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아내 두고 왔는데”… 이태원서 참변 당한 스리랑카 남성

최미송기자 2022. 10. 3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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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에 두고 온) 아내가 임신 3개월이었어요. 행복하게 해 줄 거라고 자주 말하던 친구였는데."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만난 무함마드 카티르 씨(36)는 이틀 전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숨진 스리랑카 국적의 고나갈라 씨(28)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고나갈라 씨는 이번 참사로 인해 사망한 외국인 26명 중 유일한 스리랑카인이다.

29일 밤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154명이 사망한 가운데 이 중 외국인 사망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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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위한 합동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이 헌화를 마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스리랑카에 두고 온) 아내가 임신 3개월이었어요. 행복하게 해 줄 거라고 자주 말하던 친구였는데….”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만난 무함마드 카티르 씨(36)는 이틀 전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숨진 스리랑카 국적의 고나갈라 씨(28)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고나갈라 씨는 이번 참사로 인해 사망한 외국인 26명 중 유일한 스리랑카인이다.

29일 밤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154명이 사망한 가운데 이 중 외국인 사망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에 따르면 외국인 사망자는 총 26명으로 이란 5명, 중국 4명, 러시아 4명, 미국 2명, 일본 2명, 프랑스·호주·노르웨이·오스트리아·베트남·태국·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스리랑카 각 1명씩이다.

이날 기자는 고나갈라 씨 지인의 안내로 고나갈라 씨가 머물던 이태원동 인근 지하 방을 찾았다. 그의 비보를 듣고 모인 친구들은 고나갈라 씨를 “술·담배도 할 줄 모르고 취미도 없이 오직 가족만을 생각하며 성실하게 일하던 친구”로 기억했다.

3년 전 서울에 왔던 고나갈라 씨는 참사 4개월 전 결혼식을 치르기 위해 고국인 스리랑카로 돌아갔다가 돈을 벌기 위해 지난달 다시 한국행을 택했다. 당시 아내는 임신 3개월이었다. 그는 한국에 사는 지인들에게 “돈 많이 벌어와 아내와 아기를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더구나 암에 걸린 어머니의 치료비까지 마련해야 하는 처지라 그는 평일에 공장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틈틈이 단기아르바이트를 했다.

고나갈라 씨는 29일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던 게 아니라 인근에 볼일이 있어 지나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밀턴 호텔 인근을 지나다 인파에 휩쓸려 골목에 갇히게 되었고 결국 빠져나오지 못한 채 압사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나갈라 씨의 사망 소식을 들은 가족들은 큰 슬픔에 빠져있는 상황이라고 전해왔다.

이번 참사로 사망한 이란인은 5명으로 외국인 사망자 중 가장 많다. 이란은 국교가 이슬람이며, 국민의 약 98.8%가 이슬람교도다. 사고가 난 해밀턴 호텔 맞은편에는 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이 있어 평소에도 이란인들의 이동이 많은 곳이다. 이곳은 ‘무슬림거리’로 불리며 할랄 음식 식재료 등 무슬림을 위한 식자재를 전문으로 파는 마트 등도 존재한다.

이번 참사로 사망한 이란인 30대 남성 알리 씨와 30대 여성 아파 씨는 소문난 잉꼬부부로 알려졌다. 10여년 전 한국에 온 이들 부부는 국내 유명 대기업에서 함께 근무했다. 수원에 살던 이들 부부는 주말이면 모국 음식을 먹기 위해 이태원 나들이를 즐겼다. 이들 부부는 박사학위를 얻기 위해 함께 공부하면서도 주변의 이란인들을 살뜰하게 챙기곤 했다.

함께 사망한 이란인 20대 여성 소마예 씨는 한국에 온 지 한 달 남짓 된 학생이었다. 공부하러 온 한국에서 이란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리 씨 부부를 알게 되었고 특히 아파 씨는 소마예 씨를 친동생처럼 살뜰히 챙겼다고 한다. 이날 알리 씨 부부와 소마예 씨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이태원을 방문했다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박진 외교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외국인 사상자도 우리 국민에 준해서 가능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검토 중”이라며 “외교부 공무원과 사망자를 1대 1로 매칭 지정해 유가족과의 연계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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