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새 욕 말고 순찰차에 길 비켜달라"…이태원 참사 뒤 경찰의 글

소봄이 기자 2022. 10. 3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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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핼러윈 대응을 두고 경찰 측이 미흡함을 인정한 가운데, 한 경찰관이 "짭새라고 욕하지 말고 비켜달라"며 소신을 밝혔다.

동시에 "운전하다가 상대방 차가 본인차 앞에 끼어들기 등 기분 나쁘게 운전했다고 음주운전이라고 신고하지 마라. 경찰관은 목숨 걸고 출동한다. 음주의심 차량 측정해보면 음주 아닌 경우가 많고 상대방이랑 시비 있어서 골탕먹으라고 신고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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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경찰이 압사 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이태원 압사사고로 발생한 인명피해는 이날 오전 6시 기준 현재 사망 149명, 중상 19명, 경상 57명이다. ⓒ News1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핼러윈 대응을 두고 경찰 측이 미흡함을 인정한 가운데, 한 경찰관이 "짭새라고 욕하지 말고 비켜달라"며 소신을 밝혔다.

31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경찰관입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이날 오후 기준 1만9000명이 조회했다.

경찰청 소속 A씨는 9가지 항목을 나열하면서 "답답해서 써본다. 욕해도 할 말은 없다"며 주의할 것을 요구했다.

먼저 그는 "유흥가 거리에 경찰차가 출동하면 제발 경찰차 주먹으로 내려치지 말고 '짭X'라며 손가락 욕도 하지 말아주시고 비켜달라"며 "사이렌을 그렇게 울려도 길을 막고 시비를 걸어 얻는 게 뭐냐"고 꼬집었다.

이어 "교통사고 현장에서 길이 막혀 돌아가 달라고 통제하면 짜증이 나도 돌아가 달라. 막고 싶어서 막는 거 아니다. 어차피 경찰관에게 욕설 안 하고 가시는 분은 거의 없지만 제발 차에 내려서 욕은 하지 말아주세요. 교통 마비된다"고 설명했다.

또 A씨는 "출동해서 체포하면 주변에서 지켜보는 건 좋은데 제발 경찰이 애먼 사람 잡아간다고 난리 치지 마라. 다 이유가 있어서 체포하는 거다. 특히 나이 많으신 분들"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가게 업주를 향해 당부했다. 그는 "손님이 술 마시고 취해서 가게에서 안 나간다고 신고하지 말아달라. 손님이 안전하게 술 마시고 가게에 나가는 것까지 업주가 책임져야 한다. 돈은 본인이 벌고 뒤처리는 경찰이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취한 손님에게 술을 판 본인 잘못"이라고 말했다.

우산 분실에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산 잃어버렸다고 CCTV 봐달라고 하지 마라. 단순 분실물은 본인 잘못이다. 본인 부주의로 분실한 물건으로는 수사하지 않는다. 어디서 떨어트린 지도 모르는 물건을 수사해달라(는 게 말이 되냐)"고 꼬집었다.

동시에 "운전하다가 상대방 차가 본인차 앞에 끼어들기 등 기분 나쁘게 운전했다고 음주운전이라고 신고하지 마라. 경찰관은 목숨 걸고 출동한다. 음주의심 차량 측정해보면 음주 아닌 경우가 많고 상대방이랑 시비 있어서 골탕먹으라고 신고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A씨는 "층간소음은 관리사무소에 얘기하라. 경찰은 권한도 없고 112는 긴급신고"라면서 "경찰 때리지 마라. 경찰도 퇴근하면 가족이 있다. 한 달에 한 번씩은 얻어맞으니 죽고 싶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안되는 일 해달라고 하고 잘못되면 책임질 거라는 말 좀 하지 마라. 말 안 해도 책임질 일은 알아서 책임지자"고 당부했다. 동시에 "미디어에서 선동하는 것과 다르게 경찰조직은 다른 조직이면 그냥 넘어갈 일도 징계하니 걱정하지 마라"고 덧붙였다.

이 글에 일부 직장인들이 "항상 감사하다", "우리나라 공권력이 너무 약하다" 등 응원의 댓글을 보내는 반면 "부탁인지 협박인지 모르겠다", "본인들이나 경찰로서 잘해라"라는 반응도 이어졌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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