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와 상주 압사사고의 공통점...내리막ㆍ여성ㆍ심정지ㆍ구조 지연
서울 도심에서 일어난 대규모 압사사고에 시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많은 전문가가 2005년 일어났던 경북 상주시민운동장 압사사고와 이번 참사를 비교합니다.
2005년 10월 3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는 MBC 가요콘서트 리허설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문화행사를 접하기 쉽지 않은 지역에서 가요 프로그램이 열린 만큼 많은 시민이 몰렸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한쪽 출입문이 예고 없이 열렸고 약 5000명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11명이 숨지고 148명이 다쳤습니다.
2007년 대한응급학회지에 실렸던 〈상주 시민 운동장 압사 사고의 임상적 고찰〉 논문을 토대로 2005년과 이번 참사를 비교해 봤습니다.
①내리막
이번 이태원 참사는 폭 3m의 좁은 내리막 골목에서 발생했습니다. 경사도는 대략 6도로 추정됩니다.
오르막이나 평지에 비해 내리막에선 인파가 몰리면 몸을 가누기 어렵습니다. 또 앞쪽과 뒤쪽이 잘 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압사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커집니다.
②사상자 대부분은 여성
상주 사고 당시 159명이 병원치료를 받았습니다. 이 가운데 여성이 133명(83.6%)에 달했습니다. 사망자 11명 중에서도 여성이 8명(73%)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도 사망자 154명 가운데 98명(64%)이 여성입니다. 압사사고의 경우 주로 어린이, 여성, 노인이 희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아 바닥에 먼저 깔리게 되고, 건장한 남성들보다 힘이 약해 오래 버티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상주 여성 사망자들의 평균 나이는 65세였습니다.
③심정지
압사사고의 경우 외상에 의한 질식으로 숨지는 사람이 많습니다.
숨을 쉬기 위해선 가슴이 부풀어 오를 공간이 필요한데 압사사고 때는 숨을 쉴 공간조차 없을 만큼 인파가 빽빽하게 들어차기 때문입니다.
④인파로 인한 구조지연
이태원 참사 당시 첫 신고는 29일 밤 10시 15분이었습니다.
소방당국은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깨닫고 10시 43분 대응 1단계, 11시13분 대응 2단계, 11시50분 대응 3단계를 발령했습니다.
하지만 구급차와 구조인력이 현장에 접근하는 데 1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10만명 넘는 인파가 이태원에 몰리면서 인도와 도로가 사실상 마비됐기 때문입니다. 핼러윈이다 보니 출동한 경찰과 구급대원들을 코스프레한 일반 시민으로 착각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압사사고에서 자주 나타납니다. 상주 사고 때도 구급대의 활동일지에 이런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행사장 주변 도로 교통 매우 정체, 행사장 사고 현장 주변 수많은 인파로 출동차량 접근이 매우 어려웠음"
이처럼 두 사고 사이엔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그럼 당시 참사의 교훈을 통해 앞으로 후유증을 최소화해야겠죠. 상주 사고 이후엔 공황장애와 불안장애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아졌습니다. 재난 초기부터 부상자와 유가족 등에 대한 적절한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지만 2005년만 해도 지역사회나 의료계에선 이런 정신적 충격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7년이 지난 지금, 남은 자들의 아픔을 줄이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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