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입장에서 본 공공분양 50만 호 공급
나는 지난 2020년에 국무총리실에서 운영한 ‘청년참여거버넌스 청년참여단’에 참여한 적이 있다. ‘주거분과’ 분과원으로 활동했는데, 당시 ‘청년우대 주택청약통장 기능 강화, 전월세 무이자 지원, 월세 현금 지원, 청약 기회 확대’ 등 다양한 안건들을 논의하고 건의했다. ‘예산, 형평성 등 여러 이유로 안될 가능성이 높겠지만, 그래도 청년들의 니즈를 최대한 이야기해보자’라는 것이 분과원들이 공통된 생각이었을 정도로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다.
그런데 최근 청년에 대한 주거 정책의 패러다임이 획기적으로 전환되고 있다. 청년 월세 비용 지원부터 시작해서 무이자 대출은 이미 시행되고 있고, 얼마 전 발표된 청년 주거 대책은 놀란 눈으로 살펴봐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그간 정부는 국토부 온라인 패널, 청년정책위원단 운영, 설문조사를 통해 청년들의 어려움을 직접 들어왔다고 한다. 이번 정책을 보면 여기서 나온 이야기들이 꽤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여졌다. 굵직한 정책 위주로 하나씩 살펴봤다.
(아래 단락부터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참조)
첫째, 공공분양 주택 50만 호가 확대되고, 이 중 청년층에 34만 호가 공급된다. 절대적인 공급 물량이 많아져야 그만큼 당첨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인원이 늘어날 것이다.
둘째, 다양한 주거 선택권이 제공된다. 나는 이번에 제시된 3가지 모델에 청년 실수요자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된 것으로 느껴졌다. 먼저, ‘나눔형’이다. 나눔형은 25만 호가 공급되며 시세 70% 이하의 분양가로 책정되고 5년의 의무거주 기간 이후 공공에 환매할 경우 시세 차익의 70%를 보장한다고 한다. 다음으로 ‘선택형’은 10만 호가 공급되며 저렴한 임대료로 우선 거주한 후, 분양 여부는 6년 후에 선택하는 모델이다. 예를 들어, ‘입주시 추정 분양가와 분양 시 감정가’의 평균 가격으로 분양받을 수 있는데, 입주시 추정 분양가가 3억 원이고, 6년 후 분양시 감정가가 6억 원이 된 경우 최종 분양가는 4.5억 원이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반형’은 15만 호가 공급된다.
물론, 여기까지는 좋게 보이지만 문제는 청년층의 빈약한 자산 규모다. 분양가가 아무리 저렴하더라도 요즘 집값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래서 정부는 나름의 획기적인 장기 모기지를 지원하기로 했다. 분양가의 80%, 최대 5억 원까지 40년 만기(일반형은 30년)로 저리 ‘고정금리’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여기서 포인트는 ‘분양가의 80%’ , ‘고정금리’다.
가령, 시세 5억 원의 주택 구입을 위해서는 당장 필요한 돈이 7000만 원으로 낮아지게 된다. 나머지 대출 금액은 고정금리를 적용받아 갚아나가면 된다. 최근 같은 ‘금리 인상기’에는 여러모로 고정금리가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금리는 저리로, 1.9~3.0%(일반형은 2.15~3.0%)까지 적용된다. 청년층이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뤄갈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추첨’ 청약 기회를 대폭 확대한 점이다. 그간 투기과열지구의 85제곱미터 이하 중소형 평수는 가점제 100%로 주택이 공급돼 왔다. 가점은 부양가족, 무주택 기간, 청약통장 가입 기간 등에 영향을 받는데, 청년들은 이 가점을 제대로 채울 수가 없다. 그래서 청년층의 당첨 기회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중소형 평형에 대한 추첨제를 신설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그간 추첨제는 청년 실수요층이 강력히 요구하던 사항인 만큼, 적절히 반영된 것 같아 청년으로서 뿌듯한 마음이다.
그간 ‘에이, 내가 집을 가질 수 있겠어?’라는 생각이 팽배했다면, 앞으로는 그 생각을 떨쳐내도 된다. 가능성이 충분히 높아졌다. 내가 현재 돈이 부족해도 장기 모기지를 활용할 수 있다. 고정금리가 적용돼 상환액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리고 나에게 맞는 모델을 택하여 도전해볼 수 있다. 청약 계획 및 일정을 잘 파악하여 내 집 마련이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고 있는 직장인 김석훈(가명) 씨는 “캥거루족이라는 말에 예민하지만 어쩔 수 없이 지내왔었다. 내 집 마련을 위한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청년 주거 대책은 분명 ‘예전과는 다르다’라는 생각이 든다. 청년층 대부분이 도전할 수 있는 퀘스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이번에 도전해보겠다”라고 말했다.
내 의견도 덧붙여보고자 한다. 예전의 주거 협의체 경험을 떠올려보면, 그때는 집을 마련하는 그 자체보다 좀 더 부가적인 요소들, 현금 지원이나 상환에 있어 부담을 최소화하는 측면으로 고민을 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번에는 실질적으로 집을 분양받을 수 있는 ‘현실 가능성’을 크게 담았다고 생각한다. 초기 자본이 부족하더라도 은행권 등에서 대출을 받아 장기 모기지와 연계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큰 금액의 장기 모기지는 금리와 기간이 무척 중요한데, 고정금리로 적용하고 기간도 길게 잡은 점이 인상적이다. 또한, 이번 대책으로 청년 이외의 세대들이 소외되지는 않는지 균형적인 자세와 모니터링 또한 잘 견지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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