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비극에 정치권 '정쟁' 중단…'정부 책임론' 비판 목소리도

변덕호 2022. 10. 3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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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추궁 아닌 추모의 시간"
野 "정부, 사태 수습에 최선 다해야"
이상민 발언에 與野 모두 질타하기도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서울시청 광장에 마련된 정부합동분향소를 방문해 헌화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수많은 목숨이 희생된 '이태원 압사 참사'에 정치권에서도 애도의 물결이 일며 '정쟁'을 중단해야 한다는 자성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야 모두 이번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며 재발 방지 대책을 위한 협력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정부 책임론'과 정부를 옹호하는 주장이 부딪히면서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여야가 팽팽해진 '정쟁의 끈'을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여야 지도부는 정치적 현안을 두고 대립하기보다는 애도시간을 갖고 사태 수습·후속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는 데 주력할 것을 약속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여야 지도부는 이날 모두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비대위 회의를 마친 뒤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은 모두 검은색 양복·넥타이 차림이었으며, 가슴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힌 근조 리본을 착용했다. 이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분향소에 들어섰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헌화한 뒤 조문록에 "못다 핀 꽃잎처럼 떠난 젊은이들의 영전에 깊은 애도의 마음을 올립니다.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철저히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정 위원장은 이번 참사와 관련해 '사회 안전망 시스템'을 점검하기 위해선 정치권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문 뒤 기자들과 만나 "너무 비통한 마음이다. 뭐라고 표현하기 어렵다"며 "이번 예산국회를 통해서도 점검된 내용을 가지고 보완해야 할 문제, 예산 편성의 문제 등을 골고루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사태 수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정부에 협력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민의힘 비대위는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비대위 회의를 열고 사고 수습 논의를 진행했다. 전날(30일)에는 긴급 비대위 회의를 열기도 했다.

국민의힘 비대위는 '이태원 사고 희생자 애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수습과 대책 마련에 총력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적힌 걸개(백드롭)를 달았다.

이 자리에서 정 위원장은 "지금은 추궁이 아닌 추모의 시간"이라며 "슬픔을 나누고 기도해야 할 시간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 당내 일정은 애도 기간 중 일체 정치활동을 금하고 아깝게 희생된 154명의 넋을 위로하는, 애도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기를 게양하고 추모 현수막을 배치하기로 했다"며 "정부의 사태 수습을 적극적으로 협력하면서 당에서 해야 할 모든 일을 다 해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필요하면 야당에 협조 요청해 국회 차원의 '이태원 참사 TF’를 구성할 계획도 있다고 했다. 다만, 현재로선 대책위 구성에 대해 야당과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

30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 관계 부처 장관들의 브리핑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오른쪽)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역시 참사 현장을 방문해 고인의 넋을 기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 회의를 마친 뒤 오전 11시경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서울 녹사평 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조문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 역시 침통한 표정으로 조문했다.

조문을 마친 이 대표는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희생자 추모공간을 찾아 헌화했다. 이어 소방관계자들로부터 사고 경위와 대응 조치 등을 보고 받았다. 그는 별다른 입장 발표나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

민주당도 이번 참사에 대해 정쟁보단 협력으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은 희생자들의 안돈(安頓), 유가족에 대한 위로, 그리고 사건 수습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라며 "또다시 이러한 참혹한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서 왜 그런 사안이 벌어졌는지, 앞으로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 지에 대해 당연히 사후조치가 뒤따라야겠다"고 당부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경기도 용인시 지상작전사령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여야 모두 정치활동을 자제하겠다고 했으나 '정부 책임론'이라는 주장이 일면서 정쟁의 기류가 감지되기도 했다.

발단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에서부터 시작된다.

앞서 이 장관은 전날(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정부 대응 방안 브리핑에서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었다"며 "소방, 경찰 인력을 미리 배치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 장관의 발언에 여야 모두 질타하고 나섰다.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회의에서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 "정부 당국이 (이태원 참사에 대해) 책임이 없다, 할 만큼 했다는 이런 태도로 국민들을 분노하게 할 게 아니다"라며 지적했다. 그는 "낮은 자세로 오로지 국민만을 위하고 모든 것이 나의 책임이라는 자세로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집중해주길 바란다"며 "참혹한 사태 벌어진 것에 대해서 왜 그런 사안이 벌어졌는지 앞으로 이런 일 막기 위해 어떤 조치 필요한 지에 대해 당연히 사후조치 뒤따라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일단 수습과 위로에 총력을 다할 때"라고 주장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도 이날 T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잘 모르는 입을 닫고 있어야지, 변명하다가 국민의 화를 북돋우는지 모르겠다"며 "지금은 책임을 피하기 위한 얘길 던질 때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국민의힘 역시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 장관의 언행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해 "공감한다"며 "국민의 아픔을 이해하고 여기에 동참하는 모습이 아닌 형태의 언행은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도 "어떤 입장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썩 설득력 있는 표현은 아니었다"며 "지금은 언행, 특히 말조심해야 하고,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무겁게 이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다만, 같은 당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보단 옹호하는 듯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이날 이태원 사망사고 합동 분향소에서 조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지금은 추궁의 시간이라기보다는 추모의 시간"이라며 일축했다.

[변덕호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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