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잊지 말아요"...생때 딸 잃은 유족, 차마 건네지 못한 위로 [희생자 추모ⓛ]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누군가의 딸이었고, 누군가의 언니이자 동생, 친구였을 청춘은 순백의 국화에 둘러싸여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태원 참사 3일째, 급히 빈소를 마련한 유족들은 제대로 된 증명 사진을 찾지 못해 딸의 휴대폰에 저장된 파일 중 하나를 영정으로 만들었다. 그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어느 날 찰나의 미소를 담으려 촬영한 사진이 자신의, 딸의 영정이 될 줄은. 희생자들의 싱그러운 미소가 마치 그 날의 비극이 거짓말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희생자 일부가 안치된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은 적막한 침묵으로 가득했다. 조문객의 분주한 발걸음도, 유가족의 통곡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희생자는 총 3명. 모두 20대 초중반의 여성들이다. 살아있는 이들이 느끼는 모든 죽음이 그렇지만, 장소와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푸른 청춘들의 죽음은 유독 비현실적이다.
친구 조문에 오열한 母, 애써 눈물 참는 父
빈소 입구에 근조 화환 몇 개가 놓였다. 한 개 혹은 세 개. 초라한 화환 수가 이들의 죽음이 얼마나 갑작스러운 일인지 말해주고 있었다. 유족은 차마 이 비극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인들에게 딸의 부고 소식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 적막의 무게는 무거웠다. 피해자들의 죽음과 한 순간 생때 같은 딸을 잃은 부모가 진 슬픔의 무게 만큼. 곳곳에 피해자들의 친인척으로 보이는 조문객들이 보였지만, 이들 역시 부모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지 못하는 분위기다.
11월 1일. 희생자 세 사람 모두 입관일이 같다. 발인은 11월 2일이다. 비슷한 시간대에 사망 선고를 받았다는 뜻이다. 생면부지의 이들은 얄궂은 운명으로 한 곳에서 만났다. 유족들 중 누군가는 눈물도 마른 듯 허공만 바라봤다. 야속하게도 세 망자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한 자신의 가족에게 어떠한 말도 없다.
희생자들의 친구들이 오갔다. 딸의 친구를 본 한 피해자의 어머니가 큰 소리로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빈소 밖에서 아내의 울음을 듣고 눈시울이 뜨거워진 아버지는 애써 울음을 삼키고 조문객들을 맞이하러 다시 빈소에 들어섰다. 친구들이 해 줄 수 있는 일은 그저 유족의 손을 잡아주는 일 뿐. 딸의 동갑내기 친구를 바라보는 유족 부모의 눈빛에서 위로를 받는다는 위안과 함께 딸에 대한 그리움이 안타깝게 교차하고 있었다.
"충격에 부고 소식 제대로 알리지도 못해"
20대 중반의 희생자 김 씨의 이모부도 마찬가지다. 그는 티브이데일리에 “유가족에게 차마 뭘 물어보지 못했다”라며 “빈소 잡는 일도 힘들었고, 너무 갑작스럽고 충격적이라 주변에 부고 소식도 잘 알리지 못한 것 같더라. 그저 안타깝다는 말 밖에 못하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라고 예상이 가능했는데 대책을 미리 마련하지 못한 게 정말 아쉽다. 그랬다면 이렇게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같은 날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을 찾았다.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들과 취재진들로 북적인다. 동료들과 함께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마음으로 국화 한 송이를 헌화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길...’ 유가족에게 차마 전하지 못한 위로를 속으로 되내였다.
사망자수 154명, 대부분이 20대다. 팬데믹 후 첫 핼러윈을 맞은 청춘들은 좁은 골목길에 갇혀 스러져갔다. 세상을 향해 펼치려 했던 꿈을 끝내 이루지 못한 채. 대체 이 비극은 누구의 책임일까, 막을 수 있는 사고였을까. 답이 없는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무의미한 물음표다. 청춘들의 허망한 죽음과 유가족에게 남겨질 고통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20대부터 노년층까지, 분향소 찾은 시민들
희생 청년들이 남긴 숙제, 산 자들이 풀어야
분향소를 찾은 이들은 다양했다. 60대 후반의 노부부는 나란히 국화꽃을 헌화했다. 청와대를 구경하러 왔다 시청 광장에 분향소가 마련됐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찾아 왔다는 부부는 "안타깝다"고 동시에 말했다. 아내는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고 믿기지 않더라고. 너무 어린 애들이 죽었으니 안타까울 뿐이지. 나도 그날 우리 딸이 연락이 안돼서 놀랐다가 아무 일이 없다는 걸 알고 안심했지. 유족에게 힘내라는 말 밖에 뭘 해줄 수 있겠어, 안타깝다는 말 밖에 안나와”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남편 역시 “다 어린 애들 인데 안타까울 뿐이지.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지”이라며 유가족을 위로했다.
이번 참사를 바라보는 20대 여성의 마음은 남다르다. 시청 인근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한 20대 여성은 "사망자 대부분이 나랑 같은 또래라서 더욱 마음이 좋지 않다. 질서를 조금만 더 잘 유지했다면, 이렇게까지 사망자가 많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퇴근길에 가까워진 시간, 분향소는 여전히 희생자들을 추모하려는 인파들로 가득하다. '구해 주지 못해 미안하다', '좋은 곳에서 편히 쉬라'는 시민들의 애도글 또한 넘쳐났다.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 역 부근 역시 애도를 표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반면 희생자들이 안치된 빈소를 찾는 조문객들의 발길은 드물었다. 경황이 없는 유족들이 부고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빈소의 적막은 분향소의 분주함과 대비돼 아이러니 했다. 애꿎은 청춘들이 허망하게 떠난 사건처럼 말이다.
중요한 건 이들이 남긴 숙제다. 빈소에서도, 합동 분향소에서도 이들은 말하고 있다. '나를 잊지 말아요'라고. 자신들의 비극적인 죽음을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달라고.
우리는 운 좋게 혹은 우연히 살아 남았다. 숙제는 살아 남은 이가 풀어야 한다. 그것이 남은 자의 의무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사진=송선미 기자]
티브이데일리 임직원들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더불어 유족들의 슬픔에도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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