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인권 상황 어떻길래…월드컵 앞두고 논란 다시 가열

박효재 기자 2022. 10. 3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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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건설 노동자가 수도 도하의 거리를 걷고 있다. 도하|AFP연합뉴스

11월20일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개최지 카타르의 인권 실태에 대한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독일 내무장관은 인권 탄압 국가에서 월드컵이 열려서는 안 된다며 카타르의 열약한 인권 상황을 비판했고, 카타르는 자국 주재 독일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카타르가 속한 걸프협력회의(GCC)는 카타르 월드컵 성공 개최를 기원하며 카타르 편에 섰다. 카타르는 사실무근이라며 반발하지만 서방 언론과 국제 인권단체들을 중심으로 인권 탄압 의혹이 계속 제기되면서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낸시 패저 독일 내무장관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독일 공영방송 ARD와 인터뷰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기준들을 준수하지 않는 국가들에서는 대회가 열리지 않는 편이 낫다”며 인권 문제를 들어 카타르의 월드컵 개최를 비판했다. 다음날에는 직접 성명을 발표해 “월드컵 개최국 선정과 (대회) 준비 과정이 기준에 부합하도록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카타르의 인권 상황을 살피기 위해 31일과 다음 달 1일 이틀간 현지를 방문하기로 했다.

카타르는 패저 장관 인터뷰 다음 날인 28일 자국 주재 독일대사를 불러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카타르가 정부 비판 발언에 대해서 외국 대사를 소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타밈 카타르 국왕은 앞서 지난 25일 입법기관에 해당하는 슈라위원회에 출석해 공개 연설을 통해 카타르가 어떤 월드컵 개최국도 겪어본 적 없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려 했지만 진짜 속내를 의심케 할 정도로 조작과 이중잣대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카타르는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대책 마련에 힘써왔다면서 비판 여론은 이런 노력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GCC까지 가세했다. 나예프 알하즈라프 GCC 사무총장은 29일 성명을 내고 독일의 내정간섭에 대한 카타르의 대응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독일 정부가 외교규범과 전통을 어겼다고 비난했다. 반면 카타르의 월드컵 개최는 “자긍심과 영광의 원천”이라면서 “카타르는 문명화된 의사소통 체계를 구축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선구자 역할을 했다”고 치켜세웠다.

월드컵 개최 확정 이후 국제사회는 카타르의 인권 탄압을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카타르는 2020년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을 도입하고, 열악한 노동환경의 원인으로 꼽혀온 고용주 후견인(카팔라) 제도도 폐지하는 등 나름의 대책도 내놨다. 이전까지 외국인 노동자가 카타르 회사에서 일하려면 현지인 고용주를 후견인으로 둬야만 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는 후견인인 고용주의 허락 없이는 출국이나 이직이 금지됐다. 하지만 국제 인권단체들은 실제로 카팔라제 폐지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최저임금은 시간당 1유로를 약간 넘는 수준으로 노동환경 개선에 큰 효과가 없다고 지적한다.

최근 수도 도하의 월드컵 경기장 인근 관광객 숙박 지역 아파트에 머물고 있던 외국인 노동자 수천명이 사전 통보 없이 강제 퇴거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해외 노동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 문제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카타르는 전체 인구의 80% 이상이 외국인일 정도로 외국인 비중이 높다. 특히 월드컵 경기장 건설 작업에 투입하기 위해 인도, 파키스탄, 네팔 등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대거 받아들이면서 그 비중이 더욱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가디언은 카타르의 열악한 작업 환경때문에 2010년부터 10년간 해외 노동자들 중 6500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호주 축구 국가대표팀은 이와 관련해 지난 27일 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카타르의 인권 탄압에 반대하는 단체 성명을 발표했다.

카타르가 성소수자 인권을 탄압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는 카타르에 성소수자 관련 법을 개정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카타르에서 동성애는 여전히 불법이다. 남성 간 동성애는 최고 징역 7년에 처해진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앞서 지난 24일 카타르 사법당국이 자국 동성애자들을 성적 정체성 표현을 문제 삼아 자의적으로 구금하고 학대했다고 비난했다. 이 단체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성소수자 구금 중 구타 6건, 성추행 사례 5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한 트렌스젠더는 화장을 했다는 이유로 공공장소에서 체포됐으며, 한 양성애 여성은 경찰에게 수차례 의식을 잃을 때까지 맞았다. 이들은 모두 기소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금돼 어떤 법적 조력도 받을 수 없었다. 2002년 제정된 지역사회보호법 제17조에 따르면 공공도덕을 위반하는 등 피고인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는 경우 최대 6개월까지 기소 또는 재판 없이 임시 구금할 수 있다. 카타르는 논란이 커지자 월드컵 기간에만 한시적으로 동성애 금지법 적용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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