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경비원처럼 골목 관리했어야"…외신들의 이태원 참사 지적
15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이태원 압사 사고 배경에 행정 부실이 있다는 외신의 지적이 잇따른다. 수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한 사고인 만큼 행정 당국의 안전 관리가 미흡했다는 비판이다.
NYT는 목격자들을 인용해 사고 현장 주변에 경찰 인력이 거의 없었다고 짚었다. 이태원에서 5년 동안 케밥집을 운영한 울라스 세틴카야는 사고 당일인 지난 29일 '역대급' 인파가 몰렸다고 증언했다. 세틴카야는 "코로나19에 따른 방역 규제가 해제된 후 첫 핼러윈 축제여서 사람이 많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경찰이 최소로 배치돼 놀랐다"며 "경찰이 어떻게 이 인파를 예상하지 못한 건지 모르겠다. 사고 발생 원인이 당국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인도 출신 IT(정보기술) 업계 종사자 누힌 아흐메드는 참사 현장에서 군중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흐메드는 "지난해에는 올해보다 인파가 덜했지만 여러 경찰이 골목 입구를 감시하고 통제하고 있었다"며 "그 경찰들이 올해에도 현장에 있었다면 아마 아무도 죽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산케이는 "사고 발생 약 2시간 전 이미 밀집한 인파로 인해 이동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통행 규제 등이 이뤄지지 않았고 혼란은 방치됐다"며 "목격자들은 초반엔 우측 통행이 지켜졌지만 점차 무질서해졌고 이를 정리하려는 경찰관도 없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도쿄 출신의 한 여성은 아사히신문에 "핼러윈 때 시부야도 가본 적 있는데, 이태원의 경비·관리 인력이 시부야보다 훨씬 적었다"고 설명했다.
CNN의 재난 관리 전문가인 줄리엣 카얌은 한국 당국의 안일한 대처를 질타했다. 카얌은 "무엇이 압사 사고의 원인이 됐는지는 아직 정확하지 않다. 그러나 당국은 토요일 밤에 많은 사람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라며 "당국은 실시간으로 군중 수를 모니터링해야 할 책임이 있으며, 필요한 경우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문가를 인용해 이번 사고가 공공장소에서의 대규모 행사를 관리하는 국가 능력의 한계를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비공식적인 행사에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돼도 이를 통제할 주관 기관이 불분명해 안전 수칙도 부실한 것이 화를 키웠다는 진단이다.
행정당국을 향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윤석열 정부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참사 수습과 대응에 대한 평가가 여론의 향방을 가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미 중앙정보부(CIA) 출신의 김수 랜드코퍼레이션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통신에 "이번 사건 관련 행정부 대응에 대한 조사가 강화되고 있다"며 "지금처럼 민감한 상황에서는 사소한 실수가 현 정부의 무능함을 보여주는 대표성을 띨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도 "이태원 참사는 당국의 책임"이라며 "야당은 '인재'라는 이유로 정부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윤 대통령이 신속 대응에 나섰는데, 같은 보수계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초동 대응에 실패한 '교훈'을 강하게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위기관리 대응에 실패하면 지지율이 추가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NYT는 "이태원 참사는 한국 최악의 재난 중 하나로, 기술과 대중문화 강국인 한국의 이미지를 손상시켰다"며 "낮은 지지율에 고심하고 있는 윤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를 가중했고, 거리에서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지난 29일 밤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로 31일 오전 6시 기준 15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중상자 33명을 포함한 부상자는 총 14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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