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주목받는 천화동인 1호 ‘그 분’···남욱·유동규 폭로 이어가나
지난 대선 때 불거졌던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논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대선자금 명목으로 8억원대를 건넨 것으로 지목된 남욱 변호사가 최근 법정에서 대장동 사업 지분에 이 대표 측 지분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이다.
남 변호사는 지난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 재판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던 2015년 김만배씨가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을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증인으로 출석한 정영학 회계사를 신문하면서 2015년 2~4월쯤 자신과 김씨, 정 회계사가 만난 자리에서 김씨가 자신에게 “(사업 지분) 25%만 받고 빠져라, 나(김만배)도 12.5%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다”라고 말한 것을 기억하냐고 물었다.
정 회계사는 “전혀 기억이 없다”고 했다. 다만 자신이 작성한 ‘배분표’와 관련해선 “김만배씨가 50%를 가져가고, 남 변호사가 25%, 제(정영학)가 16%로 만들라고 한 건 기억이 난다”고 했다. 대장동 사업에서 민간 사업자들은 총 배당금 4040억원을 거뒀는데, 이 중 25%(1007억원)는 남 변호사 소유 천화동인 4호에, 16%(644억원)는 정 회계사 소유인 천화동인 5호에 배당됐다.
남 변호사는 ‘이재명 시장 측’이 누구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정 회계사를 상대로 천화동인 2~7호, 화천대유와 달리 천화동인 1호만 소유자와 지분 비율이 적혀있지 않은 이유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남 변호사의 변호인도 “증인(정영학)이 아는 바로 천화동인 1호는 누구 것이냐”고 물었다. 정 회계사는 “2020년 10월 기준으로 보면 유동규씨도 일부 있고 김만배씨도 일부 있고 이 정도….” 라며 얼버무렸다.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해 10월 ‘정영학 녹취록’에서 김만배씨가 “천화동인 1호가 내 것이 아닌 걸 잘 알지 않느냐”며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처음 불거졌다. 국민의힘은 ‘그분’이 대장동 개발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대표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이정수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정치인 ‘그분’은 아니다”라고 밝혀 논란이 일단락되는 듯됐다. 또 검찰이 지난해 10월 유 전 본부장을 기소하면서 녹취록 속 ‘그분’은 유 전 본부장으로 좁혀지는 모양새였다.
그런데 최근 남 변호사가 이 대표 측에 대장동 사업 지분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그분’ 논란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이다. 앞서 대장동 재판에서 공개된 녹취록에도 이 대표가 종종 등장한다. 2013년 4월17일 녹취록에는 남 변호사가 정 회계사에게 토지 수용방식에 대해 얘기하는 대목이 나온다. 녹취록에서 남 변호사는 “시장님(이재명)이 나한테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천억만 있으면 되잖아. 그러면 해결돼’”라고 말했다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발언을 정 회계사에게 전한다.
남 변호사의 법정 진술이나 녹취록 속 발언이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전언의 전언’ 수준인 데다, 대장동 일당 사이 입장도 엇갈려 아직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관측도 있다. 남 변호사가 지난 28일 ‘이재명’을 언급하며 정 회계사 신문에 나서자 김만배씨 측은 “(이 사건) 검찰 주신문과 무슨 관련이 있냐”고 이의를 제기했다. 반면 유 전 본부장은 재판이 끝난 뒤 “죄를 지었으면 밝혀질 것”이라며 남 변호사 측 주장에 힘을 싣는 듯한 발언을 했다. 두 사람은 최근 검찰에서 김용 부원장에게 8억원대를 건넸다고 진술한 터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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