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태원 참사는 막지 못했지만 2차 가해는 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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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은 처음이었어요. 조의금을 얼마 내야 하는지, 봉투에 이름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유족에게 뭐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하는지 하나도 몰랐어요. 함께 간 친구들 모두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어요. 너무 고통스러웠습니다."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핼러윈 참사 희생자의 빈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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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은 처음이었어요. 조의금을 얼마 내야 하는지, 봉투에 이름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유족에게 뭐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하는지 하나도 몰랐어요. 함께 간 친구들 모두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어요. 너무 고통스러웠습니다.”
지난 30일 서울의 한 장례식장. 고인을 알리는 빈소 앞 사진에는 앳돼 보이는 사진이 걸려 있었다.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핼러윈 참사 희생자의 빈소였다. 고인은 겨우 스물다섯의 나이에 갑작스러운 참사로 세상을 떠났다.
빈소를 찾은 이들은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친구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얼굴이었다. 희생자와 대학교 과 동기인 A씨는 “(희생자는) 어른스럽고 시원시원한 친구였다”며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컸던 친구였는데, 자고 일어나면 지금 이 순간이 다 꿈인 것 같다”고 했다.
핼러윈 참사 희생자 중에는 20대 청년의 숫자가 월등히 많다. 154명의 사망자 중 103명이 20대다. 10대도 11명이나 희생됐다. 아직은 죽음을 몰라도 되는 이들이었다.
온라인에선 희생자들에 대한 조롱과 혐오가 넘쳐난다. 희생자들이 참사 당시 입고 있던 복장이나 분장을 희화화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진한 핼러윈 분장을 지우면 드러나는 앳된 얼굴을 보고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이번 참사의 희생자들은 바로 우리 곁의 이웃이고 친구들이었다.
사고 소식을 듣고 취재차 방문했던 이태원 해밀턴 호텔 인근 모습이 아직도 어른거린다. 참사 직후 이태원 일대는 ‘지옥’ 그 자체였다. 심정지 판정을 받은 희생자를 이송하기 위한 의료진의 행렬이 이태원역 1번 출구부터 해밀턴 호텔 옆 골목까지 100m 정도 줄을 이었다. 사고 현장에서 겨우 빠져나온 청년들은 길가에 주저 앉아 얼굴을 들지 못한 채로 있었다.
하루 아침에 사랑하는 딸과 아들을 잃은 이들, 친구의 손을 놓쳤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생존자들. 참사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희생자에 대한 조롱과 혐오는 또 다른 심각한 가해이자 재난이다. 154명의 억울한 죽음을 막지는 못했지만, 지금 온라인에서 번지고 있는 2차 가해만큼은 우리가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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