 등의 책임이 지적되는 지점은 십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됐음에도 기본적인 안전대책조차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찰은 사고 전인 지난 27일 ‘축제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으나 참사 당일인 29일 현장에 배치된 경찰 인력은 137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마약·성범죄 등 단속을 목적으로 한 ‘사복 경찰’을 제외하면, 질서 유지를 위한 정복 근무는 58명에 불과했다. 용산구청도 27일 긴급회의를 여는 등 많은 사람이 모일 거라 예상했음에도 별다른 안전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최소한의 동선 관리만 됐어도 벌어지지 않았을 참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공무원 등에 대한 형사책임을 묻기까지는 어려울 거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형법상 검토할 수 있는 혐의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정도인데, 사고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고, 과실이 사고 발생의 직접적 원인이었다는 점 등이 인정돼야 한다. 고검장 출신인 김경수 변호사는 “형사책임은 엄격한 증거에 의해 인정되며 (피고인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어야 한다. (국가와 지자체가) 좁은 장소에 많은 사람이 모여서 대형사고가 날 수 있음을 예상했음에도 직무를 유기했다거나 압사 위험을 방치했다고 인정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도 중대시민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영책임자 등에게 책임을 묻지만, 핼러윈 행사를 주최한 쪽이 명확하지 않아 형사 책임의 대상을 가리기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다만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국가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은 있다.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헌법 34조, ‘경찰관은 국민의 생명·신체보호 및 공공안녕과 질서유지를 위한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한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을 위반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권영국 변호사는 “경찰이나 용산구청도 사람이 몰릴 거라 인지하고 있었고, 안전조치를 해야 할 의무를 인정할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이 민사 책임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이 법 4조에는 ‘국가와 지자체는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를 보호할 책무를 진다’고 돼 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10만명씩이나 몰리는 상황임을 예견 가능했다면, 이에 따른 사고를 방지해야 할 의무도 국가나 지자체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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