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 재확인된 시민구단의 한계, 시장이 바뀌니
시민구단의 새로운 롤 모델로 떠올랐던 수원FC가 예상치 못한 악재에 휩싸였다.
지난 몇 년간 프로축구에 일으킨 새 바람이 자리를 잡기도 전에 정치라는 벽에 부딪쳤다. 수원FC의 선장이었던 김호곤 단장(71)이 최근 수원시 측에서 재계약 불가를 통보받았다.
김 단장은 수원FC가 2부리그에 머물던 2019년 부임해 4년째 구단을 이끌고 있다. 정통 축구인인 그는 김도균 감독(45)과 2인3각 아래 성공시대를 열었다. 2020년 1부 승격을 이끌더니 2021년에는 사상 첫 파이널라운드A 진출을 이뤘다. 올해는 7위로 한 계단 내려간 성적에 머물렀지만 강등과 거리를 두면서 갈채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 수원의 터줏대감인 수원 삼성이 하위권을 맴돌다 강등 위기까지 겪었던 터라 더욱 비교됐다.
수원FC가 이뤄낸 성과는 큰 돈을 쓸 수 없는 시민구단의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놀랍다. 김 단장이 한 번 실패했지만 가능성이 높은 선수를 점찍으면 김 감독이 살려내는 시너지 효과가 나왔기에 가능했다. 2년 전 전북 현대에서 퇴출의 아픔을 겪은 외국인 선수 라스(31)와 무릴로(28)를 영입해 전력의 한 축으로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는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 이승우(24)를 데려와 14골(4위)을 책임지는 톱클래스 골잡이로 살려냈다.
계약 만료가 임박한 두 사람이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최근 이들의 운명이 엇갈렸다. 김 감독이 지난 9월 먼저 재계약에 서명한 것과 달리 김 단장은 재계약 대상자에서 빠졌다. 수원FC 이사회가 수원시 측에 여러 차례 재계약을 요청했는데 재가를 받지 못했다. 수원FC 팬들이 공개적으로 김 단장의 재계약을 요청하는 플래카드를 내건 것도 효과는 없었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이재준 시장이 당선됐는데, 당시 선거를 도왔던 축구인 가운데 한 사람이 단장 후보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나돈다. 수원시는 가까운 시일 내에 새 단장 후보 공모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구단의 단장직이 사실상 선거의 논공행상으로 전락한 것은 하루 이틀의 문제는 아니다. 수원FC 외에도 숱한 시민구단들이 선거가 끝날 때면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 시장이 바뀌었음에도 대표가 유임된 인천 유나이티드가 특이한 사례일 정도다. 축구 현실을 잘 아는 전문가가 키를 잡는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추락하는 일이 반복된 이유이기도 하다. 수원FC도 시민구단의 새로운 롤 모델에서 시민구단의 한계를 재확인하는 구태로 자리매김할지 모르는 갈림길에 섰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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