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오의 질문과답] 이태원 참사 "슬퍼만 해야 하는 것인가"

정종오 2022. 10. 3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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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와 함께 철저한 사건의 실체, 진상규명해야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질문: 154명의 젊은 생명이 안타깝게 희생됐다. 윤석열정부는 사고가 발생하자마자 국가애도기간(6일)을 순식간에 정하고 합동분향소부터 꾸렸다. 이런 와중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과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했더라도 (사고를 사전에) 막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엉뚱한 답변만 내놓았다. 사고의 철저한 진상규명 없이 애도만 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답: 이를 둘러싸고 여러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철저한 진상규명 없이 애도부터 하자는 것은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고자 하는 의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가 국가애도기간을 정한 것은 천안함 사태가 처음 이었다. 그것도 사고가 발생한 뒤 한 달 뒤에 애도기간을 정했다. 이번 이태원 참사는 진상규명보다는 애도부터 하자고 하니 여러 논란이 일고 있다.

154명의 안타까운 생명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윤석열정부의 재빠른 ‘애도기간’ 선정부터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31일 아침 한 지인으로부터 관련된 메시지를 하나 받았다. 그의 메시지는 이태원 참사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이태원 압사 참사를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수사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들이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을 합동감식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그 내용을 소개하면 이렇다.

“세월호 참사 때 국가 애도 기간이 없었다. 민간 주도의 자발적 애도 행사는 많았는데 정부 차원의 공식 애도 기간은 없었다. 진상규명에 대한 요구가 컸던 만큼 사고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애도 기간을 공표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국가애도기간 선례는 천안함 사건이다. 정부가 정한 공식 애도 기간은 5일이었다. 천안함 사건은 2010년 3월 26일 발생했다. 이후 2010년 4월25일부터 29일까지 5일 동안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했다. 사건이 발생한 후 약 한 달 후에 애도 기간이 지정된 셈이다.

천안함 사건의 애도기간이 사건 발생 한 달 뒤에 정해진 것은 사고 원인에 대한 진상규명이 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해군 장병들이 어떻게 희생됐는지도 모르는데 애도부터 한다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여론이 있었다.

반면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은 사고 발생 직후에 공표됐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선행되지 않은 애도 기간인 것이다. 비명횡사한 아이들을 모두 함께 추모하자는 것에 누가 반대하겠는가.

다만 진상규명이 되기도 전에 정부가 공식 애도 기간을 서둘러 공표한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애도가 우선이고 진상규명은 나중이라는 의견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애도와 진상규명은 동시에 해야 한다.”

그는 이런 사실을 전하면서 “이번 사건을 두고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있는 게 현실”이라며 “정치적 해석은 멀리해야겠는데 정치적 무지로 인한 침묵이 방관과 방조 혹은 깊은 부주의로 이어지는 불상사는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태원 참사 공식 브리핑에서 “당시 광화문 시위와 소요 등으로 경찰인력이 분산 배치될 수밖에 없었다” “경찰과 소방인력을 배치했다고 해서 이번 사고를 사전에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엉뚱한 답변으로 가뜩이나 사전조치가 없었다는 시민들의 비판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른바 ‘노마스크’ 이후 첫 대규모 축제였고 주말까지 겹치면서 수십만 명이 몰릴 것으로 충분히 예상됐는데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경찰과 소방 인력을 배치했더라도 사고를 막을 수 없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인지, 관할 구청인 용산구청의 대처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국가 재난관리시스템 전반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에서 시민이 추모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애도’에만 빠진다면 우리는 또 다시 비슷한 사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생명이 희생되고, 슬퍼하고…또 희생되고, 또 슬퍼하는 ‘비이성적이고 몰상식한 악순환 시스템’에 빠져 있을 것인가.

정부가 ‘그냥 슬퍼만 해라’하는 것은 비이성적 명령에 다름 아니다. 애도와 함께 진상규명은 물론 사건의 실체를 객관적이고 종합적으로 파헤쳐야 한다. ‘우리 아이가, 내 친구가, 내 동료가 왜 죽어가야 했는지’도 모른 채 슬퍼만 하는 것은 우리 세대의 방관이자 침묵이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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