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6조원 시장 사라진다?…존폐 위기 처한 토탈리턴 ETF
금투세 도입에 내년부터 분배해야 할 수도
운용업계 "상품 다양성 위해 시행령 재개정해야"
정부 "형평성 어긋나…신중한 검토 필요"
6조 규모의 토탈리턴(TR)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존폐 위기에 처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위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기획재정부가 ‘모든 집합투자기구는 매년 결산·분배해야 한다’는 조항을 TR ETF에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해석하면서다. 분배금(배당)을 자동으로 재투자하는 TR ETF는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게 정부 측 입장이다. 반면 운용업계에서는 TR ETF가 사라질 경우 상품 다양성이 떨어지고 투자자 혼란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TR ETF 25개의 순자산총액은 총 6조6357억원 규모다. 전체 ETF 시장(77조6250억원)의 8.5%에 달한다. 2020년 10월 말 4조6359억원에서 2년 만에 43.1% 성장했다.
TR ETF는 분배금을 투자자에게 지급하지 않고 이를 자동으로 재투자하는 상품이다. ETF를 매도하기 전까지 배당소득세(15.4%)를 내지 않아 기관투자가와 장기투자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연된 세금이 재투자에 사용되기 때문에 복리 효과도 크다.
2017년 삼성자산운용이 첫 TR ETF를 출시한 이후 운용업계에선 공격적으로 상품을 출시해왔다. 하지만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불똥이 튀었다.
현재 세법상 ETF를 포함한 모든 집합투자기구는 매년 1회 이상 결산·분배해야 한다. 다만 시행령에서 예외 항목을 둬 ETF가 지수 구성종목을 교체함에 따라 발생하는 이익은 분배를 유보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TR ETF의 배당금 재투자가 ETF 기초지수의 구성종목 교체에 해당한다고 보고 상품을 출시해왔다.
하지만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위한 법 개정 과정에서 해당 항목이 삭제됐다. TR ETF의 배당금 재투자가 허용된다고 판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사라진 셈이다. 이에 TR ETF도 매년 분배를 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TR ETF의 상품성이 사라지는 것과 다름없다”며 “TR ETF가 추종하는 기초지수는 배당금 재투자를 가정하기 때문에 분배를 할 경우 ETF의 추적오차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반 ETF와 토탈리턴 ETF 간 차이가 사라지면서 한 운용사에서 동일한 성격의 ETF를 두 개 이상 상장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과 KODEX 200 TR,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과 TIGER 200 TR 등이 대표적이다.
TR ETF 과세 문제가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여부와도 얽혀 있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금융투자소득세가 2년 유예된다면 TR ETF 과세 문제도 2025년까지 늦춰지게 된다. 하지만 야당의 반발이 커 지금까지 유예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
내년 금융투자소득세 시행되고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TR ETF 시장은 당장 두 달 뒤에 소멸 위기에 처할 전망이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TR ETF가 사라지면 투자자들의 선택지가 좁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여부와 별개로 TR ETF에 대해 분배금을 유보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에 대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등이 기재부에 시행령 개정 요구를 전달했지만 정부는 미온적인 반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다른 상품은 모두 분배를 강제하는데 TR ETF에 대해서만 예외를 인정하면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시행령상 ‘ETF가 지수 구성종목을 교체함에 따라 발생하는 이익은 분배를 유보할 수 있다’는 내용이 TR ETF의 분배금 재투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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