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위안화 추락에 '韓 부도위험' 연중 최고..."위기 수준 아냐"

유효송 기자 2022. 10. 3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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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28일 서울 명동 환전소의 모습/사진=뉴스1

우리나라의 국가부도 위험을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1년래 최고로 치솟았다. 시진핑 중국 주석 집권 3기에 대한 우려로 위안화 가치가 떨어진데다 국내 레고랜드 발(發) 자금시장 불안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정부는 위기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향후 글로벌 시장 상황에 따라 대외신인도 지표가 덩달아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31일 국제금융센터와 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지난 28일(현지시간) 뉴욕시장에서 5년물 한국 CDS 프리미엄은 66bp(1bp=0.01%포인트)로 연고점을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CDS프리미엄은 올해 초 20bp 수준에서 40bp 넘게 급등했다.

CDS 프리미엄은 국제금융시장에서 대외신인도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국가부도 위험의 수준을 보여준다. 채권 발행자가 부도를 내면 투자은행·보험사 등 금융회사가 대신 빚을 갚아주는 파생상품이다. 해당 국가의 부도 우려가 커질수록 일종의 '보험료' 성격인 CDS 프리미엄은 높아진다.

국내 레고랜드 사태로 확산된 자금시장 불안이 CDS 프리미엄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지난달 28일 레고랜드 사업주체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BNK투자증권에 빌린 2050억원을 갚지 못하겠다며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레고랜드 채무보증 불이행 선언으로 자금시장 내 충격이 급격하게 번지기 시작하면서 급기야 정부가 지난 23일 50조원의 유동성 지원조치를 즉시 가동하겠다고 대책을 내놨다.

여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으로 세계 자본시장에서 중국을 기피하는 '차이나 런'(중국+뱅크런) 현상이 심하된 것도 우리나라 대외신인도 지표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대(對)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특성상 중국의 위안화 가치와 CDS 방향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CDS 프리미엄은 올해 초 40bp선에서 지난 28일 120bp로 200% 가량 치솟았다. 31일 인민은행은 이날 오전 달러/위안 거래 기준환율을 전장 대비 0.1% 올린 7.1768위안에 고시했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값이 2008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자본시장부장은 "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면 CDS 프리미엄도 같이 올라가는데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도 지표 상승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국외 요인으로는 중국 CDS가 많이 오른 점, 미국 통화 긴축으로 아시아 신흥국들의 크레디트(신용)에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당국 등은 과거 대형 경제 위기와 비교해 CDS 프리미엄 수준이 낮은데다 외환보유액이 충분한 상태라는 점을 근거로 신용 위기론에 선을 긋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고점(699bp), 2011년 유럽 재정위기 고점(229bp), 2015년 중국 금융불안 고점(78bp)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김 부장은 "미국의 통화정책 피봇(기조전환)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우리나라 CDS 프리미엄도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신용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미국의 공격적 금리 인상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기 때문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방향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현재로선 중국발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지고 있어 언제 안정될지 장담하긴 이르다는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3월 초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전까지는 시장에서 불안이 지속될 수 있다"며 "만약 이번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직후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낮아진다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CDS 프리미엄도 재차 급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CDS 프리미엄 상승이 역으로 원화 가치 약세를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주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 연구원은 "CDS 프리미엄이 올라가면 국내 부도 위험 자체가 커지고 있다는 신호"라며 "외국인 투자자가 원화를 매도하거나 주식, 채권 시장에서 이탈하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언제든 원/달러 환율은 전 고점 1440원대를 넘어 1450원까지 올라가려는 심리가 살아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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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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