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편적 시청권 적용되는 OTT…온라인 독점 중계는 허용
OTT 경쟁력 확보 핵심 콘텐츠로 떠오른 '스포츠 경기'
"온라인 독점 중계하더라도 보편적 시청권 확보하면 문제 없어"
중계권 협상 과열, 도달율 산정방법은 추후 숙제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올해 안에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을 만들어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를 제도안으로 끌어들인다. 이에 따라 현행 방송프로그램처럼 OTT 역시 보편적 시청권 준수 대상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만, 방통위는 온라인 독점 중계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살펴볼 요소가 있다는 입장이다. 아직 TV로도 충분히 가시청가구를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아직 성장 단계인 OTT에 대해서는 규제보다는 진흥 차원에서 서비스 차별을 할 수 있는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에서는 코드커팅 일어나지 않아…규제는 일러”
31일 방통위에 따르면, 방통위는 이 같은 방침을 정하고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을 구성하고 있다. 연내 성안해 발의한다는 입장이다.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은 기존 방송법으로 관할되던 TV와 라디오 방송 등 기존 미디어와 그간 법 바깥에 있던 OTT를 비롯한 뉴미디어를 ‘시청각미디어서비스’라는 새로운 서비스 유형으로 정해 하나의 법으로 관할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법에서 적용되던 다양한 규제와 의무들이 OTT에도 적용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 중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체육경기대회, 그 밖의 주요행사(국민관심행사)에 대해서는 일반 국민들이 시청할 수 있도록 충분한 가시청가구를 확보해야 한다는 보편적 시청권은 기존 미디어와 신(新) 미디어가 모두 지켜야 할 기본적 의무라는 것이 방통위의 입장이다.
물론 보편적 시청권을 준수해야 한다고 해서 OTT가 국민관심행사에 대한 온라인 독점 중계를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보편적 시청권이란 특정 매체의 독점 중계를 금지하는 것이 아닌 중계권의 재판매 등을 통해 충분히 가시청가구(국민 전체가구 수의 75~90%)를 확보하라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즉, OTT가 온라인 중계권을 독점하더라도 지상파·유료방송 등에 중계권을 재판매해 현행 법에서 지정하는 가시청가구를 확보한다면 문제가 없다. 이는 방송사가 중계권을 확보해 TV 등으로 법에서 정한 가시청가구를 확보한다면 온라인 상으로는 어느 특정 플랫폼과 단독 계약해도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반대로 OTT 등이 온라인 중계권을 단독으로 확보하더라도 방송사 등에 재판매를 통해 가시청가구를 확보한다면 온라인 중계에 대해서는 독점으로 중계할 수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코드커팅(유료방송 가입해지)이 많이 일어나서 더 이상 TV만으로는 충분한 가시청가구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면 온라인 중계 독점권 여부를 생각해봐 한다”며 “아직 한국에서는 TV와 OTT를 병행하면서 미디어서비스를 소비하는 만큼, 상황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정팬’ 있는 스포츠 경기…온라인 서비스에게는 서비스 차별화 기회될 듯
국민관심행사라고 할지라도 온라인 독점 중계에 대해서는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면 방통위 입장은 치열한 경쟁을 진행하고 있는 OTT업계에는 호재가 될 전망이다.
실시간성을 가지며 고정팬들이 있어 일정 이상의 시청률을 담보한 스포츠 경기는 다른 미디어 서비스와 차별할 수 있는 핵심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한 넷플릭스가 하지 않는 영역이 스포츠와 보도라는 점 역시 국산 OTT로서는 매력적인 요소다.
토트넘 초청 경기는 현재도 국민관심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방송사든, 쿠팡과 같은 OTT든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할 의무가 없다. 다만 국민관심행사로 진정될 만큼 높은 관심을 보장하는 지정된 스포츠 경기를 온라인 독점 중계할 수 있다면 타 경쟁사 대비 경쟁력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국민관심행사는 방통위 고시로 3년마다 지정되며 현재는 동·하계올림픽과 성인 남녀 국가대표팀의 FIFA 월드컵 경기, 동·하계 아시아경기대회, WBC 국가대표 경기, 아시아축구연맹 및 동아시아축구연맹 성인 남자 경기, 양 축구협회 간 성인 남자 국가대표 평가전 등이다.
TV가 아닌 모바일·태블릿 등을 통해 미디어서비스를 소비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이같은 국민관심행사 역시 온라인 중계 쪽을 선호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우리나라와 달리 올림픽에 대한 독점 중계권을 인정하는 미국의 경우, 도쿄 올림픽 독점 중계권을 가진 NBC의 시청률이 지난 2016년 리우올림픽때보다 45%가량 감소했지만, NBC의 OTT 플랫폼인 피콕(Peacock)의 7월 앱다운로드 수는 전월 대비 96%나 증가했다. 웨이브 역시 도쿄올림픽을 온라인 서비스하면서 라이브 채널 시청 비중이 36% 수준으로 올라갔다.
다만 방통위는 온라인 독점 중계를 문제 삼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특정 경기를 시청하기 위해 비싼 구독 서비스를 별개로 구매할 것을 강요하는 등 소비자의 부담을 늘리는 행위 등은 시청자 권익 침해 여부는 면밀히 살펴볼 것이란 입장이다. 아울러 현재 ‘가구’ 단위로 측정되고 있는 시청점유율(도달율)을 변화하고 있는 미디어환경에 맞춰 ‘개인’ 단위로 어떻게 정밀하게 측정할 것인지 역시 남은 과제다.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은 “현행 OTT는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기 때문에 방통위의 이같은 방침은 현실적인 접근방식”이라며 “기존 지상파 방송들의 중계권 협상력이 약해지고 반면 OTT 등 플랫폼의 스포츠 중계권 협상력이 강해지는 상황인 만큼 적정한 대가로 보편적 시청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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