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장관 발언에 여야 모두 “책임 회피” 비판···유승민 “파면해야”[이태원 핼러윈 참사]

조미덥·탁지영·유설희 기자 2022. 10. 3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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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브리핑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오른쪽)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에 31일 여야를 불문하고 비판이 이어졌다. 여당 의원들은 10만명 인파 밀집에 대책을 세우지 않은 책임을 묻고, 국민들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 장관을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이 장관의 발언을 “무책임” “책임 회피”라고 질타했다. 참사를 희생자 개인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것을 정당화한 발언이란 비판도 나왔다.

이번 참사 수습의 주무장관인 이 장관은 전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후 브리핑에서 “특별히 우려할 만큼 인파가 모인 것은 아니었다”며 “경찰·소방인력 배치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해 책임 회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시내 곳곳에 시위가 있어 경비 병력이 분산됐다”는 말도 했다.

국민의힘에선 당권주자들이 먼저 비판에 나섰다. 김기현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사람이 10만 모인다 얘기가 있었기 때문에 사전에 교통대책, 그리고 안전을 위해서 통행을 제한하든지 현장에서 사람들이 밀집하지 않도록 하는 대책을 세웠어야 한다”며 “그런 점에 굉장히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또 국민들의 아픔에 동참하는 모습이 아닌 형태의 그런 언행은 조심해야 한다”고 이 장관을 질타했다. 조경태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장관의 발언 한마디가 논란을 빚게 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며 “지금은 언행, 특히 말조심해야 된다. (이 장관이)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 무겁게 이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혁 비상대책위원은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이 장관이 비정치인(이라 그런 발언이 나온 것 같다)”며 “일반 국민들이 들으시기에 적절한 발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파가 이런 정도로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면 좀 더 세심한 배려와 준비를 했어야 된다”고 했다.

한 영남 지역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이 장관이) 너무 미리 방어적으로 대응했다”며 “이렇게 (마음이) 아플 때 국민들 마음을 하나로 모아가야 하는데 약간 찬물이 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위험할 정도로 인파가 몰릴 것을 미리 예상하고 정부는 사전에 대비했어야 한다”며 “‘경찰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한 장관부터 당장 파면해야 한다”고 적었다. 여당에서 야당보다 먼저 이 장관 파면 주장이 나온 것이다. 그는 이어 “며칠 애도만 하고 수습만 하고 지나간다면 또 다른 재앙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철저히 잘못을 규명하고 책임을 묻고 앞으로 어떻게 이런 인재를 막을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을 찾아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의 브리핑을 받은 뒤 현장을 떠나고 있다. 김창길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지도부가 나서 이 장관을 질타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는 책임이 없다, 할 만큼 했다’는 태도를 보여서 국민을 분노하게 할 것이 아니라 낮은 자세로, 오로지 국민만을 위하고 모든 것이 나의 책임이라는 자세로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이태원참사대책본부장인 박찬대 최고위원은 “행정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주무부처 장관이 이렇게 무책임한 발언을 할 때인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서영교 최고위원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는 이야기보다는 회피하려고 하는 모습에 많은 언론과 국민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에 관한 책임을 묻고 있다”고 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이라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정의당 지도부도 이 장관 발언이 무책임했다고 비판했다. 이정미 대표는 이날 서울시청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경찰력 통제 여부와 무관하다는 식의 정부 발표는 유가족과 국민에게 두 번 상처를 입히는 것”이라며 “책임 회피에 급급한 면피용 발표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은주 원내대표는 “참사를 개인의 책임으로 몰아가고 있는 일각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대단히 유감스러운 발언임을 분명히 지적한다”고 했다.

판사 출신인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서울법대 4년 후배로, 현 정부 장관 중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더불어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지난 7월엔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발하는 경찰서장 회의를 ‘쿠데타’로 표현해 구설에 올랐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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