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퍼진 '이태원 참사' 영상…트라우마 호소하는 시민들
핼러윈을 앞둔 10월 29일 밤 벌어진 이태원 참사의 현장을 담은 사진과 영상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현장 목격자는 물론 전국민의 트라우마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경찰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는 경찰 추산 약 10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 생존자 외에도 인근에서 참혹한 사고현장을 직접 목격한 이들이 적잖다.
참사 당일 친구와 함께 이태원을 방문한 조모씨(27) 역시 그중 하나다. 조씨는 "수십명의 시신이 뒤엉켜 바닥에 있던 모습이 자꾸 생각난다"며 "내가 희생자 중 한 명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았기에 더욱 무섭다"고 했다.
현장에 없었지만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카카오톡 메신저 등을 통해 사고 장면에 노출된 이들은 더 많다. 사고 당일 온라인 공간에서는 사고 당시 장면부터 사고 직후 대규모 심폐소생술(CPR)이 벌어지는 영상 등이 실시간으로 퍼졌다. 인파가 집중된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사고가 벌어짐에 따라 사고 장면이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간접적으로 참사에 노출된 이들에게서도 스트레스 징후가 나타난다. 김병국씨(31)는 사고 당일 트위터를 통해 다수의 사고 영상을 접했다. 김씨는 "영상 속에서 공허한 표정으로 희생당한 모습이 너무 충격적이었다"며 "잘 때도 계속 생각나 잠을 설치게 된다"고 했다.
30대 이모씨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올라온 영상과 사진을 몇 개 봤는데 위험해 보였고 안타까웠다"며 "이후 기사에 올라온 사진을 봐도 그 장면이 연상될 때가 있어 불편한 감정이 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뿐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참사 장면에 노출된 이들 역시 트라우마를 겪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공포와 동시에 희생자를 구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이나 죄책감에 시달릴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또 "(영상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목격하더라도 충분히 외상이 될 수 있고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심리적인 재외상화가 일어날 우려가 있다"며 "이번 사고는 익숙한 장소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심리적인 동일시나 공감 효과가 더욱 크다"고 말했다.
백명재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간접적으로 참사를 경험했을 때)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자율신경계 균형이 깨지고 그로 인해 잠을 잘 못 잔다든지 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참사 장면에 노출되는 것을 멀리하는 한편 심할 경우 심리 상담 등 외부의 도움을 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백 교수는 "일상을 지속하는 한편 스트레스가 극심한 분들은 보건복지부에서 제공하는 통합심리지원단 등 전문가의 도움을 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성준 강북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 일상생활을 살아나가는 동시에 사진이나 영상에 최대한 노출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관계 기관은 참사 현장을 담은 사진·영상 유포를 막는 한편 심리 치료를 위한 대응에 나섰다. 경찰은 SNS 등 온라인상 가짜뉴스와 피해자 모욕성 게시물을 모니터링하며 위법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특히 희생자 명예를 훼손하는 모욕성 게시물을 사이트에 요청해 삭제하고 있다.
방송통심심의위원회 역시 이태원 사고 발생 이후부터 자극적인 현장 영상 등을 여과 없이 유통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피해자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정보에 대해 중점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심리상담학회는 이태원 참사 사고 수습을 지원하기 위한 대응팀을 꾸리고 "학회원 여러분은 심리상담 전문가로서 사고의 생존자와 목격자, 유가족 그리고 이번 참사 보도를 접한 모든 분들에 대한 심리 지원에 적극 동참해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이태원 왜 갔냐고? 꼰대들 떠들지 말길" 30대 작가의 일갈 - 머니투데이
- [영상]이찬원, 이태원 참사에 "노래 못해요"…관객 난입 몸싸움 - 머니투데이
- '암 투병' 김희라, 항암치료 고통 고백…"한번에 머리 다 빠져" - 머니투데이
- '결혼 41년' 박일준 "아내가 황혼이혼 요구…비참해" - 머니투데이
- '50억 자랑' 돌싱 정숙 "질린다 질려"…돈 요구 메시지에 분노 - 머니투데이
- '조건만남 절도' 의혹 터지자 통편집…'나솔' 정숙 직접 입 열었다 - 머니투데이
- 일본여행 가서 펑펑…또 '슈퍼 엔저' 가능성, 개미는 두려운 이유 - 머니투데이
- 새로 굴러온 '엔비디아', 25년 박힌 '인텔' 빼냈다…다우 지각변동 - 머니투데이
- 장계현, 길에서 본 여성과 외도…"어느날 아내와 거실에" 무슨 일? - 머니투데이
- "어머니 지명수배 때문에…" 한소희, 1994년생 아니었다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