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3월 탄도미사일 발사는 美 정찰위성 요격용 시험? [별별북한]

송민섭 2022. 10. 3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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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2월27일과 3월5일 두 차례에 걸쳐 평양 순안 일대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인공위성 요격용 발사체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안보전략연구센터의 박대광 국방연구위원은 최근 발간된 이슈브리프 ‘동북아안보정세분석’ ‘북한의 새로운 전략도발 옵션, 직승 위성요격 미사일 시험 가능성 전망’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지난 1월 17일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직승 위성요격(direct ascent anti-satellite) 미사일은 지상에서 요격체를 발사해 위성을 파괴하는, 일종의 지대공 우주무기다. 지상 300∼2000㎞ 상공의 저궤도 위성을 타깃으로 삼는데, 요격체가 자체 센서를 이용해 위성과 충돌하거나 목표 위성 경로에 거대한 펠릿(pellets·알갱이 혹은 총알) 구름을 발사해 위성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위성을 요격하면 정찰이나 기상관측, 통신, GPS 등 위성 본연의 기능을 잃게 만들 뿐 아니라 파편 등이 발생해 피해국에 심각한 피해를 입힌다. 미국은 올해 4월 인공위성 요격 미사일 시험을 금지하겠다며 중국과 러시아의 동참을 촉구했다. 우주분야 비정부기구인 시큐어월드재단에 따르면 1960년대 이후 관련 요격 시험을 진행한 국가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4개국으로 이들 국가는 10여차례 실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악관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은 지난 4월18일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요격 미사일 시험에 따른 위성 잔해가 우주 비행사와 미군뿐 아니라 전 세계 상업용 위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시속 수천마일 속도의 농구공 크기 파편은 다른 위성을 파괴하고 모래알 만한 파편도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대광 연구위원에 따르면 위성 요격 기술은 △저궤도에 요격체를 올릴 수 있는 미사일 기술 △목표 위성의 궤적을 정확히 계산하고 결정할 수 있는 능력 △목표 위성 방향으로 요격체를 유도할 수 있는 센서 기술 세 가지다. 북한이 지난 3월24일 동해상으로 발사한 미사일 정점고도가 최소 6200㎞라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은 첫 번째 기술을 갖고 있다.

두번째 궤적 계산 능력은 ‘N2YO.com’ 등 많은 민간 위성추적 서비스업체들이 지구 상공의 2만6200여개 우주물체에 대한 위치와 속도, 궤도주기 등의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별도로 보유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 마지막 센서 기술 역시 이들 민간업체가 요격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요격체 센서에 요구되는 기술적 조건도 북한은 상당 수준 갖췄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위성요격 발사체 시험을 이미 벌였다는 정황도 있다. 북한은 지난 2월27일 동해상으로 1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뒤 “정찰위성 개발계획에 따른 중요시험이었고 정찰위성에 탑재할 촬영기들로 지상의 특정 지역에 대한 수직 및 경사 촬영을 진행해 고분해능 촬영체계와 자료전송체계, 자세조종장치들의 특성과 동작 정확성을 확증했다”고 주장하며, 조악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한반도 지역을 촬영한 사진도 공개했다.
북한은 이로부터 엿새 뒤인 지난 3월5일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서도 정찰위성 개발계획에 따른 중요시험이었다며 “위성자료 송수신 및 조종지령체계, 지상위성관제체계들의 믿음성을 확증했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당시 발사된 탄도미사일은 비행거리 270㎞, 고도 560㎞였다. 특이한 점은 북한 미사일 발사 포착 시각이다. 오전 8시48분은 당시 미국의 군사위성 ‘USA-186’이 한반도 동해 상공을 통과하는 시간대였고 이 위성의 근점고도는 411.8㎞, 원점고도는 452.3㎞였다.

미국 국방정보국은 지난 3월 공개한 보고서에서 “이론상 북한의 탄도미사일 및 은하-3과 같은 우주발사체는 분쟁 시에 위성을 공격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미국 본토까지 날릴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물론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등 다양한 핵탄두 탑재 플랫폼을 확보했거나 곧 실전화할 단계에 이른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굳이 위협효과가 이들 핵투발 수단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는 위성요격 미사일 개발에 전력을 다하는 이유는 뭘까.

박 연구위원은 “직승 위성요격 미사일 시험은 미국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안보현안 중의 하나이며 한·미동맹의 대북 억지력 강화에도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매우 중대한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우주자산에 대한 경제·사회·군사적 의존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고 향후 지구저궤도의 군사적 활용을 더욱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지구저궤도의 정치·군사적 유용성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확인됐다. 스페이스X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스타링크(고도 550㎞) 위성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통신 사용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술·전략적 효과 때문에 북한이 가까운 미래 한·미동맹에 대한 또 하나의 새로운 전략도발 옵션으로서 위성요격 미사일 시험을 시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연구위원은 “직승 위성요격 미사일 시험은 우주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행위임에도 불구하고 핵·미사일 시험과 달리 국제사회의 제재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며 “요격 대상은 (현재 폐기물이나 다름 없는) 광명성 3-2호나 광명성 4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반 위성요격 능력 보유는 한·미동맹과 북한 간 힘의 균형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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