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 다른 질환으로 입원때 금연시도 유도해야
흡연자들은 금연을 힘들어 하지만, 입원과 같은 상황은 금연을 다짐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고기동 교수는 흡연자가 기타 질환으로 의료기관에 입원하는 특수한 상황은 환자들에게 적절한 교육을 통해 금연을 유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금연이 어려운 이유는 단순히 '의지의 문제'라기 보다는 '니코틴 의존' 때문이다. 체내 니코틴 농도가 일정 수준 이하가 되면, 흡연자는 금단 증세를 느끼고 니코틴을 추가로 요구하게 된다.
고기동 교수는 "금연진료는 의사가 환자에게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영역"이라며 "모든 환자 진료에서 흡연에 대한 확인과 금연에 대한 단순하지만 적절한 언급만으로도 환자의 금연성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연에 대한 구체적인 상담 및 약물요법까지 직접 시행하거나, 여러가지 이유로 직접 진료가 어렵다면 그러한 조건이 되는 곳으로 금연진료를 연계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라고 덧붙였다.
흡연자들이 만성 생활습관병(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암, 심혈관 질환 등을 진단받거나 이로 인해 입원할 때, 금연에 대한 '동기 부여(motivation)'가 어느 때보다 높다. 따라서 이는 금연 성공에 중요한 시간이 될 수 있다.
최근 이런 사실에 주목해 뇌졸중 후 흡연 행동 변화를 살펴본 연구가 있었다. 이 연구는 'Behavioral Risk Factor Surveillance System(BRFSS)'이라는 미국 CDC(질병관리센터) 주관 아래 매년 실시되는 '건강 관련 행동', '질병 상태', '예방적 의료 서비스 사용' 등에 대한 표본 조사를 활용해 이뤄졌다. 연구팀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7년간의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뇌졸중 발생 전에 흡연자였던 사람 중에 몇명이나 뇌졸중 발생 후에도 흡연했나'라는 질문에 39.2% 이상의 값이 나왔다. 결국 뇌졸중 당시 흡연자였던 미국인들 중 약 40% 이상의 사람들이 흡연을 지속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추가적으로 '암 진단'후에 '지속 흡연률'에 대해서도 분석했고, 뇌졸중 진단 후 지속 흡연률(약 40%)보다 30% 정도 낮은 약 30%로 분석됐다.
국내에서는 '보험공단 표본코호트 자료'와 '국가 검진 자료'를 후향적으로 분석한 연구가 있다. 이 연구에서는 CVD(허혈성 심장 질환, 뇌졸중) 발생 당시 흡연자의 절반%(49.4%)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흡연했다. 만성 생활습관병(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을 진단받은 후 흡연 행동 변화를 살펴본 연구에서도 환자들은 금연을 어려워했다. 앞에 언급된 두 가지의 국내 빅데이터 분석 결과, 당뇨병 진단 후에도 약 70%(68.8%)의 사람들이 흡연을 지속했다.
고기동 교수는 "조금 섣부른 일반화를 해 보자면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의 만성 질환 진단에도 지속 흡연률은 약 70%, 심혈관 사건(심근경색, 뇌졸중 등) 후에도 지속 흡연률은 약 50%, 암 진단 후 지속 흡연률은 약 30%로 요약된다"며 "우리에게는 아직 금연이 필요한 많은 환자들이 남아 있다. 의사를 포함한 의료인은 환자들의 금연을 위해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의료기관은 금연을 위한 시스템과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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