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황제'가 된 시진핑 주석…중국에 독인가 약인가?

고기완 2022. 10. 3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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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그래픽=전희성 한국경제신문 기자


중국에서 최근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을 통치한 시진핑 국가주석(69세)이 5년 더 최고 권력자 자리에 있게 된 겁니다. 이것이 무슨 큰 변화냐고요? 중국에는 3연임을 제한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전례대로라면 두 번의 임기를 지낸 시 주석은 내년 3월 물러나야 합니다. 그러나 최근 끝난 제20차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시 주석은 연임 제한을 깨버렸습니다. 또 반대파를 쫓아내고 중요한 자리에 모두 자기 사람들을 앉혔습니다.

중국은 5년마다 선거로 통치자를 뽑는 우리나라와 완전히 다릅니다. 유권자가 비밀투표로 통치자를 뽑은 역사가 중국에는 없습니다. 현대적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중국식 인민주의 국가죠. 시 주석도 유권자가 모두 참여하는 보통선거로 뽑힌 게 아닙니다. 전체 국민의 7% 정도인 공산당원을 대표하는 당원 2200여 명이 전인대에 모여 형식적으로 투표했을 뿐이죠. 중국에는 여러 정당이 아니라 공산당만 존재합니다. 삼권분립이 아니라 공산당이 국가를 영도하는 체제입니다.

시 주석은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려 합니다. 중국이 세계 생산량의 30~40%를 차지했던 당나라가 되는 꿈입니다. 그가 내건 수단이 ‘국가 주도론’과 ‘공동 부유론’입니다. 오늘날 중국을 만든 덩샤오핑의 ‘선부론(누구라도 먼저 부자가 되자)’을 대체한다는 겁니다. 중국 정치체제와 경제 발전의 역사를 알아봅시다.

공산당이 국가를 영도하는 '당·국' 체제
시진핑은 권력분산이 아니라 독재 선택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은 우리와 완전히 다른 정치체제를 가졌습니다. ‘당·국(黨國)체제’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당과 국가가 하나라는 뜻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공산당이 국가를 앞장서서 이끄는 나라라는 의미랍니다.

여러분도 알고 있듯이, 중국에는 공산당 하나만 존재합니다. 우리나라에는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 여러 정당이 있습니다만, 중국에는 공산당 하나뿐입니다. 공산당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군사를 조직, 운영, 규율합니다. ‘당·정·군·학교와 동서남북 중앙에서 당이 모든 것을 영도한다’고 공산당 당장(黨章)에 쓰여 있답니다. 우리나라에선 꿈도 못 꿀 선언입니다.

중국 공산당은 1921년 생겼습니다.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나라는 내전을 통해 1949년 세워졌으니 당이 국가보다 우선한다는 주장이 언뜻 이해가 갑니다. 중국 공산당 구조를 들여다봅시다. 공산당은 총서기를 우두머리로 삼습니다. 당대표인 셈입니다. 총서기는 국가주석, 우리로 치면 대통령직을 겸합니다. 3연임한 시진핑은 총서기이자 국가주석입니다. 역시 우리나라에선 성립할 수 없는 권력집중입니다.

총서기 밑에는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조직이 있습니다. 그 아래 24명으로 구성된 정치국 위원회가 있습니다. 공산당 최상층부라고 보면 됩니다. 이들은 전체 공산당원을 실질적으로 대표합니다. 14억 중국 인구 중 공산당원은 작년 말 기준으로 9671만 명쯤 됩니다. 전체의 10%가 안 되는 사람만 공산당원입니다. 이 중에서 공산당전국대표대회에 나가 표결하는 전국대표대회 대표는 2296명입니다. 이들은 최근 끝난 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 참석해 시진핑 3연임에 동의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공산당 총서기 겸 주석은 10년마다 바뀌었습니다. 마오쩌둥이 중국을 세울 시점에는 임기 제한이 없었습니다. 마오쩌둥의 뒤를 이은 덩샤오핑이 개혁을 했습니다. 1인 독재의 폐해가 심했기 때문이죠. 중국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었던 덩샤오핑은 집단지도체제의 토대를 놓았습니다. 한 사람이 모든 결정을 하기보다 여러 명이 머리를 맞대 토론하고 논의해서 의사를 결정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거죠. 바로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입니다.

덩샤오핑은 죽기 전에 후계자를 정했으며, 그다음 후계자도 드러냈습니다. 후계 구도가 불투명할 경우 권력 투쟁이 발생할 수 있고, 그러면 공산당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인물이 장쩌민, 후진타오라는 지도자들입니다. 덩샤오핑 말년에 총서기, 즉 국가주석은 5년 임기로 연임(2회)할 수 있도록 했는데, 장쩌민과 후진타오는 이것을 차례로 지켰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시진핑 3연임으로 연임 제한 전통이 깨진 겁니다. 중국 내부적으로 이것은 큰 변화이며, 해외 반응도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답니다. 3연임 결정 직후 열린 홍콩과 상하이 주식시장에서 폭락장세가 연출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중국 정치를 알려면 3대 파벌을 알아야 합니다.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은 중국 내 3대 파벌을 대표하는데요. 장쩌민은 상하이방, 후진타오는 공산주의 청년단(공청단), 시진핑은 태자당을 대표합니다. 그동안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는 3대 파벌이 나눠 갖는 식으로 배분돼 왔습니다. 3연임으로 권력이 막강해진 시진핑은 이런 삼각편대를 깨버렸습니다. 태자당 출신이 아닌 리커창, 왕양, 후춘화를 단번에 퇴진시키고 자신의 측근들로 채웠습니다. 정치국 상무위원 전체가 시진핑 계열에 장악당한 거죠. 시진핑은 그 밑의 정치국위원회 24명도 자기 사람 위주로 갈아치웠습니다. 공청단과 상하이방들의 불만이 물밑에서 불거질 수밖에 없는 거죠. 이게 중국 정치에 큰 불안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합니다.

시진핑은 강력한 권력을 앞세워 ‘중국몽’을 달성하려 합니다. 중국몽은 사회주의 현대화와 최강국 만들기입니다. 현대민주주의는 권력 분산과 권력 제한을 추구합니다. 중국 정치는 반대로 갔습니다. 현대적 민주화를 역행한 시진핑이 꾸는 중국몽은 이뤄질까요?

 NIE포인트

1. 중국 공산당의 권력 구조를 찾아보고 우리와 비교토론해보자.

2. 중국 인구 중 공산당원이 몇 명이나 되는지 알아보자.

3. 중국에 존재하는 3대 파벌을 조사해보자.

"민주주의 없는 시장경제 싱가포르를 닮자"
시진핑, 절대권력 앞세워 달성할 수 있을까

왼쪽부터 마오쩌둥,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 /한경DB


중국이 추구하려는 경제는 미국식도, 일본식도, 유럽식도, 한국식도 아닙니다. 바로 싱가포르식 경제입니다. 싱가포르는 경제적 자유도 면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는 나라인데 공산당 독재 체제인 중국이 모델로 삼고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싱가포르를 잠시 봅시다. 이 나라는 현대적 민주주의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국가로 종종 분류됩니다. 싱가포르는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모두 제약합니다. 국영기업들이 방송과 신문을 운영하고 정부 비판 기사를 내지 못합니다. 오랫동안 인민행동당 일당 체제이기도 했습니다. 2021년 기준으로 싱가포르의 민주주의지수(정치적 자유도)는 6.32점으로 세계 중위권보다 약간 높은 60위 정도입니다. 싱가포르가 ‘민주주의 없는 시장경제 국가’라고 불리는 이유죠.

시진핑 주석은 싱가포르식 체제를 만들기 위해 두 가지를 수단으로 내세웠습니다. 하나는 국가 주도이고 다른 하나는 공동부유(富裕) 실현입니다. 이것을 설명하기 전에 중국 경제사상의 흐름을 알아봅시다. 중화인민공화국의 초대 주석이었던 마오쩌둥(1893~1976)은 “사유재산권이 없는 나라, 자본가가 아니라 노동자와 농민이 주인인 나라”를 주창했습니다. 반자본주의 공산론입니다. 그러나 결과는 끔찍했습니다. 사유재산권을 없애고 집단농장화를 시행하자 식량 생산이 급감했습니다. 중국인 5000만 명이 굶어 죽는 대규모 아사(餓死)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마오쩌둥을 이은 2세대 지도자 덩샤오핑(1904~1997)은 공산당을 위기에서 구해내기 위해 개혁·개방을 앞세웠습니다. 선부론(先富論)과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입니다. 선부론은 “누구라도 먼저 부자가 되자”는 뜻이고, 흑묘백묘론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입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인민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으면 채택하겠다는 거죠. 중국이 변신하자 외국 투자가 이어졌습니다. 일자리가 생겼고, 소득이 증가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중국 경제는 중앙정부의 계획과 지시에 따라 효율적으로 작동했습니다. 우리나라도 과거 후진국이었을 때 정부가 경제개발을 주도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강력한 권력을 앞세워 나라를 가난에서 구했답니다.

문제는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달성 이후의 경제입니다. 시진핑은 선부론을 없애고 국가 주도와 공동부유론을 추구하겠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싱가포르처럼 국가가 주도하는 경제 발전으로 인민 모두가 부유해지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겁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은 싱가포르가 아니라는 말로 답을 대신합니다. 싱가포르는 인구 597만 명의 작은 도시국가여서 정치적 통제와 경제적 자유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지만, 중국은 56개 민족과 거대 인구를 자랑하는 큰 나라이기 때문에 싱가포르를 모델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국가 주도는 잘못된 처방이라는 진단도 많습니다. 1만달러 달성까지는 국가가 주도할 수 있지만, 이후엔 개인과 기업, 시장이 주도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국가는 시장에서 나타나는 수많은 정보와 지식을 전지전능하게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경쟁 시장에선 개인과 기업들이 국가보다 훨씬 빠르게 반응하고 적응합니다. 또 개인과 기업이 국가보다 자원을 훨씬 효율적으로 사용합니다. 국가 주도는 낭비와 부패를 낳습니다. 공무원의 높은 청렴도를 자랑하는 싱가포르와 달리, 중국의 부정부패는 악명이 높습니다.

모두가 잘산다는 공동부유론은 선부론과 달리, 국가가 부를 나누겠다는 뜻입니다. 성공한 사람의 부를 빼앗아 재분배할 수도 있다는 거죠. 이렇게 되면 개인과 기업들이 성공하려는 인센티브를 없앨 수도 있습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정부는 모든 것을 빼앗을 수 있는 정부다.” 시진핑 3연임 직후 홍콩과 상하이 주식시장이 폭락하는 이른바 ‘차이나런’이 발생한 것도 좋지 않은 뉴스입니다. 시장경제에 호의적인 리커창, 왕양 등이 제거된 것을 나쁜 징후로 본 겁니다. 특히 국가 주도와 공동부유론을 부정적으로 보는 반응이 아닐까요?

 NIE포인트

1. 중국이 추구하려는 경제모델이 싱가포르인 이유를 알아보자.

2. 공산주의, 선부론, 공동 부유론의 차이를 주제로 토론해보자.

3.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의 의미를 시장경제 측면에서 이해해보자.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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