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러시아, 우크라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산업 타격 10년 이상 간다”
세계 최대 에너지 수출국으로 군림해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제재로 에너지 산업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으며 10년 이상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이 러시아의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을 중단하고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이 매년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언론 악시오스는 30일(현지시간)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발간한 ‘세계에너지전망 2022’ 보고서를 분석해 이같이 보도했다.
러시아는 지난해까지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이었고, 석유 수출량은 세계 2위였다. 하지만 IEA가 공개한 러시아의 가스 수출 현황 및 전망 그래프를 보면 해마다 가스 수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IEA는 지난해 발간한 세계에너지전망에서 러시아의 가스 수출량이 2022년과 2023년 3000억입방미터(bcm·가스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에 근접한 다음 계속 증가해 2029년 3500bcm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IEA는 올해 공개한 전망치에서는 러시아의 2022년 가스 수출량이 2500bcm 아래로 떨어지고, 2023년에는 2000bcm에도 못 미칠 것으로 봤다. 2027년에는 1500bcm 아래로 내려가는 등 이후로도 러시아의 가스 수출량은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IEA는 전망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지난해 내놓은 전망치와 올해 내놓은 전망치 사이의 격차는 커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에너지 산업은 이중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 에너지 기업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에너지 재벌들을 대거 제재 명단에 올렸고, 에너지 산업 관련 기술과 부품에 대해 수출 규제를 단행했다. 이로써 러시아 에너지 기업들은 해외 신규 투자를 유치할 길이 막혔고, 원유와 가스 등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부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는 장기적으로 러시아 에너지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 떨어트릴 수 있다.
러시아는 에너지 판매에도 제약을 받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초기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유럽연합(EU)도 연말까지 러시아산 석유 수입량을 90%까지 줄이겠다고 발표했고,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가격 상한제를 논의하는 등 러시아산 에너지 퇴출을 진행 중이다. 에너지 강국인 미국이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에너지 물량은 그리 많지 않지만 EU는 사정이 다르다. EU는 가스의 48%, 석유의 25%를 러시아에 의존해 왔다. EU는 러시아에 의존했던 석유와 가스 수입을 급격히 줄이면서 에너지난을 겪고 있지만 안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고통을 견디고 있다.
러시아는 유럽 시장에서 판매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인도·중국 등 아시아에서 새로운 판로를 개척 중이다. 하지만 유럽이 단기간에 러시아산 에너지를 대체할 새로운 공급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 못지않게 러시아도 단기간에 새로운 수입국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게 IEA의 전망이다. 러시아가 중국에 대한 가스 공급량을 늘리려고 해도 새로운 가스관을 건설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IEA는 보고서에서 “러시아는 아시아 시장으로 방향을 전환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천연가스의 경우 대규모 추가 물량을 한꺼번에 중국에 보낼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라면서 수요 불확실성, 신규 투자를 위한 자금 및 기술 확보 제약 등이 겹치면서 장기적 전망은 더욱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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