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살리고 싶었어요, 너무 늦었네요"…슬픔과 오열이 분향소에 모였다
사고 당시 CPR하던 시민·피해자 지인 찾아
빈소서는 유족들 과호흡 증상에 오열 이어져
[파이낸셜뉴스]"열 분 정도 심폐소생술(CPR)을 했는데 그중 한 분만 살아났어요."
31일 오후 2시20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녹사평역광장 합동 분향소를 찾은 40대 김모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사건 당시를 설명했다. 김씨는 "이미 사망한 줄도 모르고 대로변으로 옮겨 계속 CPR을 했다"며 "너무 살리고 싶었지만 시간이 너무 지나 있던 게 정말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났지만 합동분향소와 빈소를 찾은 피해자의 지인과 가족들, 시민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있는 모습이었다. 일부 시민은 조문 후 쓰러지기도 했으며 유족들은 "어떡해"라는 말을 하며 오열하기도 했다.
■분향소서 조문객 쓰러지기도
이날 오전 10시30분께 개시한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광장 합동 분향소 앞에는 오전부터 20여명의 조문객이 몰렸다. 친구를 잃은 김모씨(20)는 빈소까지 가지 못하고 녹사평역광장 분향소를 찾았다. 사고 당일 김씨는 친구와 연락이 되지 않자 걱정 속에 밤을 지새우다 다음날에 서울시에 연락해 사망자 명단에 있는 친구를 확인했다고 했다. 김씨는 "(친구의 죽음이 믿기지 않아) 어이가 없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보다 앞선 오전 9시30분께에 검은 옷차림의 한 여성 조문객이 쓰러지기도 했다. 조문객은 병맥주와 빨간 장미 한 송이, 흰 꽃다발을 놓고 절을 한 뒤 몇 걸음 걸어 나가다가 그대로 쓰러졌다. 사고 피해자의 지인이라는 그는 의식을 잃지는 않았으나 인근 골목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몸을 추스른 뒤 겨우 분향소를 떠났다.
충격과 슬픔을 느낀 일반 시민들도 헌화하며 떠난 이들의 넋을 기렸다. 시민 김모씨(28)는 "처참하고 죄책감을 느껴 분향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뉴스를 보면서 '옆에서 사람이 죽는데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이 나쁘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정작 나도 사고 당시 집에서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있었고 내 주변에는 아무도 죽지 않았으니까 평화롭게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나 자신도 그 사고를 모욕한 가해자가 된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청 앞 합동 분향소를 찾은 안모씨(33)는 "친구의 친구가 이번 사고로 사망했다"며 "상경해 서울에 자기 집을 마련하려고 월급의 상당수를 저축하면서 열심히 살았던 사람, 그냥 일반적인 평범한 사람이었다고 들었다. 남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을 빌려 분향소를 찾은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희생자들이 나와 비슷한 또래이고, 나 역시 이태원을 자주 왕래하기 때문에 남 일 같지 않다"면서 "나도 어느 날 부지불식간에 당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몸이 떨릴 정도로 무섭다"며 몸서리를 쳤다.
■"아이고 어떡해" 유족들 오열
사고 직후 14명의 피해자가 이송됐던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장례식장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4명이 안치돼 있다.
이중 사망자 2명의 빈소가 차려진 가운데 이날 오전 10시 A씨(22) 유족은 입관식을 진행했다. 참석한 유족들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연신 흐느꼈다. 일부 유족은 주변의 부축을 받으며 이동했다.
영결식장에 마련된 유가족 대기실을 빠져나온 한 유족은 "아이고 어떡해"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오열했다. 장례식장에 들어선 한 유족은 큰 충격을 받아 과호흡 증세를 보이는 한편 또 다른 유족은 장례식장 수속 절차를 차분히 진행해 주변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한편 이동환 고양시장은 이날 오전 피해자들의 빈소를 찾았지만 유족들의 거부로 조문하지 못한 채 돌아갔다.
이날 오후부터는 조문을 하려는 시민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인근에 거주하는 한 중년 여성은 국화꽃을 들고 장례식장을 방문했다.
동국대병원 측은 장례식장 지하 1층에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 내 직원 1000여명 및 시민들이 추모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고 전했다.
한편 동국대병원 내 빈소가 마련된 이들을 제외한 2명의 희생자는 아직 장례 절차가 결정되지 않았다. 이 중 한 구는 한국과 오스트리아 이중국적자로 오스트리아에서 거주하는 유족이 이날 오후께 장례식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다른 한 구는 호주 국적으로 빈소 마련 여부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참사 #분향소 #이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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