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맥경화’에···오늘회·힙합퍼·부릉 등 유명 플랫폼도 서비스 접고 매각
벤처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플랫폼 스타트업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제2의 벤처붐에 대한 기대를 높였던 업체들이 자금난에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매각에 나섰다. 벤처투자 업계는 코로나19로 급성장한 플랫폼 기업들의 거품이 빠지면서 혹독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패션 플랫폼 ‘힙합퍼’가 11월1일부터 서비스를 종료한다. 힙합퍼는 국내 스트리트 패션을 선도한 1세대 쇼핑몰로 한때는 업계 1위인 무신사와 선두 경쟁을 벌일 만큼 2030대에게 인기가 높았다. 중견 여성 패션업체 바바패션이 2018년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힙합퍼를 인수했지만, 수익성 악화로 올해 8월 매각에 실패하면서 결국 서비스를 접게 됐다.
국내 1위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 운영사인 메쉬코리아는 경영권 매각에 나섰다. 메쉬코리아는 네이버와 GS리테일 등에게 대거 투자를 받으며 올해 하반기 유니콘 등극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자금난에 지난달부터 새벽배송을 접고 희망퇴직을 받으며 사업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 ‘오늘회’ 운영사인 오늘식탁은 협력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지난달 서비스를 중단했다가 최근 일부 서비스를 재개했다. 75만명의 회원을 끌어모으며 정책기관인 한국성장금융이 투자할 만큼 성장성이 높은 기업이었으나, 지금은 추가 투자를 받지 못하면 사업 정상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 외 라이픽(뷰티숍·피트니스센터 예약 결제 플랫폼)과 유저해빗(빅데이터 기반 모바일 사용자 행동분석 플랫폼) 등의 유명한 플랫폼 스타트업도 자금난에 폐업을 결정했다.
이들은 동종업계 기업들과 캐시버닝(현금이 고갈될 정도로 과도한 출혈을 일으키는 경쟁)을 벌이며 적자 성장을 유지한 공통점이 있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아도 거래액을 늘려 외형을 키우는 전략을 택했으나 투자금이 끊기면서 위기를 맞게 됐다.
국내 스타트업 민관협력 네트워크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올해 9월 스타트업 투자액은 3816억원으로 전월 대비 55.7% 급감했다. 올해 스타트업 투자액이 5000억원 이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40%가량 줄었다. 이는 업계의 경영 악화로 이어졌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스타트업 10곳 중 6곳은 지난해보다 투자 심리 악화로 경영이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플랫폼 스타트업 업계는 앞으로 사업 확장보다 손실을 줄이는 방향으로 수익 모델을 개편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경직으로 투자회수가 어려워진 만큼 미래 성장 가능성을 중심으로 보던 벤처캐피털업계가 검증을 까다롭게 하면서 옥석 가리기가 불가피해졌다”며 “유료멤버십·PB(자체브랜드) 상품 도입과 해외 진출 등의 자구책으로 버티거나, 이마저도 힘든 곳은 M&A(인수·합병)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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