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곳에서 다시 만나”…전국 각지 합동분향소에 추모 발길[이태원 핼러윈 참사]
“○○아, 좋은 곳에서 다시 만나자.”
31일 전남 무안군 삼향읍 전남도청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은 방명록에 애절한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분향소를 지키던 관계자들은 “이태원 참사로 친구를 잃은 한 시민이 찾아와 한참을 흐느끼다가 이런 마지막 인사를 적었다”고 전했다.
전국 각지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시민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분향소 설치 장소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날 오전부터 전남도청과 도의회 사이 만남의 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공무원과 시민들의 발길이 계속됐다. 분향소를 찾은 A씨는 방명록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음에도 안타까운 일이 기어이…”라면서 “미안합니다. 깨어있는 시민으로 살겠습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전북도청에 설치된 합동분향소도 이날 오후 2시부터 조문객을 받기 시작했다.
분향소가 마련된 도청 별관 공연장 입구에서 조문을 기다리고 있던 송영미씨(55)는 “딸과 아들이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사고 소식을 듣고 황급히 연락을 취해 무사한 것을 확인했다”면서 “우리 아이들은 변을 당하지 않았지만 똑같은 부모 심정으로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분향소에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때도 이런 원시적인 재난은 더이상 나와선 안된다는 국민들의 절규가 있었는데 이번에 또 황당한 참변이 발생해 어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주부 박미선씨는 “군대에 간 아들이 사고 당일 이태원에 갔다가 인파가 너무 많은 것을 보고 ‘이러다 사고가 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 오후 4시쯤 되돌아 갔다고 전해 들었다”면서 “그 때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끔찍하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박씨는 “천당과 지옥을 오간 심경으로 유족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나왔다”고 전했다.
강원도청 별관과 지역 출신 대학생 1명이 이번 참사로 희생된 강릉시청에도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충북도와 제주 역시 분향소를 마련하고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이밖에 울산시의회 의사당 1층 시민홀과 대구 안병근유도기념관 등 전국 지자체 곳곳에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인천에서는 합동분향소 설치 장소를 두고 한 때 잡음이 일었다.
인천시는 이날 시청 2층 대회의실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했지만 이곳은 일반인들의 출입이 제한된 곳이다. 대회의실에 가려면 1층 경비실과 2층 계단입구에서 출입증을 제시해야 들어갈 수 있다. 분향소가 설치됐음을 알리는 표지판도 없었다.
인천시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에서 합동분향소는 실내 설치를 원칙으로 해 대회의실에 마련했다”며 “시민들은 인천시청 경비실에서 방문증을 발급받아 조문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로인해 일각에서는 ‘공무원용 합동분향소’라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이 일자 인천시는 조문기간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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