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 “증권사·자산운용사 인수 추진”… 금융지주 전환 공식화
수협중앙회가 자산운용사, 증권사,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를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수협은행 외 비은행 계열사를 여럿 확보한 뒤, NH농협금융지주와 같은 금융지주회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중앙회는 당장 내년에 자산운용사를 사들인다는 방침이다.
수협중앙회는 31일 이양수 의원실(국민의힘)에 제출한 질의응답 자료에서 “미래발전 방향 수립 차원에서 금융지주로 전환을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 계획은 향후 시장 상황을 감안해 수립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앙회는 그러면서 2030년까지 금융지주회사인 Sh금융지주를 설립하는 내용을 담은 로드맵을 공개했다. 중앙회는 원래 다음달 1일 예정됐다 이태원 참사 여파로 취소된 ‘수협 미래 비전’ 선포식에서 자세한 내용을 밝힐 계획이었다.
중앙회는 제출한 자료에서 비은행 계열사를 인수·합병(M&A)하는 방식을 택하겠다고 설명했다.
중앙회는 “지난 10년간 은행 산업 성장률과 수익성은 증권, 캐피탈 등과 비교해 가장 뒤떨어졌다”며 “1000억원을 투자해도 은행보다 비은행 부문에 투자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중앙회는 이어 “경쟁은행들은 M&A를 통해 사업 외연을 확장하는 데 수협은 그렇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자 수익 기반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것도 M&A 추진의 이유로 들었다.
중앙회의 금융지주 전환 선언은 비은행 계열사 인수전에 뛰어들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수협은 금융지주 전환 로드맵에서 2023년까지 자산운용사 등을 1차적으로 인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고 매물이 많은 운용사부터 계열사로 편입하겠다는 것이다. 이후 증권사와 캐피탈사를 2030년까지 추가로 인수한 뒤, Sh금융지주(가칭)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수협은 M&A를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사례로 DGB금융지주를 거론했다. DGB금융지주는 2011년 금융지주로 전환한 뒤 ▲2012년 캐피탈사 ▲2015년 보험사 ▲2016년 자산운용사 ▲2018년 증권사 ▲2021년 창업투자사를 각각 인수했다. 2019년부터는 미얀마 시장에 진출했다.
수협은 “인터넷 전문은행을 제외한 국내 시중은행은 모두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뒤 비은행 금융사 M&A를 통해 사업을 확장해왔다”며 수협만 이러한 흐름에 소외돼 있다는 논리도 폈다.
수협은 M&A를 위한 자금 여력이 충분하고, 매입가도 적정한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중앙회 관계자는 “소규모 M&A면 내부에 보유한 자금을 활용하면 되고, 대규모 M&A의 경우 수산금융채권 발행을 통해 외부조달이 가능하다”며 자금 여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중소 캐피탈사나 증권사 부실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비은행 금융사 가격이 낮아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M&A를 통한 금융지주사 전환이 생각만큼 매끄럽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여러 금융지주 역시 비은행 금융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장애물로 거론됐다.
JB금융지주의 경우 비은행 계열사가 취약해 저축은행, 증권사가 매물로 나왔을 때 단골 후보자로 거론돼 왔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증권사가 없는 우리금융지주도 증권사 인수전이 벌어질 경우 유력한 경쟁자다.
수협의 지난해 순이익은 1680억원이다. 올 상반기는 1160억원이다. 예대마진 확대로 은행 수익성이 개선됐다지만, 올해 예상 가능한 순이익은 2000억원 초중반 대에 불과하다. 동원 가능한 실탄에 한계가 있는 셈이다.
자산운용사는 소규모 회사가 많아 인수가 용이하다지만, 우량 회사를 인수할 경우 대금이 크게 뛸 가능성이 크다. 2019년 우리금융지주가 중국 동방보험그룹으로부터 동양자산운용과 ABL자산운용을 인수할 때 지불한 금액은 1700억원가량이었다. 증권사의 경우 2017년 말 DGB금융지주가 하이투자증권 지분 85%를 4700억원에 사들였다. 또 수협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은 13.26%(6월 기준)로 국내 은행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수협의 금융지주 전환을 위해서는 현행 수산업협동조합법이 개정돼야 한다. 단순히 선언만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난제들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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