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전문가 "경사로에선 10명만 밀집돼도 5천kg 물리적 하중, 일종의 도미노현상"

이은지 2022. 10. 3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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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2년 10월 31일 (금요일)

□ 진행 : 이현웅 아나운서

□ 출연: 함은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안전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현웅 아나운서(이하 이현웅): 이번에는 한국재난정보학회 상임이사인 함은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안전학과 교수, 연결합니다. 교수님, 연결돼 있습니까?

◆ 함은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안전학과 교수(이하 함은구): 안녕하십니까 함은구입니다.

◇ 이현웅: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 규모의 압사 사고는 거의 처음이 아닌가 싶은데요. '전형적인 후진국형 인재다'라는 지적들이 나옵니다. 교수님은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함은구: 일단은 후진국형 인재라는 의견에 저도 동의를 하고요, 사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었겠지만 많은 인파가 몰려 있는 상황을 국가가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책임이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 같고요. 다만 여러 가지 법적인 부분이라든가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돼야 하겠지만 어쨌든 실질적으로 어떤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행정부라든가 여러 유관기관이 좀 더 반성을 해야 되는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 이현웅: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를 하면 밝혀지겠습니다만 지금까지 전해진 걸로 봤을 때 가장 주요했던 사고 원인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 함은구: 우선 한정된 공간 안에 너무 많은 분들이 밀집해 있었고요. 특히 해밀턴 호텔 뒷골목 같은 경우에 경사도가 있는 경사로 형태였고, 대로변보다는 협소하면서 사실 수많은 인파들이 해당 통로에서 제대로 통행을 하지 못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을 했고요. 그래서 한두 가지의 원인만 가지고 이번 참사가 발생을 한 것은 아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해당 평면에서 너무 많은 인원 그리고 이런 인원들이 서로 교행이 되지 않고 엉켜서 충돌하는 형태의 밀집하는 형태의 이런 유형으로 나타났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보입니다.

◇ 이현웅: 당시 상황 영상을 통해서 보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음악 소리도 상당히 크고요. 또 핼러윈이었다 보니까 분장을 한 분들도 많아서 사고의 심각성을 바로 알기가 어려웠다는 부분들도 얘기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도 사고가 커진 원인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 함은구: 네, 그렇습니다. 어차피 예측됐던 부분이었는데요. 해당 축제에 참가했던 연령들이 대부분 20대, 30대 이렇게 젊은 분들이었고요. 그리고 이렇게 거리 축제 같은 경우에 지금 말씀 주신 것처럼 여러 가지 퍼포먼스라든가 함성, 이런 것들이 동반이 될 수밖에 없고요. 그리고 그런 부분들이 실제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사실은 그런 내용들이 정확하게 전달이 됐다 하더라도 앞서 말씀드린 대로 그 정도의 밀도를 갖고 있는, 운집한 상태에서는 사실은 의사대로 통제될 수 없거든요. 그러니까 결국 그 안에 있던 분들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상당히 많은 숫자들이 떠밀려 다니는 형국이었기 때문에, 그냥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됐다는 점만 가지고 이번 참사의 피해가 커졌다는 것으로 확대하는 부분은 다소 맞지 않다, 이렇게 보입니다.

◇ 이현웅: 당시 상황을 전해 들으면 '뒤로 뒤로' 이렇게 외쳤습니다만 말씀해 주신 것처럼 뒤로 이동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런 압사 사고의 경우에 위력이라고 해야 할까요, 위험성이 얼마나 큰 겁니까?

◆ 함은구: 이번 경우에는 보통 일반적으로는 압사에 대한 부분을 예컨대 '군중 쇄도 현상'이라는 것으로 해석을 합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일시에 많은 사람들이 쇄도를 하는 거죠, 어떤 특정한 목표로. 그래서 예를 들면 축구장 같은 데서 관중들이 갑자기 뛰어나간다든가 아니면 시위 현장에서 최류탄이라든가 이런 위해가 가했을 때 한 곳을 향해서 쇄도하는 현상들, 이런 것들에 의해서 압사 사고가 굉장히 많이 발생을 하는데요. 지금 이태원 참사 같은 경우에는 사실은 쇄도 현상이라고 보기는 다소 어렵고요. 오히려 아주 밀접한, 아주 촘촘하게 밀도가 높은 상태에서 양쪽에서, 그러니까 보행이 되지 않다 보니까 앞서 말씀 주신 것처럼 '밀어 밀어' 이런 식으로, 어떻게 보면 충돌 조짐에서 양쪽에서 서로 지나가려고 대치하고 있는 형태들, 이런 것들 때문에 압사가 주로 발생을 했고요. 이것은 사실은 앞서 말씀드린 '군집 쇄도 현상'에 대한 부분들보다 밀도가 높은 쪽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도미노 현상, 이 부분이 더 타당한 이론일 것 같고요. 실제로 어느 정도 위력이냐고 하면 보통 주사고 위치가 경사로였기 때문에, 예컨대 10명 정도만 돼도 거의 5,000kg의 물리적인 하중이 작용할 수 있거든요, 집중적으로. 그래서 이런 부분들이 주요한 압사의 원인이 아닐까, 이렇게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 이현웅: 이번에 집계된 사망자 154명 가운데 여성이 98명 그리고 남성이 56명으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물론 당시 현장의 성비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렇게 숫자만 봤을 때는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은 여성이 더 큰 압력을 받았다, 그래서 사망에 이르게 됐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까?

◆ 함은구: 네, 그렇습니다. 통상 여성분들을 재해약자로 분류를 하고 있거든요. 아무래도 이제 남성들보다는 체력적이라든가 근력이라든가 이런 부분들도 상대적으로 약한 것이 사실이고요. 특히 개인적으로는 여성분들이 여러 가지 백도 많이 들고 있고요, 그리고 아무래도 신발이나 이런 것들이 하이힐 같은. 그래서 남성들보다는 이렇게 중심을 잃고 넘어지고 전도되기 쉬운, 그리고 한 번 넘어졌을 때 근력을 가지고 다시 기립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이런 부분들이 여성분들 피해가 집중되는 형태로 나타난 것 같습니다.

◇ 이현웅: 사고 당시 영상 보면 출동한 소방대원 경찰들이 가장 아래쪽에 깔린 여성들을 빼내려고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 모습, 확인할 수 있었거든요. 가장 위험한 사람부터 구조를 해야 하지만 무게나 그런 것들 때문에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건데 이런 압사 사고의 경우에는 어떻게 구조를 하게 돼 있습니까?

◆ 함은구: 지금 말씀 주신 것처럼 사실 위에 있는 분들을 순차적으로 빼내지 않으면 맨 밑에서 구조하는 부분은, 물론 우선순위가 가장 밑에 계신 분들이 가장 높은 하중을 받았을 거고 치명적인 상태가 돼 있는 것은 맞고요. 그런데 그런 부분들이 급하더라도 사실은 어느 정도의 순차성을 두는 것이 좋고요. 물론 현장 상황에서 현장 조건들을 일반화하기 어렵겠지만 어쨌든 어떤 우선순위를 정해서 빨리 그 맨 밑에 부분을 구조하기 위한 순차적인 노력이 먼저 선행되는 것도 이번 참사를 계기로 해서 마련을 해야 하는 대응 요령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 이현웅: 이번 핼러윈 전, 지난 10월 15일과 16일이었는데, 이태원역 일대에서 지구촌 축제가 열렸고 이틀 동안 100만 명이 다녀갔다고 전해집니다. 물론 그때도 사고의 위험성을 느낀 분들이 있었다고 합니다만 실제적인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고요. 그때는 주최 측이 있었고 이번에는 없었다. 절대적인 비교는 어렵겠습니다마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몰릴 것은 예상이 된 상황 아니었습니까? 그러면 안전 조치가 더욱 적극적으로 됐어야 되지 않느냐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교수님 어떻게 보십니까?

◆ 함은구: 지금 말씀하시는 부분이 맞고요. 오히려 더 촘촘하고 세밀하고 그리고 더 강력한 통제를 했어야 됐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전에 말씀하셨던 지구촌 축제 같은 경우에, 사실은 핼러윈 축제의 성격이 약간 상이한 것으로 저는 판단을 하는데요.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더 젊은 분들이 이번 참사에 더 많이 오셨을 거고요. 좀 더 액티브한 환경이 구성이 됐을 겁니다. 그리고 행사 자체도 사실은 심리적으로도 굉장히 들떠 있는, 그래서 이런 것들을 단순 비교하기는 굉장히 어렵고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해당 축제 같은 경우는 어떤 주체가 반드시 존재했고 거기에 따른 여러 가지 안전 대책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이태원 참사 상황보다는 훨씬 더 세밀하고 촘촘하게 세워졌던 것으로 보이고요. 아무래도 말씀 주신 것처럼 주최가 없는, 그래서 그런 것들에 대해서 많은 부분이 안타깝지만 사각으로 남아 있지 않았나, 이렇게 지금 보입니다.

◇ 이현웅: 오늘 얘기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재난정보학회 상임이사 함은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소방방제안전학과 교수와 함께 했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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