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머리띠 잡아라” “5~6명 밀었다” 증언에… CCTV 52건 분석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토끼 머리띠를 한 인물이 고의로 밀었다는 증언이 나오는 것을 두고 전담 수사팀을 꾸린 경찰은 “목격자 진술이 엇갈려 추가로 경위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증언이 사실일 경우 적용되는 혐의에 대해선 “관련자 진술과 영상까지 같이 검토해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사실관계에 따라 혐의 적용 여부 등이 다를 수 있다”라고 답했다. 김희중 경찰청 형사국장은 “현장 목격자들 진술의 신빙성을 검토하는 단계”라며 “상황이 되면 강제 수사까지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명인을 보려는 인파가 한꺼번에 몰렸다는 의혹에 남 본부장은 “아직 인파가 몰린 정확한 원인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마약과의 연관성을 두고선 “현재까지는 마약과 관련한 관련성이 확인된 바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사망자 부검과 관련해서는 “공개된 장소에서 발생한 사고로 폐쇄회로(CC)TV 등 다수의 영상이 존재해 사망 원인을 밝히는데 부검의 필요성은 높지 않으나 유족이 희망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부검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현재까지 부검 희망은 없다”라고 전했다.
용산구청 등 관할 지자체가 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선 “주최자가 애매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확인을 해야 말할 수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고 경위와 안전조치 적정성에 대해 면밀히 확인 중”이라고 답했다.
경찰은 참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총 475명으로 구성된 수사본부를 꾸렸다. 목격자 44명을 조사했고, 사고 현장에 설치된 42곳의 52개 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남 본부장은 “목격자와 부상자, 인근 업소 종사자 등을 위주로 44명을 1차로 조사하고 CCTV 영상 분석을 통해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며 “사고와 관련된 SNS 영상물도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인과 유족 등에 대한 명예훼손, 모욕, 악의적 허위 사실 유포 등에 대해서 엄정 대응을 예고했다. 남 본부장은 “명예훼손 게시글 6건에 대해선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 게시글 63건에 대해선 방심위와 운영자에게 삭제 차단을 요청했다”며 “악의적인 허위·비방글과 피해자 신상정보 유포 행위는 고소 접수 전이라도 수사 착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 목격자와 생존자들 사이에서는 누군가 고의로 밀었다는 증언이 다수 나오기도 했다. 이 중에서도 공통으로 언급된 점은 골목 위쪽에서 “밀어! 밀어!” “우리 쪽이 더 힘세 밀어” 등의 말이 나온 뒤 순식간에 대열이 내리막길로 무너졌다는 내용이다. 일부는 처음 밀기 시작한 이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특히 “5~6명 무리가 밀기 시작했다” “한국인 남자 무리에 외국인도 섞여 있었다” “토끼 머리띠를 한 남성을 잡아야 한다” 등의 증언을 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이들이 특정되면 미필적 살해, 과실치사죄 등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엄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과 교수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누군가가 누구를 위해를 가할 의도로 밀었다면, 여러 형법적 부분이 걸려 있을 수도 있다”며 “고의 상해나 살인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해 등의 죄목이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다.
특수통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31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적극적으로 범죄 혐의를 의율할 경우 미필적 고의에 의해 폭행치사, 행위에 대해 고의가 없었다고 해도 과실치사죄 성립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린 만큼 경찰 수사가 진행돼도 행위자를 특정하기 어려울 수 있고 고의성을 입증하는 것 역시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엄 교수는 “누구 하나가 떠밀렸더니 다리가 걸렸고 사람들이 넘어졌고 이어 다른 사람이 연거푸 넘어져 깔린 사람이 정말 엄청난 무게를 감당하게 된 것”이라며 “자발적 참여 행사에서 누구 하나를 특정해 말하긴 어려운 부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송혜수 (ss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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