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바퀴 달린 스마트폰' 시동 걸렸다
LGD, 오토부문 수주 40% 성장
LG엔솔, 사상 최대 실적 행진
지난 3분기 LG그룹의 실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자동차 관련 사업부다. LG전자의 VS(Vehicle component Solutions) 부문, LG디스플레이의 오토 부문,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등 그룹내에서 차 관련 부문의 실적 성장세가 돋보였다.
엔진 중심의 내연기관차에서 배터리 중심의 전기차로 자동차 시장이 전환되는 가운데 LG그룹의 포트폴리오도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은 가운데 그룹이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라 불리는 미래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모양새다.
LG전자, 전기차 모터 강한 이유
지난 3분기 LG전자의 VS 매출은 2조345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5.6% 증가했다. 이는 분기 최대 매출이다. 전체 매출(21조1768억원) 중 VS가 차지하는 비중은 11%가 넘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96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흑자전환했다. 지난 2분기 26개 분기만에 흑자전환한 뒤 2분기째 흑자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3분기 주력제품인 TV부문 HE(Home Entertainment)가 적자가 나면서 VS의 실적은 더 돋보였다.
VS 부문은 △텔레매틱스(차량 정보통신)·디스플레이 오디오·내비게이션 등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 모터·인버터 등 전기차용 부품 △자동차 램프·보안용 소프트웨어 등으로 나뉜다. 지난 28일 컨퍼런스콜에서 김주용 VS경영관리담당 상무는 연말 예상 수주잔고(80조원) 기준 "인포테인먼트가 65%, 전기차용 부품이 20%대 중반, 차량용 램프가 나머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중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곳은 전기차용 부품이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전기차용 부품의 수주 비중은 올 상반기 20%에서 3분기 25%로, 5%포인트 확대됐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가 확산되면서 기존 내연기관의 엔진을 대신하는 전기차의 모터 등 구동부품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어서다. 구동부품은 LG전자 VS 부문 중에서도 성장성이 기대되는 분야인 것이다.
LG전자 인수합병(M&A)으로 VS부문을 키웠다. 2013년 LG전자는 계열사인 LG CNS의 전장 자회사(V-ENS)를 170억원에 인수합병(M&A)한 뒤 사내에 VS 본부를 출범시켰다. 2018년 LG전자와 (주)LG가 자동차용 조명업체 ZKW를 1조4064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2021년 자동차 보안기업 사이벨럼, 2022년 전기차 충전기 업체 애플망고 등 M&A가 이어지고 있다. M&A의 결실이 9년 만에 나온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서 확보한 모터 기반 기술을 전기차로 확대하고 있다"며 "차량용 디스플레이 부문은 LG가 이미 잘해왔던 분야고, 구동부품은 앞으로 성장성이 기대되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 차량용 OLED '눈길'
LG디스플레이는 지난 3분기 7593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가운데 오토(Auto, 차량) 디스플레이 부문은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손기환 상무는 "오토 수주는 2020년 2조원에서 2021~2022년 4조~5조원대로 대폭 성장했다"며 "올해 수주금액은 작년보다 40% 이상 성장했다"고 전했다.
한국기업평가의 지난 4월 분석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작년 차량용 디스플레이 매출 중 85%는 차량 전면 중앙의 내비게이션 등을 보여주는 CSD(Center Stack Display)가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15%는 계기판 디스플레이인 ICD(instrument cluster display)에서 나왔다. 지난해 9인치 이상 대형 CSD와 ISD 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은 20%(물량 기준)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차세대로 밀고 있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가 차량용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현재는 벤츠와 GM 등에 'LG OLED 패널'이 공급되고 있다. 손 상무는 "전체 오토 수주에서 OLED 비중은 2021년 30% 수준에서 2022년 45%로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크기 자체가 커지고,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개수 자체도 늘고 있다"며 "LG디스플레이가 주력하고 있는 10인치 이상 프리미엄 디스플레이 시장과 함께 차량용 OLED 시장도 선제적으로 공략하고 있다"고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 매출 예상치 3차례 상향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기존 주력 사업부의 부진 속에서 자동차 부문의 선방이 돋보였다면,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의 심장인 배터리 사업부로 '깜짝 실적'을 냈다. 지난 3분기 매출은 7조648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9.9% 늘며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5219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전망도 밝다. 회사 측은 올해만 매출 가이던스를 19조2000억원, 22조원, 25조원 등으로 3차례 상향 조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세계 전기차 시장이 올해 1000만대에서 2030년 540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다른 부품과 달리 자동차 부품은 안전과 관련돼 진입 장벽이 높다"며 "시장에 진입하기 힘들지만 한 번 들어가고 나면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준형 (why@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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